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12일부터 워크아웃 개시···채권상환 유예키로오너일가 사재출연 등 자구노력 등 자금 조달 방안 중요워크아웃 성패 따라 존립 정해질 듯···오너일가 의지 관건
12일 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 금융채권자협의회는 오는 4월11일까지 태영건설의 채권상환을 유예하기로 했다. 태영건설은 이에 따라 워크아웃 기간 내에 각 사업장의 분양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재무상태 개선을 이뤄내야 한다.
업계에서는 앞서 워크아웃을 거쳤던 선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오너 일가가 사재를 털어서라도 회사를 살리고자 한 업체들은 위기를 극복한 반면 개인재산 지키기에만 골몰한 업체는 결국 몰락과 매각의 길을 걸었다는 것.
워크아웃을 자력탈출한 대표적인 성공사례로는 동문건설이 꼽힌다. 동문건설은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위기를 맞자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다행히 동문건설은 채권단으로부터 자구노력의 진정성을 인정받은 덕에 워크아웃 연장을 거듭 얻어냈고, 2011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때부터 8년 연속 흑자를 기록한 동문건설은 2019년 5월 워크아웃을 자력 탈출했다.
동문건설이 워크아웃을 탈출하는 데엔 오너인 경재용 회장의 역할이 컸다. 경 회장은 워크아웃 개시를 위해 전년(2017년) 매출액(3181억원)의 15%에 달하는 478억원의 사재를 출연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사재를 내놓아 10년 동안 총 870억원에 달하는 사재를 투입했다. 이를 위해 소유하고 있던 골프장과 자회사 지분도 처분했다.
반면 건영은 부실화한 건설사의 잔혹사를 대표하는 업체로 꼽힌다. 1977년 설립된 건영은 1980년대 말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개발과 함께 급성장했다. 하지만 1990년 초 무리하게 사들이 땅들의 개발이 늦춰지면서 자금줄이 묶였고, 1996년 8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2003년 상장폐지 된 건영은 2006년 LIG그룹에 편입돼 LIG건설이 됐지만, 2011년 다시 법정관리를 받았다. 2015년 현승디엔씨에 매각됐다.
건영의 창업주인 엄상호 회장은 건영의 성장과 몰락과정에서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세가 커지자 정보통신사업이나 유통 등 본업과 무관한 사업에 손을 댔고, 실패를 맛봤다. 부도설이 나도는 와중에도 택지를 사들이면서 위기를 키웠다. 2006년 최종부도처리 될 당시 건영이 발급한 어음규모는 당시 돈으로 약 6000억원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졸업하기 위해선 오너일가가 더 많은 권리를 내려놓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산업화시대 창업주들은 회사와 자신을 동일시해 위기에 빠지면 사재를 털어서라도 기업을 살리려 했다. 2001년 현대건설 워크아웃 당시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이 3700억원에 달하는 사재를 출연한 것이 대표적"이라면서 "태영건설도 더 큰 위기를 맞기 전에 SBS 지분 및 경영권 포기 등 결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오너일가의 희생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정부와 채권단의 강도높은 개입도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정계 관계자는 "정가에선 태영건설이 총선 정국에 맞춰 워크아웃을 신청해 정부와 금융기관이 태영건설을 돕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든 것 아니냔 말도 나온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오너 일가가 충분한 희생을 하지 않으면, 총선 정국 이후 세무조사 등 강도높은 압박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했다.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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