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회장 자리 유지하고 차남과 공동 경영합의 통한 '회사 운영 결정' 가능해져 한미약품은 장남 중심으로 이사회 꾸려질듯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4일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이사회를 열고 창업주 차남인 임종훈 사내이사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 기존 송영숙 회장과 공동 대표이사 체제를 확정했다. 송 회장은 회장 자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공동 대표 역할을 수행한다.
이날 자리는 장·차남 임종윤·종훈 형제가 지난 달 28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확보한 이후 처음으로 연 이사회다. 송영숙 회장 등 기존 이사 4명과 임종윤·종훈 형제 등 신규 이사 5명 등 9명 이사진이 모두 참석했다.
회사측은 "가족간 협력과 화합을 토대로 새로운 한미를 경영하기로 통 큰 합의를 이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도 이번 공동 대표 체제로 전환이 가족간 갈등 재발 방지 및 화합을 위해 택한 선택지라고 보고 있다.
지난 주총에서 형제 측 이사진이 이사회 다수를 장악한 만큼 임종훈 사장이 단독 대표에 오를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분쟁 과정에서 형제와 송영숙·임주현 모녀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만큼 송 회장이 자진 사임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 바 있다.
게다가 공동 대표 체제는 회사 운영에 관해 결정할 때 대표 한 명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구조다. 즉, 한미그룹을 경영하기 위해선 모든 사항에 대해 공동대표인 모자 두 명이 서로 합의해야 최종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이사회는 한미약품 지분을 40%대 보유한 한미사이언스의 주주제안 형식을 통해 핵심 계열사인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를 여는 방안도 논의했다.
장남 임종윤 사내이사는 임시 주총을 통해 경영 복귀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그는 그간 한미약품 대표이사로 경영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
한미약품 이사진은 '임종윤'을 중심으로 꾸려질 전망이다. 해당 임시 주총에서는 형제 2명과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형제 측에 힘을 실어줬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사외이사 1명 등을 사내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하는 것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사회는 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기주식 156만여주를 소각하기로 의결했다.
이어 ▲회사 업무·직급·보상체계 변경 및 구축·임직원 복지 및 교육 지원팀 신설 등 안건도 논의했다. 구체적인 사항은 다음 이사회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이번 이사회를 기점으로 한미그룹은 주주와 임직원, 고객이 함
께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는 기업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매진할 것"이라며 "주주들
의 기대에 부응하는 'NEW 한미'의 새 모습을 반드시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한미그룹 오너일가는 지난 1월부터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한 모녀와 이를 반대하는 형제가 대립하며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형제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모녀가 추진한 통합 결정에서 배제됐고, 이를 막기 위해 법적 공방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이어 주주제안 등을 통해 이사회 진입을 시도했고, 지난달 28일 주주총회에서 펼쳐진 표대결에서 승리하며 형제와 형제 측이 제안한 이사 5명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진입하면서 분쟁은 일단락됐다. OCI그룹과 통합도 중단됐다.
다만 오너일가에겐 상속세 문제가 남아있다. 가족에게 부과된 상속세는 약 5400억원이다.
지금까지 3차 납부가 완료돼 약 2700억원이 남았다. 그러나 납부금 상당 부분은 주식담보대출 등이어서 4차 납부 기한인 이달 말까지 수백억원의 재원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형제는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손을 잡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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