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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한국을 철저히 계산한 車 '크라운, '그랜저 대항마' 될까

산업 자동차 야! 타 볼래

한국을 철저히 계산한 車 '크라운, '그랜저 대항마' 될까

등록 2023.06.11 00:00

강원 정선=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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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대로 거듭난 토요타 최고봉···"그랜저와 차별화"편의기능·하이브리드·주행 성능 늘려···젊은층 타깃그랜저보다 1000만원 비싸···아쉬운 실내 인테리어

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 사진=김다정 기자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 사진=김다정 기자

'숙명의 라이벌'로는 부족하다. 시대와 상황을 막론하고 한일전은 단순한 라이벌 그 이상이다. 제아무리 작은 경기라도 일단 맞붙으면 이기고 봐야지.

그런 의미에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맞붙은 한국과 일본, 양국 간의 싸움은 흥미롭다. 일본 토요타는 '원조 사장님차' 크라운(CROWN)을 앞세워 한국 현대자동차의 간판 모델 '그랜저'와 충돌을 예고했다.

'왕관'을 뜻하는 단어에서 이름을 딴 크라운은 지난 1955년 토요타 최초의 양산형 승용차로 출시된 이후 토요타 브랜드 라인업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1986년 데뷔한 그랜저도 '6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크라운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다.

긴 역사를 가진 크라운이지만 한국에서는 1972년 '뉴크라운S' 출시 이후 그 명맥이 끊겼다. 그 사이 그랜저는 국내 '대형 세단'은 물론 국내 자동차 시장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7세대 모델 '디 올 뉴 그랜저'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국내에서 총 5만1442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명실상부 내수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오는 7월에 지난해 연간 판매량(6만7040대)을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그랜저 하이브리드 모델은 전체 판매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 전후면 디자인. 사진=김다정 기자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 전후면 디자인. 사진=김다정 기자

크라운 "그랜저 대항마? 나는 '펀 드라이빙' 나만의 길을 간다"
과연 토요타가 51년 만에 자신있게 내놓은 '크라운'은 그랜저라는 단단한 '철옹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크라운의 출시는 한국 시장을 철저히 계산한 결과다. 국내 자동차 소비 성향 자체가 SUV로 몰리는 가운데 토요타는 크라운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세단을 버리고 크로스오버 타입을 먼저 선보였다. 모델은 2.5 하이브리드와 2.4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 등 2가지다.

일본에서는 럭셔리하고 중후한 이미지가 강한 크라운이지만 한국 시장에는 '젊은 감성'을 부여하면서 그랜저와의 정면승부를 살짝 피해가는 전략이다.

16세대 크라운 크로스오버를 직접 타보니 그랜저의 '대항마'로 꼽히면서도 확연히 다른 크라운만의 차별화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듀얼부스트 하이브리드차는 시승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운전인 기자도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2.4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 모델은 하이브리드 모델이면서 즉각적인 반응성과 퍼포먼스 드라이빙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하이브리드다. 효율보다 강한 성능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모델이다.

바이폴라 니켈 메탈 배터리를 바탕으로 2.4 가솔린 터보 엔진과 모터 그리고 6단 자동 변속기를 맞물려 348마력에 달하는 시스템 출력을 낸다. 엔진 출력은 272마력, 최대토크는 46.9kg.m다. 뒤쪽에 새롭게 개발된 고성능 모터가 내장된 e-Axle 기반의 E-Four Advanced 시스템이 장착돼 있다. E-Axle를 통해 기존 E-Four 시스템 대비 더 큰 구동력을 후륜에 전달할 수 있다.

정하윤 토요타 상품기획부 매니저는 "듀얼부스트 하이브리드 모델은 뒤쪽에서도 강력한 엔진 출력으로 후륜 구동 차량에 가까운 안정적인 직진 주행성과 코너링 등 적극적인 퍼포먼스를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 2.4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 모델 주행 모드. 사진=김다정 기자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 2.4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 모델 주행 모드. 사진=김다정 기자

실제로 타본 2.4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 모델은 조금만 엑셀을 밟아도 뻥 뚫린 도로를 쭉쭉 뻗어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스포츠모드로 엑셀레이터를 밟아보니 몸이 시트에 파묻힐 정도로 빠르게 튀어 나갔다

아직 운전에 미숙한 초보인터라 속도를 내는 데 두려움이 있었음에도 언제 밟는지 모르는 사이 200km/h까지 나갈 정도의 편안한 가속감이었다. 분명 체감 속도는 100km/h 정도였는데 말이다.

