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 컨소시엄·MOU 통해 STO 사업 준비 "수익은 미미···고객 유입·유동성 자금 확보 기대"제도 기틀 마련 시급···은행법 시행령 개정도 필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11일 한국경제인협회 하계 포럼에 참석해 "STO 영역에서 사업 기회 여부 관련 고민을 넘어 진지하게 준비하고 있다"며 "핀테크·빅테크 투자는 규제도 있지만 기회 요인도 있어 반드시 추진할 것"이라고 말해 주목받았다.
실제로 은행들은 지난해 '은행권 STO 컨소시엄'을 구축했으며 다양한 기업들과 제휴를 맺고 플랫폼 구축 준비에 돌입했다.
은행권 컨소시엄부터 조각투자사업자와 업무협약 활발
토큰증권은 디지털화된 자본시장법상의 증권을 발행하는 것으로 조각투자의 발행 형태 중 하나다. 미술품이나 음악 저작권 등 다양한 곳에서 발행되고 있으며 2030세대를 중심으로 개인투자자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토큰증권 시장 규모는 30조원이며 2030년에는 5000조~6000조원 규모로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조각 투자 토큰 시장의 경우 2030년 시가총액이 367조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은행들도 토큰증권 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은행들은 NH농협은행 주도로 '은행권 STO 컨소시엄'을 구성한 상태다. 이 컨소시엄에는 SH수협은행, 전북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 국민은행이 합류했다. 이들은 규제 개선을 제안하는 등 은행권 공통으로 토큰 증권 현안에 대응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투자계약증권을 활용하는 조각투자사업자와 제휴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현재 테사, 스탁키퍼 등 8개 사업자와 계약을 맺었다. 제휴 조각투자사업자가 STO로 전환 시 토큰화 니즈에 대응하고자 STO용 메인넷도 구축 중이며 올해 말 상용화 수준으로 오픈할 계획이다.
우리은행도 내년 초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STO 비즈니스 모델 발굴과 플랫폼 구축을 준비 중이다. 플랫폼 구축을 위해서 삼성증권, SK증권, 교보증권과 컨소시엄을 구성했으며 제휴처 확대를 위해 지난 5월 바이셀스탠다드와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각 참여사의 업무 환경과 시스템이 다른 상황에서 분산원장 기반의 발행·유통 시스템을 공동 구축해야 하는 만큼 개발 요건 컨설팅을 진행 중"이라며 "향후 시스템 구축, 전략 방향 수립 및 아키텍처를 설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하나금융그룹 차원에서 미래에셋증권, SK텔레콤과 손잡고 토큰 증권 컨소시엄인 '넥스트 파이낸스 이니셔티브(NFI)에 참여하고 있다. NFI는 토큰 증권에 필요한 블록체인 메인넷을 표준화해 컨소시엄 인프라 구축을 진행 중이다.
하나은행은 다날엔터테인먼트와도 토큰증권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하나원큐 조각 투자 연계 서비스'를 통해 조각 투자 공모 소식을 확인하고,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조각 투자사로 접속할 수 있는 서비스도 출시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하반기 미술품 조각 투자사 서비스와 부동산 조각투자사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서울옥션블루, 열매컴퍼니와 업무협약 체결을 완료했다. 또한 코스콤 토큰증권 공동플랫폼 활용 방안을 검토 중이며 신한투자증권 플랫폼과 연계해 발행과 유통 사업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법제화 지연에 인프라 구축 걸림돌···"수익 미미해도 사업 기회 노린다"
단 은행권의 발 빠른 채비에도 관련 법제화 지연은 인프라 구축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해 7월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을 추진하기 위한 자본시장법개정안과 전자증권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21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폐기됐다.
이에 금융권은 현재 규제 샌드박스인 '혁신금융서비스'로 법 개정을 대신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혁신금융서비스에 지정된 조각 투자 업체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은행권에서는 은행법 시행령 개정도 필요하다고 요구한다. 은행 자체 플랫폼에서 토큰증권의 공모 및 청약 접수 등이 가능하도록 은행의 겸영 업무 범위에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국내와 달리 해외의 경우 빠르게 STO의 제도권 편입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시장을 안정화시키며 앞서 나가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STO로 발행된 디지털자산이 증권에 해당된다고 판단되면 증권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2020년 5월 금융상품 거래법 개정을 통해 STO가 정식으로 제도권 내로 편입돼 주식 발행과 동등한 규제가 적용된다.
삼일회계법인은 "한국 STO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관련 제도와 법적 규제 환경의 완비가 필수적"이라며 "은행, 증권사, 조각 투자 사업과, 더 나아가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 등 현시점 다양한 이해관계 주체가 빠르게 토큰증권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지만 제도적·법적 기반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은 현재 토큰증권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미미해보이지만 제도화 이후 신규 고객 유치 등 기대 효과가 크다고 강조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제도화 이후 본격적인 시장이 열린다면, 다양하고 차별적인 마케팅을 통해 은행 손님에게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은행 채널 및 컨텐츠 경쟁력을 높이고, 손님 충성도를 제고할 수 있다"면서 "토큰증권 시장에서 수탁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에, 신탁 부문에서 사업 기회가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토큰증권에 투자 시 필요한 계좌를 제공하면서 유입되는 고객의 수와 예치금의 증대, 토큰증권 발행 기업의 자금을 관리하고 유동성 자금을 확보하는 것과 같은 은행의 본업과 관련된 사업 영역에서 수익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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