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1000여명 몰려, 빅파마 관심도 급증삼바, CDO 적극 홍보···"중소기업으로 고객사 확장" "바이오, 산업 아닌 안보문제···대응 필요"
올해 전세계 바이오업계 화두는 단연 미중갈등이다. 최근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이 미국 하원 상임위를 통과하는 등 중국 바이오기업들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자 한국 기업들이 새 기회를 잡기 위해 행사장에 몰려들었다.
현장에서 만난 황주리 한국바이오협회 교류협력본부장은 "전체 참가 기업 중 한국 기업이 41개로 가장 많다. 작년 보스턴에서 열린 바이오USA에서 한국인이 1000여명 참여해 주최국인 미국(약 9000여명) 다음으로 가장 많았는데 올해도 예년과 같은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인원수는 집계되지 않았으나 1000명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막 전 글로벌 빅파마들과 사전 미팅을 가졌는데, 이들이 약속을 잡은 기업 90%가 한국 회사였다. 한국기업들의 열의만 높은게 아니라 우리를 파트너로 원하는 빅파마 니즈도 강한 상태"라고 했다.
실제 이날 현장에는 창사 이래 12년 연속 단독 부스로 바이오USA에 참가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15년간 매년 행사에 참가한 셀트리온, 올해 처음으로 홍보관을 운영하는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사이언스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다수의 한국 기업이 참가했다.
특히 삼성바이오 등을 포함, 에스티팜,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 차바이오그룹 등 미중갈등의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은 부스를 꾸려 자사의 생산능력과 경쟁력을 알리는데 집중했다. 생물보안법 영향으로 중국의 우시앱택·우시바이오로직스 등이 이번 바이오USA 행사에 불참한 만큼 부스를 꾸리는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진데 따른 것이다.
'CDMO' 홍보 나선 K바이오···삼바, 새 CDO 기술 론칭
삼성바이오는 글로벌 수준의 위탁생산(CMO) 능력에 더해 위탁개발(CDO) 분야에서의 기술력도 적극 알리며 신규 수주 기회를 엿봤다.
특히 회사는 이날 '신속하게, 유연하게, 고객을 중심으로(Agile. Flexible. Focused on You.)'라는 신규 CDO 슬로건과 신규 CDO 플랫폼 'S-텐시파이'를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에스-텐시파이는 첨단 배양기술을 적용해 고농도 바이오 의약품 개발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의약품 생산량을 2~4배 이상 늘릴 수 있는 기술이다.
이로써 회사가 보유한 개발 기술 플랫폼은 총 6개가 됐다. 회사는 지난 2018년부터 CDO 사업을 시작해 올해 1분기까지 누적 116건의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2월에는 국내 바이오 기업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와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을 위한 CDO 계약을 체결하며 서비스 영역을 확장시켰다
이와 함께 삼성바이오는 139㎡ 규모의 대형 부스를 마련해 새로운 고객 맞춤형 CDO 서비스 '셀렉테일러'를 포함, 5공장을 통한 78만4000ℓ의 세계 최대 생산 규모,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회사의 노력 등을 소개했다.
제임스최 영업지원담당 부사장은 "올해는 고객 중심의 새로운 테마를 잡았다. 지난 10여년간 글로벌 빅파마를 중심으로 CDMO 사업을 했다면 앞으로는 중소 바이오텍 기업 대상으로도 맞춤형으로 지원해나갈 예정"이라며 "이번에 사전 확정된 미팅 건수만 85건"이라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는 배너 광고 등 기업 인지도 제고를 위한 스폰서십 활동도 진행했다. 회사는 샌디에이고 공항에서 전시장까지 이어지는 도로와 가로등에 140개 이상의 배너를 설치했고, 부스 방문객에게는 종이 인쇄물 대신 QR코드를 통한 디지털 브로슈어와 친환경 기념품을 제공하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천 의지를 강조했다.
차바이오그룹은 미국 자회사 CGT(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기업 마티카 바이오테크놀로지가 부스를 차렸다.
