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계기업 '옥석 가리기' 중 구조조정 대상 된 것금융당국·한은 등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 제한적"은행권·2금융권 "이상 징후 없지만 후폭풍에 촉각"
금융당국, "레고랜드 때와는 다르다"···불안 확산 사전 차단
정부는 28일 오전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재로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대응 방안'에 대한 회의를 즉각 열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 관계기관 모두가 모여 향후 대응 방안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를 두고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부터 부동산 PF 시장 및 주요 건설사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으며, 태영건설에 대해서도 재무 상황 및 주요 사업장 현황을 면밀히 주시해 왔다"며 갑작스럽게 벌어진 사태가 아니란 점을 확실히 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PF 대주단 협약'을 가동해 PF 부실에 대한 만기 연장 등을 지원하고 부실 사업장과 한계기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 과정에서 태영건설이 구조조정 대상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태영건설의 재무적 어려움은 높은 자체시행사업 비중과 부채비율(258%), PF 보증(3조7천억원) 등 태영건설 특유의 요인에 따른 것으로 여타 건설사의 상황과 다르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이에 금융당국과 한국은행 등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최근 미국 FOMC이후 미 연준(연방준비제도‧Fed)의 피봇(Pivot‧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된 데다 태영건설 부실은 상당 기간 시장 참여자들이 지켜본 문제임을 감안할 때 이번 워크아웃 신청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한은 금융안정보고서 간담회에 참석한 김인구 한은 금융안정국장은"12월 금융불안지수(FSI)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봇(Pivot·금리 인하 등 정책 전환) 가능성 등에 시장 변동성이 축소되면서 약간 내려왔다"며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후 PF-ABCP(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산유동화 어음) 스프레드가 높아지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불안 심리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현재 운영 중인 시장안정 프로그램들의 규모와 내용을 적시에 확대·보완하는 등 선제 조치를 취해나가기로 했다. 필요시에는 한국은행도 시장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PF 사업장 전반에 대해 과도한 자금회수가 나타나는지 여부를 상시 점검하고 정상 사업장에 대한 원활한 금융공급, 부실 우려 사업장의 정상화·재구조화 지원을 통한 부동산 PF의 연착륙 기조를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25조원 규모의 HUG·주금공 'PF사업자보증' 공급, 대주단 협약·PF정상화펀드 등을 통한 PF사업 재구조화 유도, 비아파트 사업장에 대한 6조원 규모의 건설공제조합 건설사 보증 등 기존에 마련한 부동산 PF 관련 대책을 차질 없이 수행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국토부·기재부·금융위 등 관계 부처 합동으로 건설업계 전반으로의 불안심리 확산 방지를 위해 추가적인 '건설투자 활성화 방안'도 조속히 확정해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또 태영건설 워크아웃 추진 상황에 따라 부동산 PF 시장 및 금융권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대비하기 위해 금융기관이 보다 충분한 충당금을 적립하도록 한다.
은행권, 안정성에 미칠 영향 제한적···2금융권 유의해야
금융권에서도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지만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태영건설에 대출을 내준 은행들은 앞으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산업은행이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금융채권자협의회 소집을 통지했다. 산은은 내년 1월11일까지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결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제1차 협의회에서는 워크아웃의 개시 여부와 채권행사의 유예 및 기간, 기업개선계획 수립을 위한 실사 진행, PF사업장 관리 기준 등을 논의하고 결정할 예정이다.
은행별로 태영건설 대출 규모를 보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PF 대출 1292억원, 단기차입금 710억원 등 총 2002억원 규모의 채권을 갖고 있다.
KB국민은행이 PF 대출 1500억원과 단기차입금 100억원 등 총 1600억원, 기업은행이 PF 대출 997억원, 우리은행이 단기차입금 720억원의 채권을 가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PF 대출 436억원과 단기차입금 200억원 등 636억원, 하나은행은 PF 대출 169억원과 단기차입금 450억원 등 619억원 수준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보증 담보 대출인 데다 이미 이뤄진 사업장 분양 계약률 등을 봤을 때 은행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은행권 부동산 PF대출의 연체율을 보면 0%로 관리 되고 있다"면서 "부동산 PF 대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관련 모니터링을 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2금융권과 상호금융권에 미칠 영향을 두고 봐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험업계에서 태영건설에 제공한 PF대출은 총 2362억원 수준이다. 증권사 중에는 KB증권이 412억원, 하나증권이 300억원, 한양증권이 10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각각 대출했다. 저축은행 중에는 애큐온저축은행 50억원을 비롯해 신협중앙회가 397억원의 대출을 갖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총 693억원을 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비은행(저축은행‧상호금융) 부동산 담보대출 연체율이 4%를 돌파하는 등 빠르게 상승하면서 비은행 업권의 보다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은은 비은행금융기관의 고LTV 대출 규모가 과거보다 증가한 점, 지난해 이후 임대수익률도 하락세를 보이는 등 부실 위험이 과거보다 커졌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금융권 전반에서 대규모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아직 크지 않다"면서도 "비은행금융기관의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상업용 부동산 초과 공급 상태 지속, 경기회복 지연, 금리 부담 등으로 관련 대출 부실이 현실화될 가능성에 대해 대손충당금 적립을 강화하는 등 각 금융기관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시장 내 비중은 크지 않지만 연체율이 높은 일부 비은행 업권의 경우 보다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한국은행은 정부와 협력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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