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대 경험 많아···리더십 발휘할 적임자"美정계와 인연 깊은 미국통···4대 그룹 복귀 과제재계 서열 80위권 밖···이름값 떨어진다는 지적도
경제계에 '잔뼈'가 굵은 류진 회장에 놓여있는 과제가 적지 않다. 그중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의 전경련 재가입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이미 4대 그룹에 재가입 신청서까지 제출한 상태다. 다만 국정농단 후유증이 남아있는 만큼 4대 그룹이 선뜻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오는 22일 개최하는 임시총회에서 기관명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바꾸고 김병준 직무대행 후임으로 류진 풍산 회장을 추대했다. 전경련은 "류 회장은 글로벌 무대에서의 경험, 지식, 네트워크가 탁월한 분으로 새롭게 태어날 한경협이 글로벌 싱크탱크이자 글로벌 중추 경제단체로 거듭나는 데 리더십을 발휘해줄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1958년생인 류진 회장은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다트머스대 경영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또 지난 2001년부터 전경련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서울국제포럼 부회장 ▲한국메세나협회 부회장 ▲CSIS(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이사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미국 정계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류 회장은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분류된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2019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을 찾아 류 회장을 '소중한 벗'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또 '아버지 부시'로 불리는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식 때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등과 조문 사절단에 포함되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제7대 한미재계회의 한국 측 위원장에 선임됐으며 같은 달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동행했다. 당시 류 회장은 한국 경제계와 CSIS의 오찬 간담회 등을 직접 마련했다. 이 때문에 재계 안팎에선 전경련이 한미 관계를 중시하는 윤석열 정부와 호흡을 맞추기 위해 류 회장을 낙점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경련은 일시적으로 외부인이 이끌어왔기 때문에 오랫동안 기업을 경영한 기업인이 새로운 수장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정부와 유착 관계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첨단 산업을 이끄는 정책 수립자들의 의견을 청취해 전경련이 기업인을 중심으로 싱크탱크로서의 역할을 해나갈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류 회장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는 국정농단 사태로 전경련을 떠난 4대 그룹의 '복귀'가 꼽힌다. 그동안 전경련은 조직 혁신안을 마련하고 한·미정상회담 경제사절단 파견 및 4대 그룹 총수가 참여한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행사 등을 주도하며 위상 회복에 나서고 있다. 이를 발판삼아 최근 4대 그룹에 재가입 서한을 보냈으나 이들 그룹의 복귀는 아직도 요원한 상태다.
다만 풍산이 국내 재계 순위 밖 기업인 만큼 류 회장이 4대 그룹 복귀를 추진할 만큼 무게감이 높은 인물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풍산그룹은 전기동(구리)을 이용해 동 및 동합금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신동사업과 탄약을 중심으로 한 방위산업을 영위하고 있으나 공정거래위원회가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한 80위권 기업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는 풍산의 자산 규모가 5조원도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또 류 회장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 허창수 GS 명예회장 등 전경련의 과거 수장과 비교해도 이름값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어떤 곳이건 총대를 먼저 메야 하는 기업이 등장해야 다른 기업도 전경련 가입에 동참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후유증이 있기에 삼성이건 SK건 전면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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