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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경영권 쥔 임종윤, 능력 입증 과제 남아···"투트랙 전략 필요"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경영권 쥔 임종윤, 능력 입증 과제 남아···"투트랙 전략 필요"

등록 2024.03.29 18:58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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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캐시카우 지키는 것 급선무···형제·모녀 모두 신뢰 못보여" 신약명가 타이틀 유지 위해선 인력 적정 배치 필수 상속세 및 추가 분쟁 해소 위해선 가족 봉합 이뤄져야

(왼쪽)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이 28일 오후 경기 화성시 수원과학대학교SINTEX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후 임시로 마련된 기자실을 찾아 소감을 전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왼쪽)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이 28일 오후 경기 화성시 수원과학대학교SINTEX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후 임시로 마련된 기자실을 찾아 소감을 전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신약명가' 한미약품그룹의 가족간 경영권 분쟁이 막을 내렸다. 지난 2020년 고(故) 임성기 선대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불안정했던 승계구도는 두 아들을 중심으로 정리된 모습이다. 하지만 업계는 형제의 경영능력에 의문을 보내며 여전히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와 함께 형제 측 이사진들이 대거 합류한 이후 벌어질 수 있는 내부 혼란, 기존 경영진 및 임직원들의 조직 변동 등도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표 대결 차이 4%p 불가···주주들, '부광약품 선례·M&A 가능성' 의식했을 듯


29일 제약업계는 이번 한미그룹 경영권 분쟁으로 오너일가의 경영능력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고 입을 모은다. 어느 한 쪽에 경영을 맡기겠다는 전폭적 지지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선뜻 회사를 맡길 수 없다는 불신이 깔려있다는 설명이다.

경영권 분쟁의 시작은 지난 1월12일 어머니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과 장녀 임주현 부회장 주도의 OCI그룹 통합 결정 소식이었다. OCI그룹의 지주사 OCI홀딩스가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지분 약 27%(7703억원)를 인수하고, 임주현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약 10.4%를 취득하는 내용이다.

지분 인수가 완료되면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의 지주사가 되는 구조이나, 모녀 측은 각 그룹의 독립성을 유지한 채 각사의 역량을 모으는 모델이기에 일반적인 인수합병(M&A)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해당 결정에서 배제됐고, 통합을 막기 위해 가처분신청 소송, 주주제안 등을 통해 이사회 진입을 시도했다. 가처분 신청은 재판부가 모녀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기각됐다.

한미사이언스 정관상 이사는 3명 이상 10명 이내로 하고, 사외이사는 이사 총수의 4분의 1 이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존에는 송영숙 회장을 비롯해 신유철·김유철·곽태선 사외이사 등 총 4명의 이사진이 꾸려져 있고,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도 없어 최대 6석이 공석이다.

형제는 지난 28일 열린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본인 2명(사내이사)을 포함, 권규찬·배보경(기타비상무이사), 사봉관(사외이사) 등 5인 추천 안건을 올렸고, 모녀측은 임주현 부회장과 이우현 OCI그룹 회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제시했다.

이밖에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전무)을 기타비상무이사로 ▲박경진 명지대 경영대 교수·서정모 모나스랩 대표·김하일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 등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도 올렸다.

한미사이언스 사내외이사 후보자가 총 11명에 달하게 된 만큼 표 대결이 불가피해지자 다득표 방식으로 표 대결을 치른 후 최대 6인까지 이사를 선임키로 했다.

양측은 서로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 지분 확보 경쟁을 펼쳤고, 형제 측은 12.15%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모녀는 7.66%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을 우군으로 확보했다. 그 결과 모녀 측 지분이 42.66%로, 형제(신동국 회장 지분 포함)측 40.57%보다 약 2%p 앞섰다.

남은 것은 지분 16.77%를 보유한 소액주주들의 표심이었다. 주총에는 작년 말 기준 의결권 있는 주식 6776만3663주 중 의결권 주식 총수 88.0%가 참석했고, 소액주주를 합쳐 총 2160명에 달하는 주주들이 표결에 나섰다.

그 결과 임종윤·종훈 형제는 각각 52.1%와 51.8%의 득표율을, 임주현 부회장과 이우현 OCI그룹 회장은 각각 48%의 득표율을 기록해 형제가 약 4%p의 근소한 차이로 이사회 진입에 성공했다. 개인주주 등이 결정적인 캐스팅보트로 작동한 것이다.

