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증시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네 번째 공매도 금지···MSCI 편입 등 글로벌 스탠더드 역행 우려
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은 이날부터 오는 2024년 6월 말까지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 시장 등 국내 증시 전체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전면 금지 시켰다.
당국이 공매도 전면 금지에 나선것은 고금리 환경과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의 관행적 불법 공매도를 근절도 배경으로 꼽힌다.
또한 공매도 금지 기간을 불법 공매도 근절의 원점으로 삼고 '기울어진 운동장'의 근본적인 해소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외국인·기관과 개인 간 대주 상환기간 연장, 담보 비율 인하 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한다.
무차입 공매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도 모색한다. 이를 위해 외국인·기관 투자자의 불법 공매도 실태를 분석하고 시장전문가로부터 의견수렴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필요시에는 국회와 협의해 입법화도 추진한다.
당국은 글로벌IB 전수조사를 통한 무차입 공매도 강력 처벌도 약속했다. 금감원의 공매도 특별조사단 출범에 따라 글로벌 IB 10개 사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적발 시 형사고발 하는 등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그간 금융당국이 보인 것과는 상반된 태도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1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외국인 투자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과연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인지 자신이 없다"며 공매도 금지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었다.
그러다 입장을 바꾼 것은 금융당국이 한국 증시가 외국인·기관들의 '공매도 놀이터'가 됐다는 개인투자자들의 지적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무차입 공매도가 시장의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본 것이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홍콩 소재 글로벌 투자은행(IB)인 BNP파리바와 HSBC에 대한 대규모 무차입 불법 공매도를 적발한 점도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에 힘을 실었다.
정부의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는 이번이 네 번째로, 앞서 2008년(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유럽 재정위기), 2020년(코로나19 위기)에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한 바 있다. 이후 2021년 5월부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 구성 종목에만 공매도를 부분 재개했으나, 다시 한번 공매도를 전면 중단하고 전향적인 제도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와 증권가에서는 이번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가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시장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장기화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 증시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글로벌 스탠더드를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8월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공매도 규제효과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공매도 규제 효과에 대한 실증분석 결과, 공매도 규제가 시장의 가격 효율성을 저하시키고 변동성을 확대시키며 시장 거래를 위축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전면 금지와 같은 극단적인 접근 방식보다는 그 기능은 유지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공매도 규제를 운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금융위기처럼 대외적인 악재가 아닌 내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공매도 금지된 처음 보는 사례"라며 "단기적으로 증시가 오를 수는 있겠지만, 공매도 전면 금지에 대한 진짜 실효성은 확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MSCI 선진국 지수로 편입되기 위해서는 공매도가 전면 재개되는 방향으로 가야하는데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어 지수에 포함될 가능성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가 관계자는 "개인과 기관 간의 차입조건을 동일하게 한다는 것부터 의문"이라며 "개인과 기관은 당연히 신용도 측면에서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데 어느 한쪽의 비율을 높이거나 낮춰서 맞춘다는 것은 더 불공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공매도 금지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국의 의도가 드러나는 조치가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안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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