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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은행들 '공공의 적' 만든 정부

오피니언 기자수첩

은행들 '공공의 적' 만든 정부

등록 2023.11.07 17:44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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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비가 오면 우산 장수는 돈을 벌지만 짚신 장수는 속만 태운다. 반대의 상황이 되면 두 장수의 표정이 달라진다. 상황에 따라 희비(喜悲)가 갈린다.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벌어진 일인 만큼 누구의 탓도 아니다.

최근의 은행들은 비가 와도 해가 내리쬐도 어떤 표정을 지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이자 이익이 크게 늘면서 수익성은 좋아졌지만 여론은 그 어느 때보다 싸늘하다.

반대로 취약 차주에 대한 리스크도 크게 늘었다는 점에 주목하는 시선은 적다. 커진 수익 규모가 모든 이슈를 시시하게 만들어서다.

다만 은행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의 영향이 컸다. 코로나19로 인해 유례없는 저금리 시대 땐 그만큼 벌이가 적었지만 팬데믹 종료 이후 인플레이션 완화 등 정상화를 위해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등 선진국의 기준금리도 빠른 속도로 올랐다. 시장금리도 그만큼 따라 올랐다.

은행들은 높아진 대출금리만큼 곳간을 두둑히 채웠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역대급 실적이 예고됐다. '이자 장사'라는 비판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여기에 엄청난 성과급과 희망퇴직자의 고액 퇴직금, 은행원의 횡령 사건 등이 겹치며 모두가 힘든 시기에 혼자만 '웃는' 모양새가 됐다. 은행이 '공공의 적'으로 몰리기에 딱 좋은 여건이 됐다.

하지만 여기엔 '왜' 이런 상황이 됐는지가 빠졌다. 여기에 은행이 금융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지도 봐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통해 개인과 기업의 금융 활동을 돕고 이를 통해 경제 활동을 촉진하고 자본의 움직임을 조절하게 한다. 나아가서는 금융 시장의 안정성과 투명성을 유지하는 것이 은행이다.

은행을 '이자 장사'를 하는 집단으로, 소비자가 불리해질 수밖에 없는 '독과점' 시장으로, 소상공인이 은행의 '종노릇'을 하고 있다는 정제되지 않은 표현으로 몰아세워서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은행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공공의 적' 이미지가 덧씌워진다면 피해를 보는 쪽은 오히려 금융 소비자이고 흔들리는 것은 사회질서다.

빌린 돈을 갚는 것은 당연한 약속이다. 은행에서 내거는 이자 조건이 고금리이건, 저금리이건 같다. 저금리일 땐 누구나 돈을 빌려 썼고 그에 맞는 이자를 갚았다. 고금리라고 해서 원칙이 변하는 것이 아니다. 은행이 과도한 금리로 이자 장사를 하는 악덕 장사꾼이 되면 이런 기본적인 약속을 흔들게 된다. 물론, 은행의 금리 산정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차치한 기본적인 원리만 말하는 것이다.

은행의 금리 산정에 문제가 있다면 그에 대한 비판과 개선을 요구해야 맞다.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이는 은행 전체를 매질할 것이 아니라 고금리 시대에 취약 차주에 대한 대비, 손실 흡수능력을 키우는 것이 먼저다. 은행들 역시 '빛 좋은 개살구' 같은 상생 금융이 아닌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상생 금융에 대한 자발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금융은 누구나 알듯이 규제 산업이다. 신사업은 물론 혁신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하다. '총선용 시선 돌리기'라는 의문이 들지 않게 하려면 무차별적인 비판이 아닌 체계적인 제도 개선과 시스템 마련에 공을 들여야 한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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