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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독해진 우리은행···'1등' 내건 조병규 행장 칼 갈았다

금융 은행

독해진 우리은행···'1등' 내건 조병규 행장 칼 갈았다

등록 2024.07.08 16:19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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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감시인 교체에 실적부진 본부장·지점장급 대거 직무배제"성과주의 인사는 양날의 검···내부통제 성과 떨어질 것" 횡령사고 관련 빠른 인사 조치에 임종룡 책임론 회피 분석도

조병규 우리은행장. 사진=우리은행 제공조병규 우리은행장. 사진=우리은행 제공

조병규 행장이 이끄는 우리은행이 신상필벌 인사 후 하반기 영업에 강(强)드라이브를 걸고 나서면서 은행 안팎으로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은행이 성과부진 인력을 인사조치한 후 이를 대내외에 알리는 것은 매우 드문 일로 공격적인 영업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우리은행의 이번 인사가 조 행장 취임 이후 '1등 은행' 달성이라는 강력한 의지의 발현으로 느슨해진 조직에 경종을 울렸다는 시각도 상존한다.

우리은행은 지난 5일 정기인사를 통해 실적이 부진한 본부장과 지점장들을 대거 물갈이하며 성과중심 인사 원칙을 내세웠다. 또한 지난달 적발된 100억원 규모 대출금 횡령사고에 따라 준법감시인도 전격 교체했다.

준법감시인의 경우 지난달 발생한 영업점 금융사고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박구진 전 준법감시인이 자진 사임하며 우리금융지주 준법감시인을 맡았던 전재화 준법감사인이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우리금융지주 준법감시인에는 정규황 부사장이 선임됐다.

우리은행은 준법감시인 교체 사실을 밝히며 해당 사고와 관련된 전·현직 결재라인, 소관 영업본부장과 내부통제지점장까지 후선배치하는 등 강력한 인사상 책임을 물었다고 밝혔다.

이는 소비자 신뢰 회복과 더불어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을 선제적으로 방지한 조치로도 분석된다. 앞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횡령사고가 끊이지 않은 우리은행에 대해 최고책임자인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강력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거세게 비판한 바 있다.

실적이 부진한 본부장 4명과 지점장급 21명에 대한 직무배제와 후선배치도 조치했다. 우리은행은 이에 대해 조병규 은행장이 평소 강조해 온 '탁월한 성과에는 분명한 보상, 부진한 성과에는 단호한 책임'이라는 인사원칙이 전격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조 행장의 이 같은 '영업 드라이브'는 시중은행 당기순이익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와 맞닿아 있다. 조 행장은 지난 1월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2024년 시중은행 중 당기순이익 1위 목표 달성'을 약속했다. 이후 지난해 5월에는 조 행장 직속으로 '신사업추진위원회'를 설립하며 혁신사업 추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실제 우리은행의 실적은 크게 상승세를 타지 못했다.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우리은행의 위치는 '만년 4위'로 타사와 격차도 큰 편인 만큼 업계에서는 우리은행이 쉽게 순위를 뒤집기 힘들 것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올해 1분기의 경우 국민은행이 8620억원의 대규모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충당금을 쌓으며 우리은행은 3위로 겨우 올라섰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2740억원 1799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쌓았으나 같은 기간 75억원의 충당금을 쌓은 우리은행의 순위는 크게 반등하지 못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에 대해 '1위 은행'을 목표로 내건 조 행장이 하반기를 시작하며 영업 의지를 대대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단 직원들의 공포심을 조장하는 인사의 부작용, 내부통제 강화와 영업 강화가 동시에 이뤄지긴 힘들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성과주의 인사는 양날의 검과 같아서 업무성과 위주로 드라이브를 걸면 내부통제는 약해질 수 밖에 없다"면서 "내부적으로 효과를 볼수도 있으나 역효과를 낼 수도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우려의 시선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앞서 벌어진 홍콩 ELS 사태의 경우 은행별 무리한 판매실적 경쟁 등이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더군다나 우리은행은 반복적인 금융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며 자칫 내부통제가 더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현재 우리은행이 장기간 4위를 하고 있는 만큼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단 이번 인사처럼 직원들의 공포심을 조장하는 것은 분명 부작용이 있다. 내부통제의 경우 시스템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관련 직원들에게 모든 것을 책임지게 하는 것은 '외부 보여주기식'이란 느낌이 강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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