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국 임상으로 인종 다양성‧국가별 니즈 확보 종료시점 맞춰, FDA·EMA 동시 허가신청 가능"허가·초기 마케팅 준비 위한 시제품 생산중"
아리바이오는 세계 최초의 경구용(먹는) 알츠하이머병 치료 신약 'AR1001'을 개발 중이다. 이 약물은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억제와 환자의 기억력과 인지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중기전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강력한 포스포다이에스터레이스(PDE)5 억제 작용으로 치매 진행 억제와 환자의 기억력과 인지기능을 높이는 효능이 있다. 독성 단백질 제거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는 기존 치료제들과는 달리 복잡한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원인과 병리에 대응이 가능하다.
국내 치매치료제 개발 기업 중에선 진행이 가장 빠른 상태로, 현재 글로벌 임상 3상 단계다. 지난 달 중국 국가약품관리감독국(NMPA) 산하 의약품평가센터(CDE)로부터 임상시험계획(IND) 공식 승인을 받으면서 미국·한국·영국과 독일·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덴마크·네덜란드·체코 등 글로벌 신약 개발을 주도하는 주요 11개국에서 임상 진행이 가능해졌다.
임상3상은 200여개 임상센터에서 총 1150명을 대상으로 52주간 진행된다.
정 대표는 "미국과 유럽 임상을 따로 하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는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의 경향을 보고 뭉쳐가자는 전략을 잡았다. 국가 수, 센터수가 늘면서 힘이 부치긴 하지만 각국이 보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FDA의 허가를 받은 레켐비가 유럽에서는 아직 아무 소식이 없고, 아두헬름도 미국은 조건부 허가했지만 EMA는 허가를 거부했다. 이런 상황들을 잘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또 하나의 장점은 각국에 동시 허가 신청을 할 수 있다는 거다. 이를 위해 (IND 승인 시기에 맞춰) 일부러 국가 비중을 미국 40~50%, 유럽 30~40%, 아시아 20~30%로 셋팅하고 모든 사이트의 임상 종료 시점을 통일했다"며 "같은 시기에 1150명의 임상이 올 스톱되기 때문에 각국 사이트들은 환자 등록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고, 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국가 임상은 인종간 차이는 물론 바이오마커 비교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FDA는 지난 2018년 알츠하이머 관련 개정안을 발표하고 초기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을 위해 바이오마커 기반 임상 평가지표(endpoints) 등을 제시했다.
과거에는 치료제 개발시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도 환자에서 최소 18~24개월 이상 관찰하고 인지기능도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FDA는 퇴행성 질환인 알츠하이머 특성상 긴 관찰기간이 필요하지 않고, 약물 효능을 대변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만 제시하면 임상개발 진행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AR1001'의 임상3상 기간이 52주에 불과한 것도 미국 임상2상 참여 환자의 혈액 내 두 가지(pTau181, GFAP) 주요 바이오 마커 분석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밖에 알츠하이머 임상에서 사용되는 주요 바이오마커로는 베타아밀로이드(Aβ), 타우(Tau) 등이 있으며, 이를 평가하는 방식으로는 뇌 PET(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 검사, 뇌척수액검사(CSF), 혈액 테스트 등이 사용되고 있다.
정 대표는 "임상을 크게 하면 그 데이터를 가지고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인종간 차이는 기본이고 바이오마커 비교도 각국마다 다르게 비교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과 중국은 뇌 이미징 검사로 MRI(자기공명영상)와 PET, 혈액 바이오마커 등을, 미국은 PET을 주로 쓰는 반면 유럽은 CSF만 본다. 다국가 임상을 하면 각국에서 진행한 검사들의 코릴레이션(co-relation)을 볼 수 있게 되고, 그 결과는 곧 FDA나 EMA가 원하는 데이터가 된다"고 말했다.
AR1001 글로벌 임상3상은 한국 본사와 미국 샌디에이고 지사 임상팀 및 연구진들이 임상 전반을 직접 컨트롤하고 있다. 회사는 다국적 임상시험이 순항하고 있는 만큼 내년 말 임상 종료, 2026년 상반기 톱라인 발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대표는 당초 수익 창출을 위해 'AR1001'의 글로벌 기술이전을 적극 추진해왔다. 통상 자금이 부족하거나 개발 및 상업화 역량이 부족한 바이오텍의 경우 기술이전 등을 통해 확보한 수익으로 후속 파이프라인 임상시험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
하지만 현재는 개발 완료까지 독자적으로 진행한 뒤 국가별 판매권 계약을 맺는 식으로 전략을 수정한 상태다. 아리바이오는 지난 3월 약 1조200억원 규모의 중국 독점 판권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정 대표는 "임상 3상까지 진행하는데 고민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처음에 보유하고 있던 현금으로 미국 임상까진 충분했는데 유럽까지 늘려야하나 마나 고민하던 차에 중국 제약사로부터 받은 업프론트(선급금) 규모 보고 마음을 정했다"며 "과거 기술이전을 고민했던 건 다 돈 문제였다. 기술에 대한 확신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자금적인 부분은 충분하기 때문에 임상을 이 약물이 빨리 시장에 나가 환자에게 갈 수 있도록 하겠다. 환자 중심으로 약을 개발하면 잘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러며 "이제는 유럽, 남미, 중동 등 여러 국가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만 기술이전이 아닌 코마케팅을 위한 미팅을 진행 중"이라며 "퇴행성 뇌질환의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지만 마케팅은 우리가 해 본 영역이 아니다. 글로벌은 해당 지역에서 마케팅을 잘 하는 회사와, 국내에선 국내 영업력을 갖춘 파트너사 삼진제약과 판매할 예정이다. 미국도 단독 판매는 안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허가에 대비한 시제품 생산도 시작한 상태다. 허가 받은 후 생산까지 보통 18개월 이상 걸리는데 이 기간 커버할 수 있는 양까지 미리 생산 중"이라며 "허가와 초기 마케팅에 활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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