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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기차 '캐즘' 깬다···기아 EV3에 거는 기대

오피니언 기자수첩

전기차 '캐즘' 깬다···기아 EV3에 거는 기대

등록 2024.05.17 15:41

수정 2024.05.17 15:42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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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요즘 캐즘(Chasm)이라는 경제용어를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캐즘이란 혁신적인 신제품이 대중에게 받아들여지기 전까지 겪는 침체기를 말하는데요. 폭발적으로 늘었다가 성장세가 꺾인 전기차 시장을 대표적인 '캐즘 현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최근 수년간 테슬라를 중심으로 가파르게 성장해 왔습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2020년 220만대에서 지난해 1400만대를 돌파했습니다.

문제는 전기차 시장의 초고 성장세가 지난해부터 꺾이고 있다는 점인데요. 물론 역성장은 아니지만 과거와 같은 수요를 보여주진 못하고 있습니다. SNE리서치는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대수가 전년 대비 16.6% 늘어난 1641만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난 3월 미국의 전기차 제조사인 피스커가 파산 위기에 내몰렸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죠.

현대차의 전기차 대표모델인 아이오닉5의 올해(1~4월) 내수 판매량은 3704대로, 전년 동기 대비 36.3%나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기아 EV6의 판매량도 67.4% 줄어든 2495대에 그쳤습니다. 특히 기아의 플래그십 전기 SUV인 EV9은 올해 1000대도 넘기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나온 신차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성적표입니다.

그간 전기차 수요의 대부분은 유행에 민감한 얼리어댑터들이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커지면서 현재는 대중화 단계에 진입했는데, 기존 내연기관차 대비 비싼 가격에 발목이 잡힌 모습입니다. 동급의 내연기관차 대비 최소 1000만원 이상은 비싸다 보니 일반 고객들은 지갑을 열기가 부담스럽죠.

이런 상황에서 기아가 곧 출시하는 EV3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큽니다. 소형SUV인 EV3는 현대차그룹의 모든 E-GMP 기반 전기차 가운데 가장 저렴하게 판매될 텐데요. 만약 3000만원대의 가격표가 붙는다면 국내 전기차 시장이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전기차 시장의 잠재 수요는 수년 전이나 지금이나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얼리어댑터뿐만 아니라 자동차 시장의 모든 소비자가 관심을 갖고 있으니 오히려 가능성은 더 열려있다고 봐야 합니다. 실제로 지난 3월 6000대가 넘게 팔린 테슬라 모델Y는 올해 1분기 수입차 시장의 베스트셀링카 자리에 올랐습니다. 가격 경쟁력과 상품성만 뒷받침된다면 팔릴 차는 팔린다는 얘깁니다.

그래서 이번에 나올 EV3는 다양한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선택지를 넓혔으면 합니다. 첨단 편의사양을 과감히 삭제해 가격을 낮추거나 배터리의 종류도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퍼포먼스와 최대 주행거리가 중요한 소비자는 NCM 배터리를, 가격이 중요한 소비자는 LFP 배터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말이죠.

사실 300km 이상의 최대 주행거리만 확보되면 일상적인 주행에서 불편함을 느끼긴 어렵습니다. 전국의 아파트마다 완속 충전기가 설치돼 있고, 고속도로 휴게소엔 이피트 등 급속 충전시설이 구축돼 있으니까요.

현재 기아는 하이브리드차를 기반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이미 곳간은 두둑해졌으니 EV3만큼은 수익성을 다소 양보하더라도 저렴하게 판매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전기차 시장에서 기아 브랜드가 가진 혁신성과 선도적 이미지는 EV6와 EV9으로 보여줘도 충분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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