(오른쪽)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임 사장,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오른쪽)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임 사장,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표 대결에선 소액주주가 일종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 그들에게는 기존 경영진, 즉 모녀측의 방법론이 우호적으로 비춰지지 않은 것 같다"며 "상속세 이슈 때문에 OCI그룹과 통합이라는 방법을 취하긴 했지만 이종기업간 결합이 한미그룹 미래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고 시너지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거기엔 부광약품 선례가 작용한 것 같다. OCI그룹이 부광약품을 인수한 이후 실적이 개선되거나 특별한 성과를 낸 적이 없었던 게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이번 분쟁은 선대회장이 갑자기 돌아가지면서 승계가 명확치 않은 상황에 수백억에 달하는 상속제 문제가 발생하며 생긴 일이다. 모녀는 OCI와의 합병이 한미라는 브랜드와 전통성을 지키고 시너지를 내는데 최적이라고 홍보를 많이 했지만 업계나 주주들이 봤을 땐 OCI그룹에 먹히는(M&A되는) 거란 시각이 많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투표한 소액주주 가운데 선대회장의 지인들이 꽤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신동국 회장 외 나머지 큰손들 중에도 선대회장 지인들이 있을 거고, 이들 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들도 형제측에 표를 몰아준 것 같다"며 "일단 신약개발이라는게 오너십이 중요하고 오랜 기간 투자도 필요한 부분이기에 경험 없는 대기업이 들어온다는 거에 대한 반발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며 "부광약품의 실적이 안좋은데 악영향을 끼쳤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영 불신 깔려 있어···'캐시카우·신약개발' 투트랙 전략과 적절 인재영입 필요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장·차남 측으로 쏠렸지만 형제의 완승으로 볼 순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표 대결에서 모녀와의 차이가 크지 않고 일반적으로 중립 입장을 지키는 국민연금마저 모녀측의 편에 섰기 때문이다. 이는 형제의 경영능력에 불신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뜻으로, 추후 성과를 통해 확실한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고 업계는 강조한다.

앞선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한미그룹 오너들의 경영능력이 만백성에 드러났다고 본다. 선대회장이 구축했던 신약 R&D(연구개발) 전문 기업이라는 상징성을 이어가기엔 모녀와 형제 모두 준비가 미흡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모녀 또는 형제에 경영을 맡기겠다는 지지가 어느 한 쪽에 전폭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그 누구에게도 선뜻 회사를 맡기기 어렵겠다는 불신이 깔려있다는 뜻"이라며 "확실한 신뢰를 보여주지 못한 것은 그들이 풀어줘야 하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당초 모녀 측은 OCI그룹과 통합으로 확보한 자금을 통해 현재 추진 중인 비만신약 5종 프로젝트 'H.O.P' 가동에 속도를 내는 한편, 항암 신약 파이프라인 임상에도 투자를 확대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GLP-1 계열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국내에서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고 GLP-1와 함께 위 억제 펩타이드(GIP), 글루카곤(GCG) 등 각각의 수용체 작용을 최적화한 차세대 삼중작용제 'HM15275'는 국내와 미국에서 임상을 진행하기 위해 준비 중에 있다.

하지만 OCI그룹 측이 이번 주총 결과에 따라 그룹 통합을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형제는 당장 신약개발에 필요한 재원 조달 방안 마련도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는 현상유지가 급선무이고 캐시카우(현금창출원)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R&D에 투자해 신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당장 신사업에 집중하기 보단 잘 하는 분야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를 위해선 적절한 인력 배치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그룹의 캐시카우는 나름 명확하다. 개량신약과 퍼스트제네릭으로 캐시카우를 가져가고 수익 기반으로 신약 파이프라인들 중 글로벌로 진출할 수 있는 물질에 집중해야 한다. 버릴 건 버려야 한다"며 "여기엔 경영진들의 현실적 판단이 베이스돼야 할 거다. 관련해선 투트랙 전략을 잘 하는 인사를 영입하는게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한미그룹에서 R&D 인사들을 내보냈는데, 세간에서는 어떻게 보는지 모르겠으나 내부는 물론 업계에서도 나름 합리적인 조치로 평가받고 있다. R&D 파이프라인을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키우려면 적절한 인력을 배치시킬 수 있는 선구안을 길러야한다"며 "결국 사람이다. 제대로 케어할 수 있는 인재를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과거에 한미약품은 R&D 명가로 이름을 알렸으나 지금도 그런지는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국내에선 몇몇 파이프라인, 몇몇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나 그 수준이 글로벌 기준에선 아직 모자르다"며 "한미는 2010년 중반대에 두각을 나타냈으나 기술수출 반환, 인력 이탈 등의 이슈를 겪었다. 단기간에 경쟁력을 다시 쌓아가는 건 쉽지 않기 때문에 한미가 잘했던 케미칼 중심의 개량신약, 복합제 등의 사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는 특허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을 퍼스트 제네릭으로 만들고 염을 변경하거나 제형을 변경한 신약 개발을 선도적으로 하며 성장했다. 이 전략을 잘 유지하는게 급선무"라며 "기존 사업에 집중하면서 미래 성장동력인 R&D에 투자를 더 해야 한다. 또 투자를 할 땐 현실성 있게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약개발은 정말 쉽지 않다. 한미가 쌓아온 플랫폼으로 개발한 신약들도 사실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이라면서 "가능성이 없다고 하면 다른 쪽으로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데 형제들의 경험은 미진할 거고, 결국 전문가를 영입하는게 중요할 것이다. 인적 인프라 확충, 외부 전문가 수혈 등 종합적으로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그러며 "다만 과거 인사에 치중하기 보단 요즘 트렌드에 맞춰서 인사를 영입하는게 필요하다. (회복하려면)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상속세, 조직개편 관련 추가 분쟁 이슈 남아···'가족 화해' 우선돼야


