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기업 40%, 높은 이자비용에 적자 위기 직면"

대한상공회의소 건물. 사진=대한상의 제공

#기계장비를 만드는 A사는 은행에서 4%대 금리의 대출을 받았는데, 상반기 기준으로 영업이익보다 이자비용이 많아 적자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자금 사정도 악화되면서 계획했던 신규 생산라인 투자도 미뤘다.

#식품제조업체 B사는 올해 상반기 이자비용과 영업이익을 간신히 비슷한 수준으로 맞췄다. 다만 당장 적자를 벗어나는 데 급급해 연구개발 투자에 애를 먹고 있다.

기준금리가 작년 1월부터 19개월째 3.5%를 유지하면서 기업이 재무구조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에 따르면 국내 기업 400곳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31.3%가 이자비용으로 인해 재무상태가 악화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신규자금 조달 어려움'에 직면한 기업이 27.8%를 차지했고, 16.5%는 비용절감 차원에서 비상경영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을 멈춘 곳도 10.5%에 이른다.

또 상반기 경영실적에 대한 질문엔 '이자비용보다 영업이익이 커 흑자'를 예상한 기업이 55.2%로 가장 많았으나, '영업이익과 이자비용이 비슷한 수준'이란 답변도 30.2%나 됐다. '적자'를 우려한 기업(14.6%) 역시 적지 않았다.

대기업·중견기업보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컸다. 영업이익보다 이자비용이 많거나 영업적자인 기업의 비중을 보면 중소기업은 24.2%로 대기업(9.1%), 중견기업(8.7%)의 2배에 달했다. 매출·자산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일수록 대출 문턱이 높고, 더 높은 금리를 적용받아 고금리 상황에서 더 취약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리인하를 둘러싼 기업의 전망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올해 중 기준금리가 몇 번 인하될 것이라 예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47%가 '한 번'이라고 답했고, 40%의 기업은 '올해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한상의 측은 "기업이 금리인하에 따른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고환율·고물가 상황과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논의 동향 등으로 인해 연내 적극적인 금리인하가 이뤄지기는 힘들다고 관측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금리가 내려가면 기업은 경영방침에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하 시 경영·자금운용의 변화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기업 2곳 중 1곳은 변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40%는 '내년 경영계획에 반영할 것'이라고 했고, 10%는 바로 변화를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아울러 기업은 금리인하와 맞물려 우리 경제의 활력을 높이려면 투자 활성화 유인책(37.3%)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밖에 '내수 소비 진작 지원'(34.3%), '기업 부담 규제 철폐'(19.2%), '해외판로 개척 지원'(5.7%), '창업·벤처투자 지원'(3.5%) 등의 바람도 표시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최근 대내외 환경의 영향으로 기업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금리 인하로 이자부담이 낮아질 시 재무상황 개선과 함께 투자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다만 낮은 금리가 기업 투자의 충분조건은 아닌 만큼 첨단산업에 대한 직접보조금 등 정책을 병행해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