오피니언 성과급이 가른 '한지붕 두 가족',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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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이 가른 '한지붕 두 가족', 삼성전자

등록 2026.03.20 11:37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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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올해가 진짜 위기입니다.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것도 그 연장선입니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막대한 수익을 낼 상황인데 동참하겠어요?"

삼성전자 DX부문 한 임원의 푸념이다. 성과급으로 촉발된 노사 갈등이 삼성전자의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오는 듯한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불과 1년 전에도 스마트폰, TV, 반도체 등 주요 사업부들의 경쟁력이 흔들리면서 위기설에 휩싸였었다. 경영진들은 이에 작년 주주총회에서 머리 숙여 사과해야 했고 주주들의 원망 섞인 쓴소리를 들었다.

그중에서도 삼성전자 위기설의 진앙지가 됐던 것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의 부진이 컸다. 인공지능(AI) 시장 개화와 함께 피어난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고전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돌아왔다'는 자타의 평가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작년 하반기께부터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테슬라, 애플 등 대형 고객사 수주를 따내고 올해 2월에는 세계 최초로 HBM4(HBM 6세대) 양산 출하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지난 16일 개최된 GTC 2026 행사에서 엔비디아의 CEO인 젠슨 황에 이어 전날 한국을 방문한 AMD CEO인 리사 수가 직접 삼성전자와의 협업 소식을 연일 전한 것도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경쟁력 회복과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위기에 직면한 이유는 성과급으로 인해 불거진 갈등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막대한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200조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AI발 반도체 호황으로 사실상 DS부문이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의 성과급 개선 요구가 커지는 배경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노사는 그간 수차례에 걸쳐 협의했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노조는 현재 5월 총파업까지 예고한 상황이다.

문제는 노사만의 갈등으로 끝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노사를 넘어 사업부문별 등 직원들 간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소속 사업부별로 성과급을 바라보는 온도차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DS부문 내에서도 그간 적자를 지속해왔던 파운드리 사업부와 시스템 LSI 사업부에서도 성과급을 바라보는 시선이 갈린다.

노조의 주장대로 영업이익 기준이 적용된다면, 내년 성과급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사업부는 사실상 메모리 사업부뿐이다. 비메모리 사업부는 올해도 적자를 벗어나기 어려운 데다 DX사업부 역시 고전이 예상된다.

성과급이 쏘아올린 삼성전자의 내부적 위기는 경쟁력마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으로 인해 생산 차질을 빚게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SK하이닉스가 HBM으로 날개를 달았을 동안 이를 지켜봐야만 했던 삼성전자가 이제 막 날개를 펼치려는 순간 또 다른 난관에 맞닥드린 셈이다.

AI 반도체로 되살아난 경쟁력이 내부 갈등으로 스스로 훼손된다면, 이는 외부 경쟁보다 더 치명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지금 삼성전자에 필요한 것은 더 높은 실적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조직이다. 삼성전자의 진짜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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