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율 9.67%로 확대···오너 3세 체제 속도시장 신뢰 높인 직접 이전남은 23.05% 처리 방식 주목
3500억원 안팎의 세금을 내더라도 우회로는 택하지 않았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장남인 정기선 HD현대 회장에게 지주사 HD현대 지분을 직접 증여하기로 하면서 HD현대의 승계 작업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 이사장은 내달 3일 정 회장에게 HD현대 보통주 280만주(3.54%)를 증여할 예정이다. 6일 종가(21만9000원) 기준 증여 규모는 약 6132억원이다. 실제 증여재산가액은 상속·증여세법에 따라 증여일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간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증여가 완료되면 정 회장의 HD현대 지분율은 기존 6.12%에서 9.67%로 높아진다. 국민연금을 제치고 2대 주주에 오르며 경영권에 이어 소유 기반도 한층 강화하게 된다. 반면 정 이사장의 지분율은 26.60%에서 23.05%로 낮아지지만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한다. 부자의 합산 지분율도 32.72%로 변함이 없어 그룹 지배력에는 변화가 없다.
재계가 주목하는 것은 얼마를 증여했느냐보다 어떻게 증여했느냐다. 상장주식은 증여일 전후 4개월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평가되고, 최대주주 보유 주식에는 20% 할증평가가 적용된다. 이를 반영한 과세 대상 금액은 약 7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최고 50%의 증여세율을 적용하면 증여세는 약 3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세액은 평균 주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HD현대는 합병이나 지배구조 개편, 계열사 거래 등을 활용한 우회 방식 대신 지주사 지분을 직접 이전하는 길을 택했다. 재계에서는 세금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가장 단순하고 투명한 방식을 선택한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최근 기업 지배구조와 주주가치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가 높아진 점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번 증여는 8년간 이어진 정 회장의 승계 작업의 연장선에 있다. 정 회장은 2018년 부친으로부터 증여받은 현금으로 당시 현대로보틱스(현 HD현대) 지분 5.1%를 매입하며 처음 지주사 지분을 확보했다. 이후 2024년에는 약 470억원을 들여 장내에서 지분을 추가 매입했고, 이번 증여를 통해 지분율을 10%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게 됐다.
이번 거래로 경영권 승계에 이어 소유권 이전도 본격적인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회장은 지난해 회장에 오르며 그룹 경영 전면에 섰고 이번 지분 이전으로 지배력뿐 아니라 소유 기반까지 강화했다.
다만 승계 작업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증여 이후에도 정 이사장은 HD현대 지분 23.0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남는다. 6일 종가 기준 잔여 지분 가치는 약 3조9850억원에 달한다. 향후 이 지분을 추가 증여하거나 상속하는 과정에서도 막대한 세금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는 남은 지분 이전 역시 시장 상황과 주가, 배당 규모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증여세 재원은 배당금과 주식담보대출 등을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거래는 단순한 지분 이전이 아니라 경영권 승계 이후 소유권 승계가 본격화됐다는 신호"라며 "직접 증여를 선택한 만큼 향후 남은 지분 이전 과정에서도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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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gamja@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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