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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불어나는 가계대출, 금리 높인다고 안 잡힌다

오피니언 기자수첩

불어나는 가계대출, 금리 높인다고 안 잡힌다

등록 2024.07.24 13:56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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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최근 금융감독원은 불어나는 가계대출을 잡겠다며 은행권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습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달에만 5조3415억원 급증해 2021년 7월(6조2000억원) 이후 2년 11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뛰었는데요. 금융당국은 이 같은 가계부채 증가세의 원인이 은행권의 무리한 대출 확대 때문이라고 보는 듯 합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현장점검까지 예고하면서 시중은행들은 일제히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하고 있습니다. 주요 은행은 이달 들어 수차례에 걸쳐 0.2∼0.3%P가량 주담대 금리를 올렸는데요. 마지막까지 버티던 신한은행도 금리인상 행진에 동참하면서 사실상 2%대 주담대 상품은 사라지게 됐습니다.

이 같은 금융당국의 은행권에 대한 채찍질은 '양두구육'이란 말을 저절로 떠올리게 합니다. 겉으론 가계대출을 잡겠다며 큰소리치고 있지만, 과연 은행을 압박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대출 총량이 안정될까요?

주담대 산정의 기준은 엄연히 시장금리입니다. 하지만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최근 3개월 간 0.3%P 내려갔습니다. 금융당국이 억지스럽게 가산금리를 높이도록 압박하고 있지만 시장금리는 시간이 갈수록 더 내려가게 될 겁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에 대한 책임을 은행권에만 전가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특히 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가계대출이 줄어들 것이란 금융당국의 판단은 헛웃음이 날 지경입니다. 가계대출이 이렇게 늘어난 건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한 주담대 수요 증가 때문인데요.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5년 전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주담대 총량은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서울 아파트 거주를 꿈꿉니다. 일자리는 말할 것도 없고 의료, 문화 등 모든 생활 인프라가 서울에 집중돼 있기 때문인데요. 문제는 모두가 원하는 서울 아파트의 '희소성'입니다. 서울 아파트의 공급은 수요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죠. 이 때문에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최근 사상 처음으로 1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10억원 안팎의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당연히 주담대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실수요자 입장에선 금리가 오르든 내리든 어차피 들어가 살아야 할 집인데, 금리가 오를수록 매달 상환할 이자만 늘어난다는 얘기죠.

특히 주담대 금리인상은 서민과 현금부자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습니다. 억지스럽게 주담대 금리만 지속적으로 올린다면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서민들만 많아질 겁니다.

가계대출 관리의 핵심은 금리인상이 아니라 서울 아파트 공급 확대입니다. 서울 아파트 공급이 수요를 넘어선다면 매매가격이 10억원을 넘길 이유가 없고, 아파트 값이 저렴하면 굳이 많은 돈을 빌릴 필요도 없으니까요. 공급 확대로 더 이상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깔리면 부동산 투기도 자연스럽게 없어질 겁니다.

정말 가계부채를 잡고 싶다면 금융위, 금감원, 기재부, 국토부, 고용부 등 모든 정부 부처들이 똘똘 뭉쳐 '원팀'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신혼부부가 저금리로 집을 구입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서울 아파트 공급은 획기적으로 늘리고,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서울이나 수도권 아파트만을 고집해야 할 이유가 없도록 말이죠.

가계부채 증가는 은행권이 아니라 정부와 금융당국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책임져야 합니다. 시장을 거스르는 무리한 금리인상 압박은 은행권의 이자이익을 부풀릴 뿐이고, 주담대 실수요자인 서민들의 곡소리만 높아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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