CDMO 기업들이 밀집한 F홀에 부스를 차린 폴 김 마티카 바이오 대표는 "마티카 바이오는 이번 바이오 USA에서 미국과 한국, 일본 등 5개 사이트에 구축한 CDMO 생산시설과 차바이오그룹이 40년간 축적된 세포치료제 기술력을 토대로 한 CGT CDMO 경쟁력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며 "개막 전에 이미 30개 이상의 고객사와 비즈니스 파트너링을 잡았다. 행사 기간 동안 수주 협의, 연구개발, 투자 등 다양한 파트너십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2022년 6월 출범 후 3년 연속 바이오USA에 참가하는 롯데바이오도 단독 전시부스를 열고 비스니스 미팅에 나섰다. 올해는 사내이사로 새로 취임한 강주언 사업기획부문장, 김경은 사업개발부문장, 장건희 기술개발부문장 등이 참석해 현재 미국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에 증설 중인 ADC 생산시설과 12만 리터 생산 규모를 갖추게 될 송도 바이오 캠퍼스 1공장의 청사진을 제시하며 다양한 고객사 니즈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피력했다.
회사 관계자는 "(오늘 진행한 미팅 인원 수는) 취합 전이나 30개 정보의 사전 스케쥴이 잡혀있었고 워크인(Walk in)도 많았다. 단기적으로는 미중갈등의 직접적 수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기대해볼 수 있겠다"며 "실제 우리가 타깃하는 잠재 고객사가 우시바이오로부터 거래처를 옮기려 하고 있고 다수 업체가 컨택해오고 있어 꾸준히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韓 관심 증가에 부스 방문자도 늘어···'미중갈등' 대비해야
차세대 유망 기술과 경쟁력 있는 파이프라인들을 보유한 신약개발 기업들도 기술 이전 등을 위한 파트너링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했다.
2010년부터 매년 행사에 참석한 셀트리온은 달라진 글로벌 위상을 자랑했다. 회사 측은 "행사 첫날 약 500명 이상의 업계 관계자들이 부스를 방문해 큰 관심 속에 미팅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전년 대비 2배 늘어난 수치"라며 "올해는 총 1000명 이상 참관객이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셀트리온은 지난 3월 미국 전역에 출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 신약 '짐펜트라'(미국 제품명)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단독 부스를 차렸다. 미팅이 예정된 업체만 150여곳에 달한다.
짐펜트라는 피하주사(SC)제형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유럽 등에서는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렘시마SC'로 판매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신약으로 지난해 10월 허가 받고 올 초 출시했다. 적응증은 중등도 내지 중증의 성인 활성 궤양성 대장염(Ulcerative Colitis) 및 크론병(Crohn's Disease) 환자 대상이다.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 행사에 홍보관을 공동으로 마했다. SK 바이오 계열사들이 국제 규모의 바이오 박람회에서 홍보관을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사는 이번 행사를 통해 SK 그룹의 바이오 역량을 선보임으로써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 기회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GC셀(지씨셀)은 국내 기업 가운데 최초로 파트너링 부스를 마련했다. 파트너링 부스는 고객에게 서비스를 소개하는 일반 전시 부스와는 다른 형태의 독립된 부스 내에서 심도 깊은 논의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제임스박 대표는 "이뮨셀엘씨주 관련 라이선스 아웃 논의가 많다. 부스에 온 사람들 모두 잠재적 파트너라고 할 수 있다"며 "이번 행사기간 동안 100건이 넘는 미팅이 예정돼있다. 파트너링 부스가 별도로 없던 작년과 비교했을 때 워크인으로 오는 방문객의 비중이 높아 좀 더 많은 미팅이 잡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파트너링을 위한 관계를 쌓으려면 대면 미팅이 필수다. 이번 전시 방문은 파트너링이라는 뚜렷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비용은 더 많이 들지만 부스를 마련해서 파트너사들과 심도 있는 논의를 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장에서는 미중갈등 영향으로 국내 기업들에 대한 관심도가 집중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미국 바이오 아젠다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바이오산업을 끌고 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라며 "특히 올해는 예전과 달리 생물보안법 관련 아젠다를 아주 강하게 표시하고 있다. 바이오산업을 산업이 아닌 안보 문제로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부회장은 "과연 우리나라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 관심이 많을 것이다. 우리 기업 중에서는 CDMO 기업인 삼성바이오, 에스티팜 등이 시설을 확장하며 고군분투를 하고 있는데 일본 후지필름 등 일본기업들의 도전이 만만치 않다"며 "일본은 이례적으로 정부가 지원에 나서며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우리도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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