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3291억원' 인터로조에 켜진 빨간불

감사의견 거절로 거래정지···상장폐지 사유에 해당

삼일회계법인 "490억원 재고자산 근거 파악 안돼"

그래픽=홍연택 기자

콘택트렌즈 제조기업 인터로조가 거래 정지됐다. 외부감사인이 470억원 규모 재고자산의 근거를 파악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감사의견을 거절하면서다. 유망 기업으로 분류됐던 인터로조가 상장 폐지 위기에 빠지면서 시장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인터로조는 회계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을 거절당하면서 상장폐지에 대한 이의신청기간 만료일 또는 이의신청에 대한 상장폐지여부 결정일까지 거래가 정지될 예정이다.

인터로조는 지난 5일 전 거래일보다 4650원 떨어진 2만4900원에 장을 마친 후 다음 거래일인 지난 8일부터 거래가 정지됐다. 거래정지 직전 인터로조의 시가총액은 3291억원이었다.

인터로조가 지난 5일 장 마감 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바에 따르면 인터로조의 회계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은 지난해 인터로조 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 범위 제한을 이유로 감사의견을 거절했다.

삼일회계법인은 의견거절 근거에 대해 "재무상태표에 계상된 2023년 12월 31일 현재의 재고자산 460억9900만원과 관련해 재고자산 실사입회시, 회사로부터 정확한 재고자산 목록을 제시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고자산의 실재성, 완전성 및 정확성에 대하여 충분한 감사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고, 대체적인 방법에 의해서도 수량에 대해 만족할 수 없었다"며 "재고자산 조정 및 평가의 적정성 등에 대해서도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매출 부분에 대해서도 "회사 매출의 수익 인식 시기 등을 포함해 매출의 발생 사실 및 정확성에 대해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인터로조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204억원, 183억원이다.

인터로조는 2000년에 설립된 콘택트렌즈 제조·판매 기업으로 자체 브랜드 클라렌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해외 수출을 기반으로 실적이 꾸준히 성장세를 그려 유망 기업으로 분류됐다.

인터로조가 상장 폐지 위기에 빠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손해가 예상된다. 인터로조의 지분 43.83%는 소액 주주가 차지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올해에만 인터로조 주식을 306억원 어치 사들였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 역시 손해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국민연금공단이 보유한 인터로조의 지분 8.56%는 282억원 규모다.

최근 노시철 인터로조 대표를 비롯한 최대주주 측이 보유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과 협상을 진행하다 무산되기도 했다. 최대주주인 노시철 인터로조 대표(지분 25.08%)와 특수관계인 25명의 지분은 35.18%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