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은행 합병 이끈 금융 전문가양종희·허인 지주 부회장과 막판 경쟁
29일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이날 차기 회장 후보 6명에 대한 인터뷰를 거쳐 세 명의 2차 숏리스트(최종 후보군)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양종희·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과 함께 김병호 HD은행 회장이 최종 관문에 진입했다. KB금융 회추위는 다음달 8일 이들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2차)를 갖고 차기 회장 후보를 결정한다.
눈여겨 볼 대목은 김병호 회장의 이름이 공개되면서 관심을 모았던 외부 출신 후보가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당초 회추위는 내부 인사 4명을 비롯해 총 6명의 1차 후보군을 추렸는데, 외부 인사와 관련해선 본인 의중을 반영해 2차 숏리스트 선정 시까지 익명성을 보장하기로 한 바 있다.
김병호 회장(1961년생)은 명지고와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UC버클리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을 마친 인물이다. 그는 1987년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하며 국내 금융권에 발을 들였다. 또 1991년 한국투자금융이 하나은행으로 간판을 바꿔 달자 뉴욕지점장과 하나금융지주 설립기획단 팀장, 지주 재무담당 부사장, 총괄부행장을 거쳐 하나은행장과 지주 부회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베트남 HD은행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김 회장은 통합 하나은행 탄생에 기여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 준비에 착수했을 당시 뉴욕지점장으로 재직하던 그는 그룹의 부름을 받고 돌아와 이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후 하나은행장에 올라 조직을 재정비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부회장까지 맡아봤다.
특히 김 회장은 국내 주요 금융그룹의 CEO 교체 시기마다 유력 후보로 이름을 올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8년 하나금융 회장 레이스 때 롱리스트에 포함된 데 이어 2020년 KB금융 회장 인선 과정에서 윤종규 현 회장과 함께 최종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연초엔 우리금융과 신한금융 회추위로부터도 후보 제안을 받았으나, 이를 고사하면서 면접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김 회장이 금융그룹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그만큼 능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 아니겠냐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선이다. 실제 여러 분야를 경험한 탓인지 김 회장에 대해선 전략과 재무 분야의 전문성은 물론 국제적 감각도 겸비하고 있다는 평가가 앞선다.
KB금융 관계자는 "막상 외부 후보를 경쟁에 참여시키려 해도 금융그룹 회장에 걸맞은 경험이나 역량을 갖춘 인물을 찾는 게 쉽지 않다"면서 "회추위도 고민 끝에 전문성을 지닌 김 회장을 후보로 모신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회추위는 심도 있는 논의를 바탕으로 그룹의 미래를 이끌 차기 회장을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2020년엔 숏리스트를 대상으로 한 번의 인터뷰를 치렀으나, 올해엔 두 차례의 인터뷰에 외부 기관을 통한 평판 조회까지 실시함으로써 면밀하게 후보자를 검증하기로 했다. 세 명의 최종 후보에겐 두 번의 인터뷰 기회를 부여한다. 아울러 외부 후보에 대해선 내부 후보보다 더 많은 인터뷰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물론, 평가 기준과 그룹의 내부 자료를 충분히 제시해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기로 했다.
선정된 후보자는 관련 법령에서 정한 자격 검증과 9월 12일 회추위·이사회 추천, 11월 20일 주주총회 등 절차를 거쳐 회장으로서 정식 행보에 돌입하게 된다.
김경호 회추위원장은 "서로 존중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펼친 모든 후보자에게 감사드린다"면서 "KB금융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견인할 최적의 적임자가 차기 회장에 선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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