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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국민 위협하는 '중고 H형강'···현대제철, 안전 사각지대 해소 앞장

산업 중공업·방산 르포

국민 위협하는 '중고 H형강'···현대제철, 안전 사각지대 해소 앞장

등록 2024.05.23 06:00

수정 2024.05.23 07:50

인천=

전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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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철강산업 '모태' 인천공장···H형강 생산도 '활발'국내·수입 제품 가격 차이 최대 10만···양각으로 확인인천공장 실험실서 제품 강도·인성 확인···가격보다 '질'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현대제철은 고도한 기술로 제품을 생산해 세계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인천광역시 동구에 위치한 현대제철 인천공장을 방문했다. 철강산업의 불황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연신 위잉 거리는 기계음 소리와 땀구슬을 흘리는 작업자들의 분주한 움직임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국내 철강산업의 모태라고 불리는 인천공장은 총면적만 28만 평, 근무 인원수만 3000명에 달한다. 이들은 이곳에서 ▲각종 형강류 ▲철근 ▲주단강 등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특히 인천공장은 단일 전기로 공장 중에서는 최대 규모를, 국내에서는 가장 오래된 제철소로 깊은 역사를 보유하고 있다.

단일 전기로 공장 중 '최대 규모'···H형강 생산 '착착'

현대제철 인천공장에서 H형강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현대제철 제공현대제철 인천공장에서 H형강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현대제철 제공

인천공장 입구에 들어서자 넓게 펼쳐진 북항이 기자를 맞이했다. 이곳은 수입 철스크랩(고철)의 원활한 하역과 안정적 공급을 위한 곳으로, 월 12만톤(t) 가량의 하역능력을 갖췄다. 통상 미국·러시아·일본 등에서 수입을 진행 중이나, 현재는 일본 스크랩을 주로 수입하고 있다.

철스크랩은 타 제강 원료 대비 이산화탄소 등 폐기물 배출이 낮아 저탄소 체제에 적합하다. 철스크랩은 전기로를 거쳐 새 제품으로 생산되는데, 현대제철은 인천공장에만 5개의 전기로를 갖추고 있다. 특히 현대제철은 전기로 기술력만 60여 년을, 인천·포항·당진의 전기로 공장을 통해 연산 1200만톤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발걸음을 옮겨 H형강을 생산하는 대형 압연공장에 들어서자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이마에서는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고, 작업복은 땀과 한 몸이 됐다. 압연공장은 제강 라인에서 빔 블랭크(Beam Blank) 소재를 받아 가열로에서 1200도까지 가열한다. 이후 불순물 제거 작업을 거친 뒤 원하는 크기로 제품의 형상을 맞춘다. 제품의 길이는 최소 10미터에서 70미터까지 10배가량 늘어난다. 이곳에서는 통상 일일 3000톤가량의 H형강이 수출되고 있다.

"가격 저렴해도"···중고 H형강 안정성 '빨간불'

인천북항에 수입산 비KS 제품이 놓여져 있다.인천북항에 수입산 비KS 제품이 놓여져 있다.

현대제철이 생산하는 H형강은 대형 구조물의 골조나 토목공사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형강제품이다. 열연·후판 등을 용접해 만드는 용접 H형강에 비해 강도가 우수하고, 내질이 균일하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용도도 ▲건축구조용 ▲중장비용 ▲철도용 ▲철탑용 등으로 다양하다.

특히 국내 조달청 종합 심사제로 발주되는 대부분의 토목·건축 공사는 중고 H형강을 사용해 가시설 공사를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최근에는 저렴한 가격 탓에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중국산 등 수입 비(非)KS 중고 H형강이 현장에서 종종 발견되고 있다. 국내산과 수입 제품 가격 차이는 톤(t)당 7~10만원가량으로 알려졌다. 100톤의 경우 무려 1000만원인 셈이다.

한국산업표준을 벗어난 비KS H형강과 KS H형강에는 기계적 특성에서 큰 차이가 있다. KS H형강의 경우 직접 강도와 인성 검사를 통해 적합한 제품만 현장에서 사용하는 반면, 중고 H형강은 시험기준이 느슨해 구조물 붕괴 등의 우려가 있다.

비KS 수입 제품은 현재까지도 국내 곳곳에 침투되어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월부터 올해 3월 15일까지 국내에 누적된 비KS(H300X300, H298X201) 물량은 무려 125만4000톤(t)으로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수입 물량이 토목과 건축공사 가시설 공사에 사용되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지난 2021~202년에 사용된 강재도 현재 중고 H형강으로 사용 중일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H형강을 제조하는 현대제철은 H형강 플랜지(H형강 상·하부)에 현대제철의 마크인 'HS'를 압연 시에 마킹하고 있다. 현장에서 육안으로 중고 H형강이 KS인지 비KS인지 확인하는 경우 해당 양각을 확인하면 된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KS인증표식. 사진=한국철강협회 제공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KS인증표식. 사진=한국철강협회 제공

아울러 정부도 비KS H형강 수입을 막기 위해 건설 현장 점검에 나서는 등 국민 안전 확보에 나섰다. 이를 위해 지난 2021년부터 관련 업계의 의견을 수렴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2년에는 행정예고를 거쳐 심의가 진행 중이다. 개정안이 통과가 되면 강재에 대한 품질관리 절차가 규정되고, 공사 감독자의 품질검사 절차를 명확히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비KS 제품 사용을 규제하는 법안이 아니기 때문에 개정안이 시행되도 비KS 제품 사용량이 낮아지기는 어렵다.

다만 이 같은 노력에도 비KS H중고 형강의 수입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비KS 수입을 막기 위해 국내 수입품에 스티커를 붙여놨는데, 구조물 업체에서 스티커를 떼어버리는 경우가 있었다"며 "현재는 쇳물 번호와 기계적 성질 등이 적힌 QR코드, 양각 등을 이용해 국내산과 수입산의 분류를 따로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현재는 국내산과 수입 제품의 차이를 양각과 QR코드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인데 이 경우에는 비용이 추가로 들게 된다. 특히 유통업체들이 수입 제품을 들여오는 것은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성능은 떨어지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수입 제품이 쓰이고 있는 것이다.

현대제철은 자사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 국가의 기준에 맞춰 시트를 제작하고, 이에 맞는 시험을 진행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철강재는 전체 건축 비용의 3~5% 수준을 차지하나, 건축물의 안전을 담보하는 가장 중요한 자재이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한다고 부적합 철강재를 사용해서는 안된다"며 "KS 인증 획득으로 부적합 철강재의 국산 둔갑이 어려워져 국산 정품 철강재 사용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제철은 지난 2001년 H형강의 체코 정부 품질 인증 획득을 시작으로 ▲JIS(일본공업규격)인증 ▲폴란드 BE마크 및 유럽 CE마크 ▲말레이시아 SIRIM 등을 획득해 세계 최대 전기로 제강사로서 H형강 제품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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