운전석 뿐 아니라 동승석에 앉아있을 때도 크게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노면소음과 풍절음이 상당히 억제된 덕에 빠른 속도를 더 체감할 수 없었던 듯하다. 무엇보다 과속하는 동안에도 차체가 흔들림없이 안정적이었던 것도 큰 몫을 했다. 코너링 구간에서도 과한 쏠림없이 안정적으로 차체를 잡아준다거나, 급정거 시에도 앞쪽으로 크게 쏠림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

보통 엔진을 키우면 연비가 떨어지기 마련인데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명가답게 고배기량 엔진에도 자신있게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넣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물론 공인 연비는 11.0km/l로 17.2km/l를 기록한 2.5 일반 하이브리드 대비 매우 낮은 편이다.

크라운에 탑재된 바이폴라) 니켈 메탈 배터리는 종래의 니켈-메탈 배터리와 비교해 전기저항을 감소시켜 높은 전류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토크가 필요한 구간에서 모터를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시켜 연비를 강화한다.

기존 하이브리드의 연료효율성을 강조한 2.5 하이브리드도 무난하고 안정적인 승차감을 보여줬다. 2.4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 시승 시에는 드라이빙에 초점을 맞췄다면 2.5 하이브리드에서는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TSS)를 활용하는데 중점을 뒀다.

크라운은 2.5레벨 정도의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하고 있어 장거리 초보운전으로서 운전 피로도가 굉장히 낮았다.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RCC)을 활용하면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운전자가 설정한 차량 속도와 앞 차량과의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시켜 주고,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PCS)이 예기치 못한 상황까지 미연에 방지해주기 때문에 전방 주시만 잘하면 크게 사고가 날 일이 없다.

특히 주차 보조 브레이크(PKSB)와 자동 주차 기능 (Auto Parking)이 탑재됐다는 것은 초보운전에게 가장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시승에서는 아쉽게 활성화할 기회가 없었지만 주차가 가장 큰 난관인 초보운전자들에게는 필수적인 기능이 아닐까 싶다.

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 측면 디자인. 사진=김다정 기자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 측면 디자인. 사진=김다정 기자

세련된 외관과 클래식한 내부의 묘한 '괴리감'
크라운 크로스오버는 젊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으로 출시 전부터 큰 관심을 받은 모델이다. 중후하고 단정한 과거의 크라운 대신 더욱 세련된 스타일링으로 무장했다.

크라운의 전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새롭게 디자인된 모던한 왕관 엠블럼이다. 망치의 머리를 형상화한 '해머헤드(Hammer Head)' 컨셉으로 공격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전면 디자인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측면은 전통적인 세단의 3-박스 디자인에서 벗어난 크로스오버 디자인을 통해 세단과 SUV의 느낌을 조화롭게 구현했다. 특히 후면의 LED 라이팅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강조하면서 독특한 감성을 살렸다. 한마디로 '영앤리치'를 공략하겠다는 토요타의 의지가 엿보인다.

럭셔리하고 날렵한 이미지로 젊은 층을 공략하겠다는 토요타의 전략과 달리 실내 인테리어는 여전히 '사장님 차'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젊어진 외관과 그렇지 못한 내부랄까? 오히려 요즘 출시되는 신차들과 비교하면 몇 세대 뒤처진 느낌이다.

특히 2.5 하이브리드와 2.4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의 가격(개별소비세 3.5% 기준)이 신형 그랜드 하이브리드 4233만~5121만원보다 비싼 5670만원, 6480만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크라운의 실내 마감은 다소 아쉽다. 여기에 오는 7월부터 개소세가 인하될 경우 가격은 더 인상될 전망이어서 가격경쟁력에서 의문이 든다.

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 실내 디자인. 사진=김다정 기자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 실내 디자인. 사진=김다정 기자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차량 내부 스크린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디스플레이는 제어판 역할뿐만 아니라 운전석 주변을 화려한 화면으로 차별화하면서 대형화 고급화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만 하더라도 디지털 계기판과 차량 내 공조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는 화면이 가로 약 70㎝로 연결된 '파노라믹 커브드 와이드 디스플레이'를 중형 세단인 신형 쏘나타, 소형 SUV 코나 등에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크라운은 12.3인치 터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멀티미디어 화면 바로 아래에 공조장치 컨트롤 패널과 자주 사용되는 기능들은 물리버튼으로 적용했다. 크라운의 주요 타깃이 젊은층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대신 운전자의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만큼 높은 직관성만큼은 단연 최고 수준이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운전 중 시야의 분산 없이 간편하고 직관적인 메뉴 조작을 가능하게 한다.

몇 가지 아쉬운 점들이 있었지만 "하이브리드는 곧 연비라는 통념을 깨겠다"는 크라운의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 크라운이 69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변화무쌍한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DNA 때문이 아닐까 싶다.

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 2열 공간. 사진=김다정 기자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 2열 공간. 사진=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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