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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 "미술과 금융 접목···시장 저변 넓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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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 "미술과 금융 접목···시장 저변 넓힐 것"

등록 2024.01.03 07:20

류소현

  기자

1호 투자계약증권 흥행 성공···청약 경쟁률 6.5:1 기록가상계좌, 투자한도 등 시장 친화적인 투자 방식 고민해다음 청약은 다음달 진행 예정···데이터 기반 작품 선정

지난 12월 26일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가 1호 투자계약증권의 기초자산인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지난 12월 26일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가 1호 투자계약증권의 기초자산인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와의 인터뷰는 강남에 있는 열매컴퍼니의 수장고에서 진행됐다. 투자계약증권 1호 기초자산으로 관심을 모은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호박'을 포함해 기존 아트앤가이드에서 조각투자를 진행한 후 아직 매각하지 않은 작품들 모두 이곳에 있다. 열매컴퍼니의 투자자들은 향후 이곳에서 자신이 투자한 기초자산을 관람할 수 있다.

수장고는 항온항습기로 습도와 온도가 항상 유지되는 것은 물론 화재에서 보호하기 위해 사면의 벽은 두께가 5cm 넘는 철판으로 둘러싸여 있고, 화재 발생시 실내 공기를 없애 불길이 들이치는 것을 방지하는 기체형 스프링클러를 갖추고 있다.

김재욱 대표는 "전의 갤러리는 지하 1층이었는데 수재가 날 뻔한 위기를 겪고 난 뒤 이번에는 지상 1층으로 옮겼다"며 "인근에서 이곳의 지대가 가장 높다, 서울 전체가 잠기기 전에는 안전할 것"이라고 웃었다.

인터뷰를 진행한 지난해 12월 26일은 열매컴퍼니의 첫 청약 공모가 진행된 직후로 납입기일 첫날이었다. 열매컴퍼니는 지난해 11월 23일 제출한 1차 정정신고서가 12월 15일 정식으로 효력이 발생하면서 1호 투자계약증권 타이틀을 획득했다.

12월 18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된 쿠사마 야요이의 2001년작 호박은 모집 목표 금액인 12억3200만원을 청약 개시 1시간 만에 달성할 정도로 투자 열기가 뜨거웠다. 청약 경쟁률은 6.5:1을 기록했다.

김재욱 대표는 "청약 기간 동안 2000명이 새로 가입하고 1000명 넘게 실제 투자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제도권에 들어오기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투자계약증권이었으나,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 데에 일차적으로 성공한 것이다.

김대욱 대표는 '발행사의 책임'과 '투자자 친화적인 공모 구조'를 강조했다. 김재욱 대표는 "시장이 건전하게 형성되려면 발행자의 역할이나 책임이 강조되는 게 맞다"며 "향후에도 발행되는 물량에 대해 발행자로서 책임을 다할 수 있게 장치들을 마련할 수 있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열매컴퍼니는 과거 발행 물량의 5%씩 매번 적립해 현재 투자자 보호 기금으로 10억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부담되는 금액이지만 투자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필요한 장치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이전에 선착순으로 진행했던 것과 달리 이번 청약은 일반 청약 구조로 바뀌었다. 1억원이었던 투자 한도는 3000만원으로 낮춰 보다 많은 소액 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가 발행 물량의 10% 지분을 보유하는 방식은 기존대로 유지했다. 책임 투자의 일환이다. 여기에 수익률이 8%가 넘어가면 발행사가 초과 이익의 20%를 받는 성과 보수 체계가 새로 적용됐다.

김재욱 대표는 개인적으로도 이번 청약에 참여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회사에서 진행하는 모든 공모에 개인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라며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회사 차원에서뿐 아니라 대표 개인도 함께 부담함으로써 책임감 있게 투자하는 환경이 조성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열매컴퍼니의 공모 수익률은 우수하다. 아트앤가이드는 지금까지 총 177개 작품의 공모를 진행해 126개를 매각했다. 누적 모집금액 444억원, 평균 수익률은 약 26%대다. 평균보관기간은 374일로 1년 남짓이다.

청약 구조에 대한 열매컴퍼니의 고민은 현재 진행형이다. 향후 발행하는 작품의 성격이나 공모 규모에 따라 1주의 가격이나 투자 한도, 선배정 물량 등을 달리할 예정이다. 기관 투자자들의 참여를 늘리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가 지난 12월 26일 뉴스웨이와의 인터뷰가 진행된 강남의 자사 수장고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가 지난 12월 26일 뉴스웨이와의 인터뷰가 진행된 강남의 자사 수장고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열매컴퍼니의 청약 구조 특징 중 하나는 가상계좌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증권신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난항을 겪은 부분이기도 하다. 통상 증권 청약은 증권사를 통해 진행된다. 가상계좌를 사용하는 것은 전례가 없었던 방식이다.

김재욱 대표는 "청약 방식의 혁신"이라고 자평했다. 증권사 계좌를 통해 청약 받는 방식은 계좌 개설을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실제 배정 받는 물량이 아닌 청약 물량을 기준으로 많은 증거금을 납입해야 한다. 반면 가상계좌는 그런 면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편의가 보장된다는 설명이다.

처음 도입되는 방식인 만큼 우려도 많았다. 금융 당국에 가상계좌를 사용해도 투자자 보호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설득해야 했다.

자금세탁방지 가능성이 대두되기도 했다. 열매컴퍼니는 이에 대한 안전장치로 1000만원 이상 납입할 경우 본인 계좌에서 가상계좌에 입금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도록 입금증을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청약이 확정되도록 했다.

김재욱 대표는 "관리 감독 기관과 협의를 통해 사전에 시스템을 보완했다"면서 "앞으로도 규제 감독 기관에서 요청하는 사항들을 최대한 반영해 시스템을 정비하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욱 대표는 새해에도 바쁠 예정이다. 투자계약증권의 탄생으로 증권 청약을 본격적으로 개시할 수 있게 된 만큼 한 해 동안 최소 6개 이상의 증권신고서를 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다음 청약은 2월 중에 진행될 예정이다. 한 작품만을 다뤘던 1호 증권신고서와 달리 한 작가의 여러 작품을 한 증권신고서에 담아 발행할 계획이다. 최신거래량, 낙찰률 등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해서 시기에 맞는 작가를 선정할 방침이다. 야요이 쿠사마, 이우환, 김환기 등을 고려하고 있다.

미국 법인 설립 역시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사내 변호사가 미국에서 사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재욱 대표는 "미국 현지 조각투자 업체의 비즈니스 모델을 참고해서 현지화된 방식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국내 사업과도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미술품 외에도 한우, 원자재 등으로 기초자산을 다양화하고, 조각투자협회장으로서 다른 발행사들을 지원할 계획들을 갖고 있다. 상장할 계획도 갖고 있다. 현재 대신증권을 상장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 실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김재욱 대표는 열매컴퍼니의 항로를 "미술과 금융이 결합된 지점"이라고 평가했다. 아트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 매니저를 꿈꿨었다는 김 대표는 "유명 작가의 작품을 투자 상품으로 발굴하는 동시에 신진 작가 후원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며 미술 시장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투자계약증권을 통해 기업 입장에서는 상장을 하지 않고도 적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단이 생겼고, 투자자에게는 대체 투자수단이 생겼다"며 "토큰증권의 시대가 열리고 거래소를 통한 유통이 본격화되면 미술품의 환금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좋아하는 그림으로 금융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작가들이 더 성장할 수 있는 기반, 미술 시장이 상업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에 기여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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