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 랩어카운트 잔고 102조8300억···작년 말比 12조원↓채권형 신탁 규모 6월부터 50조원대로 급감···3년 6개월만증권사, 만기 미스매칭·자전거래 등으로 고객 손실 보전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일임형 랩어카운트 잔고는 102조8293억원으로 작년 말(115조1181억원) 대비 12조3000억원 감소했다. 증권사에 예치된 금전신탁 규모도 218조8089억원으로 작년 말(236조5210억원)보다 17조7000억원 줄었다.
이중 채권형 신탁은 57조2782억원으로 지난해 말(64조2768억원) 대비 6조9986억원(10.8%) 쪼그라들었다. 채권형 신탁 규모는 지난 6월 말부터 50조원대로 내려왔는데, 이는 지난 2020년 3월(58조8825억원)이후 처음이다.
랩어카운트는 증권사가 수수료를 받고 여러 가지 서비스를 한 데 묶어 고객의 성향에 맞춰 자산을 관리해 주는 상품으로, 주식·채권·해외펀드·상장지수펀드(ETF) 등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통합적으로 관리해 주는 서비스다.
신탁은 금전·재산·종합재산으로 분류되며 이 중 금전신탁은 고객의 투자처 지정 여부에 따라 특정금전신탁과 불특정금전신탁으로 나뉜다. 특정금전신탁은 금융기관이 주식·예·적금·채권·단기금융상품 등 고객이 지정한 방법에 따라 자금을 운용한 뒤 수익을 배당한다.
특히 올해 랩·신탁 규모는 투심 위축으로 자금이 쪼그라드는 추세에서 감독 당국까지 전면적인 조사를 단행하면서 잔고가 급감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연초 랩·신탁 관련 불건전 영업 관행을 올해 테마 검사로 선정하고, 5월 초 KB증권과 하나증권을 시작으로 교보증권,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SK증권 등 랩·신탁 운용 실태 점검에 착수했다. 이달에는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에 대한 현장검사를 마쳤다.
통상 채권형 랩·신탁은 3~6개월간 단기 여유자금을 운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된다. 다만 일부 증권사들은 높은 수익률 달성을 위해 만기가 1~3년 이상인 장기 기업어음(CP)이나 유동성이 낮은 고금리 CP 등을 편입해 운용하는 만기 불일치 전략을 써왔다.
문제는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채권형 랩·신탁 고객들의 대규모 환매 요청이 발생하자 일부 증권사들이 불법적인 방식으로 고객의 손실을 보전해 준 정황이 포착됐다.
실제로 KB증권은 하나증권과 계약만기 시점에 운용 중인 다른 계좌에 장부가로 매각해 자전거래 하는 방식으로 환매 자금을 마련한 점이 적발됐다. 그간 증권사들이 랩·신탁 등에 편입된 자산으로 암묵적으로 부당한 거래를 해왔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었다.
전날 NH투자증권도 최근 채권형 랩어카운트 상품의 만기 미스매칭 전략 활용 등 불건전 운용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는 증권사의 랩신탁 불건전 영업 행위 적발에 따라 당국의 조사가 연장될 경우 시장 침체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안 그래도 시장이 안 좋은 상황에서 당국 조사 이후부터 랩·신탁 관련 이슈들이 끊임없이 나오다 보니 규모의 측면에서는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다"며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운용 방식도 조심스러워질 수 밖에 없고 영업도 이전만큼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안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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