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네 살 비트코인, 제도권 안착···'제2의 金' 넘본다

SEC, 비트코인 현물 ETF 정식 승인···11개사 상장

대체 자산 기대감···"신뢰성·투명성으로 각광받을 것"

신규 투자자 유입 전망도···"변동성 통제 수월해진다"

탄생 14년 만에 비트코인이 마침내 제도권에 안착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비트코인 투자 대중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규 자금 유입이 크립토 시장을 뜨겁게 데울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0일(현지시간) 비트코인 현물 ETF(Exchange Traded Fund)를 정식 승인했다. 이날 SEC는 그레이스케일과 비트와이즈, 해시덱스 등 앞서 상장을 신청한 11개 회사의 '19-b4(거래규칙 변경 관련 신고서)'를 승인하며 비트코인 현물 ETF 시대를 열었다.

비트코인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현물 ETF를 정식 승인 받았다. 사진=이찬희 기자

ETF는 기초자산을 가진 펀드를 상장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게 만든 금융상품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스팟) 시장에서의 비트코인 가격 추종 펀드다.

비트코인 현물 ETF에 투자할 경우, 비트코인을 직접 사들이는 것이 아닌 비트코인 가격을 추종하는 펀드에 투자하게 된다. 즉, 비트코인에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넥스트 '골드러시' 개막, 비트코인 대체 자산 시대 열리나
이번 승인으로 비트코인의 쓰임새에 대한 긍정적인 시나리오가 쏟아진다. 비트코인은 오랜 기간 가치저장 수단으로 받아들여지는 과정에 있었는데, 위험자산으로 인식되던 터라 매번 한계에 부딪혀 왔다.

비트코인이 금융 시장에 정식 편입됨에 따라 지금까지 비트코인의 시장 인식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 당국에 의해 관리되고 투자자 보호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어 규제 리스크가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가상자산 거래소와 ETF를 발행하는 자산운용사 간 '감시공유계약'으로 리스크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감시공유계약이란 ETF 운용사가 시장 조작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시장 거래 활동, 고객 신원 등에 관한 정보를 비트코인 현물 거래소와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새로운 대체 자산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관측이 쏟아진다. 과거 금, 부동산, 예술품 등이 투자자들에게 포트폴리오 확장 수단으로 선택받아 온 것처럼, 비트코인 투자도 이들 수단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것이란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 역시 가치 저장 수단의 일종인데 희소성을 담보함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가치를 부여한 것"이라며 "2100만개라는 발행량 한도가 명확해 희소성이 인지돼 있고 변치 않을 것이란 신뢰, 투명성이라는 기술적 특성은 대체자원으로써 블록체인의 강점"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KYC 등 인증을 해야 거래할 수 있고 트래블 룰(자금 이동 추적 시스템) 등이 있어 기록이 남는다"라며 "종합적으로 이런 신뢰성·투명성을 바탕으로 향후 대체제로 크게 각광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온기 도는 크립토 시장, 눈구름 걷을까
얼어붙은 가상자산 시장이 오랜만에 고개를 들었다. 이번 비트코인 ETF 발행은 곧 신규 투자자 유치로 직결되는데,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투자처가 자리한 만큼, 개인·기관투자자들의 투자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회계규정이나 각종 규제 등을 이유로 기관 투자자들 사이에서 쉽게 매입할 수 없었지만, 현물 ETF가 출시됨으로써 앞으로는 기관 포트폴리오에 간편하게 편입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쏟아진다. 주식이나 퇴직연금계좌 등을 통해 운영되는 자금이 비트코인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까지도 나온다.

시장은 2022년 이후로는 겹악재에 침체기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8년 시장 전반에 만연했던 거품이 걷히면서 시장 합산 시가총액의 80%가 증발하는 등 극심한 침체로 위기감이 고조된 이후 각국에서 가상자산 규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의 비트코인 결제 잠정 중단 등 여러 요인이 겹친 탓이다.

일련의 사건들로 가격이 널뛰니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 심리는 얼어붙은 상태다. 이번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건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반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인들을 갖고 운용하는 신뢰할 만한 금융기관 투자처가 생겨난 상황인데, 11곳의 큰 운용사들이 현물 ETF를 다룰 때 투기성으로 다룰 가능성은 없다"며 "신뢰받는 회사가 큰 규모 운영하게 되면 가격 변동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일론 머스크나 몇몇 셀럽들 큰손이 비트코인을 갖고 소셜네트워크(SNS) 등을 통해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면 이들 기관이 많아지면서 폭등·폭락을 비롯한 가십에 의한 변동성 통제도 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