형제에겐 상속세 해결 문제도 남아있다.

한미그룹 오너일가가 부과받은 상속세는 총 5400억원 규모다. 송 회장이 2200억원, 임종윤·주현·종훈 사장이 나란히 1000억원 안팎의 상속세를 떠안았고, 연부연납 제도(상속 혹은 증여세가 2000만원을 넘어설 경우 5~10년간 이를 나눠 내는 제도)를 활용해 5년간 6차례에 걸쳐 분할 납부하고 있다. 지금까지 3차 납부가 완료됐고, 2000억원 이상이 남은 것으로 알려진다.

4차 납부 기한은 4월 말까지인데, 전체 규모를 감안하면 수백억원에 달하는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연부연납이 어려워질 경우 연이자 10.95%가 적용된다.

OCI그룹과의 통합 시도는 모녀 측의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기도 했다. 상속세는 연대책임이기 때문에 통합이 무산된 현재, 형제들은 본인은 물론 모녀의 상속세까지 해결해야 한다.

그간 오너일가는 환매조건부계약과 주식담보대출 등을 통해 상속세를 마련해왔다. 문제는 이미 받을 수 있는 차입은 모두 끌어 써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오너일가가 상속세를 내지 못하면 보유 중인 한미사이언스 주식이 시장에 매물로 대거 나오면서 '오버행'이 발생할 수 있다. 오버행은 잠재적으로 대량 유통이 가능한 주식 물량을 뜻한다. 이는 주가 하락 요인이 될 수 있어 주주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에 업계에선 상속제 재원 마련 과정에서 두 형제와 모녀간 타협이 필요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나온다.

가족간 봉합은 향후 한미그룹 운영에 있어서도 필요한 과제다. 형제와 모녀의 관계가 법적 공방전까지 불사할 정도로 악화됐던 만큼 새 이사진 진입시 대대적 조직개편, 인사발령 등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형제 포함 5인이 추가됐으나 아직 송 회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있고, 최근 송 회장은 후계자로 장녀를 낙점하고 부회장으로 승진시킨바 있다. 임주현 부회장의 향후 거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OCI홀딩스 사내이사 후보에서선 자진 사임했다.

한미약품 사내이사로 이동하려던 서진석 OCI홀딩스 대표도 통합 무산으로 자진 사임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직위 문제, 인사발령 등의 조직개편이 어떻게 이뤄질지 모르겠다. 이와 관련한 가족간 분란의 여지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가족들의 화합과 조율이 먼저일 것"이라며 "기존 임직원들을 품고 갈지 말지에 대한 최소한의 정리도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송 회장은 회사 내부에서 혼란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한미에 바뀐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송 회장은 "지난 두 달여간 소란스러웠던 회사 안팎을 묵묵히 지켜보며 맡은 바 소임을 다해준 임직원께 감사하고, 회장으로서 미안한 마음이다"라면서 "조금 느리게 돌아갈 뿐 지금까지와 변함 없이 가야 할 길을 가자"고 했다.

그러며 "다수의 새 이사진이 합류할 예정이서, 임직원 여러분이 다소 혼란스러워 할 것이라 생각한다"면서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을 그대로 갈 것이다. 통합 안을 만들게 했던 여러 어려운 상황들은 그대로이므로, 경영진과 새롭게 구성된 이사회가 힘을 합해 신약명가 한미를 지키고 발전시킬 방안을 다시금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 삶에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드리겠다는 저의 다짐과 약속은 여전히 변함없다"며 "한미 임직원과 대주주 가족 모두 합심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꼭 만들어 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형제 측은 가족들과 화해하겠다는 여지를 남긴 상태다. 형제는 전날 주총 직후 기자들을 만나 "엄마와 여동생은 이번 계기로 실망했겠지만 전 같이 가길 원한다. 시총 50조 탑티어 진입을 위해선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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