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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영풍제지 품은 대양금속, 7개월새 지분가치 3.8배 불렸다

증권 종목 디스클로징 게임

영풍제지 품은 대양금속, 7개월새 지분가치 3.8배 불렸다

등록 2023.06.20 06:49

정백현

  기자

영풍제지, 사연 많은 지배구조···TV 드라마 소재로대양금속, 지난해 말 1290억원에 지분 인수 완료2차전지 사업 진출 주가 뻥튀기···먹튀 의혹 확산

골판지 제조업체로 알려진 코스피 상장사 영풍제지는 지난해 말 대주주가 대양금속으로 바뀌었다. 최근 시장에서 달아오르고 있는 2차전지 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공격 경영에 나서고 있는 대양금속은 영풍제지를 인수한 후 얼마나 벌었을까?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영풍제지는 코스피 시장에서 전 거래일인 지난 16일보다 0.85% 내린 2만3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2일 이후 4거래일 만에 하락 마감이다. 하지만 올해 첫 거래일 종가와 비교하면 무려 71.2%나 오른 가격이다.

영풍제지는 지난 1970년 이무진 창업주가 세운 제지회사다. 1996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이 회사는 기업 간 거래(B2B)를 주로 해왔기 때문에 대중적 인지도가 다소 낮은 편이다.

다만 회사 주요 제품인 지관원지와 라이너원지의 매출이 워낙 안정적이기에 경영 실적은 꽤 탄탄한 편이다. 지관원지는 비닐이나 원단 포장 안에 들어가는 두꺼운 속지를 뜻하고 라이너원지는 종이상자용 골판지의 원료다.

'막장 드라마' 소재로 비화된 오너 일가 스토리

이 회사의 이름이 대중에 알려진 것은 꽤나 드라마틱한 역사를 지닌 지배구조 때문이다. 영풍제지는 지난 2012년 말 기존 최대주주였던 이무진 창업주가 노성현(당시 이름 노미정) 부회장에게 보유 주식 전량을 무상 증여하면서 회사 주인이 노 부회장으로 바뀐다.

창업주의 장남은 이에 자신보다 한참 어린 의붓어머니 노 부회장을 고소했고, 이 이야기는 훗날 TV 드라마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노 부회장은 창업주의 두 번째 부인으로 부부 간 나이차가 무려 35세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으로부터 200억원 이상 규모의 지분을 물려받았지만 부부 간 비과세 증여 한도를 훌쩍 넘기면서 상당한 증여세가 부과됐다. 당시 노 부회장은 주식담보대출을 실행하고 주당 배당금을 2014년 240%까지 늘리는 고배당 정책으로 이를 해결했다.

노 부회장의 세금 문제를 회사를 통해 해결하는 사이 회사의 실적은 고꾸라졌다. 2012년 165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2013년과 2014년 35억7000만원과 8억6500만원으로 줄었고, 급기야 2015년에는 21억7300만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결국 이 회사는 지난 2015년 말 사모펀드 운용사 큐캐피탈파트너스의 사모펀드 중 하나인 그로쓰제일호투자목적주식회사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큐캐피탈이 영풍제지 지분 1122만1730주를 인수하는데 투자한 돈은 1주당 5790원씩 총 650억원이었다.

지분 인수 후 6년 여가 흐른 지난해 6월 큐캐피탈은 영풍제지 인수 의사를 밝힌 코스피 상장사 대양금속에 보유 지분을 그대로 넘기기로 했다. 5790원에 사들인 영풍제지 지분 가치는 1만1488원으로 6년 전의 2배가 됐다. 큐캐피탈은 투자 원금의 2배 이익을 보고 영풍제지에서 손을 뗐다.

재미있는 점은 대양금속의 인수 가격이다. 대양금속의 인수 계약 당시 주당 단가는 계약 체결일인 지난해 6월 14일 종가보다 주당 1600원 정도 저렴하다. 이 당시 제지업계 상장사들의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영풍제지의 수익성 이슈가 주목을 받으면서 대양금속의 주당 인수단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새우가 고래 삼킨다" 비판 받던 M&A···앞으로가 문제

스테인리스 사업만 줄곧 했던 대양금속이 갑자기 제지 회사를 인수한다는 사실에 시장은 의아해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대양금속이 영풍제지를 인수하는 것은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인수 계약 당시 대양금속의 시총(1400억원)은 영풍제지 시총(2900억원)의 절반에 불과했다. 여기에 대양금속의 자본금은 220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1290억원에 달하는 인수대금을 원만히 부담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뒤따랐다.

실제로 대양금속은 자체 재원보다는 재무적 투자자 유치와 영풍제지 상대 전환사채 발행, 금융기관 차입 등 외부 재원으로 영풍제지를 인수했다. 전형적인 무자본 M&A라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대양금속의 경영권 인수 후 4개월 여가 흐른 지난 4월 영풍제지는 무상증자를 단행했다. 무상증자는 주주들로부터 대가를 받지 않고 신주를 늘려 자본금을 늘리는 행위다. 영풍제지는 회사 보유 고정자산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생긴 차액 192억원을 무증 재원으로 썼다.

영풍제지가 회사 보유 고정자산에 대한 재평가를 실시한 것은 2000년 이후 23년 만이다. 회사 자산가치는 지난 20여년간 물가 등의 인상 흐름을 타고 자연스럽게 늘어났고 이를 통해 자본잉여금이 발생했다. 이 잉여금을 증자 재원으로 활용한 것이다.

증자 후 대양금속의 영풍제지 보유 주식 수는 2091만6825주로 늘었다. 지분가치 환산액도 3560억원으로 소폭 늘어났다.

이후 영풍제지의 주가는 2차전지와 전자폐기물 처리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계획이 공개되면서 이달 초 크게 뛰었다. 영풍제지는 지난 2일 대주주인 대양금속과 함께 호주에서 2차전지 관련 사업을 펼치고 있는 한 기업과 협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 협업 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영풍제지와 대양금속은 리튬 광산 개발 투자와 배터리 소재 개발, 배터리 모듈·패키징 제조와 폐배터리 재활용 등 2차전지 관련 사업에 다각적으로 참여하고 관련 업체에 대한 M&A에도 적극 나선다.

2차전지 사업 진출 발표 후 영풍제지의 주가는 급등했고, 대양금속의 지분 가치도 폭등했다. 지난해 6월 영풍제지 인수 계약 체결 당시 1290억원을 투자했던 대양금속은 19일 종가 기준으로 4853억원 상당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자산가치가 무려 3.8배 늘어난 셈이다.

문제는 대양금속의 향후 행보다. 영풍제지 인수 과정에서부터 여러 가지 의문점이 많았던 만큼 장기적으로 회사를 얼마나 키워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대양금속이 의도적으로 영풍제지의 주가를 부풀린 뒤 적정 시점이 되면 지분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영풍제지를 통한 2차전지 사업 진출 역시 주가를 띄우기 위한 전략이라는 비판이 존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양금속 측은 단기에 지분을 털고 나갈 가능성을 부인했다. 대양금속 관계자는 "영풍제지의 본업과 연관된 제지업계 내 M&A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지속적인 투자 의지의 증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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