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현지 한국형 스마트팜 구축·운영사내 스타트업 '엔스타트서' 출발···정식부서 편성수출 성사 시 규모 600억원↑···신사업 발굴 '속도'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사우디아라비아 현지에 한국형 스마트팜 모델을 구축 및 운영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주관하는 '스마트팜 수출 활성화 사업'의 국내 대표 스마트팜 기업으로 선정돼 이번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농심은 오는 2025년 말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지역 약 4000㎡(1210평) 부지에 스마트팜 시설을 만들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중소기업 3개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행한다. 농심은 시설구축과 사업운영을 총괄하고 ▲에스팜(온실운영·작물 재배기술 이전) ▲아이오크롭스(스마트팜 관리 AI로봇) ▲포미트(스마트팜 플랜트 정보기술)이 참여한다.
농심은 수직농장과 유리온실 복합 모델을 구성하고, 수직농장에선 케일과 같은 엽채류, 유리온실에선 방울토마토·오이 등 과채류를 재배할 예정이다. 생산 작물은 사우디 현지 파트너사의 유통망을 통해 판매하고, 향후 까르푸·루루 하이퍼마켓·아마존 등에 입점할 계획이다.
앞서 농심은 지난 2022년 11월 오만에 20만달러(약 2억7000만원) 규모의 컨테이너형 스마트팜을 수출하며 글로벌 시장에 첫발을 내딛었다. 이듬해인 2023년 1월 아랍에미리트(UAE), 3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수출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중동 진출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다만 중동 지역의 스마트팜 사업은 아직 정식 수출이 성사되지 않은 상태다. 수출 계약 성공 시 스마트팜 사업의 수주 규모는 UAE 1600만달러(한화 약 220억원), 사우디아라비아 3000만달러(415억원)다. 농심은 향후 1억달러(1385억원) 이상 규모의 사업을 추진한단 방침인데, 이는 농심의 신사업 중 매출이 가장 큰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뛰어넘는 성과다.
농심 관계자는 "현지 맞춤형 스마트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경쟁력을 확보하고, 나아가 작물 연구와 가공, 유통판매 등 스마트팜 연관 산업을 모은 클러스터를 구축해 세계 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팜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이유는 사막 기후로 척박한 중동 국가에서 농작물 재배를 가능하게 만들 수 있어서다. 더욱이 세계 이상기후가 심화해 식량안보가 취약해지는 가운데 혹서기·혹한기 구애받지 않고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팜 수출액은 2억9600만달러(약 4100억원)로, 전년 대비 115.9% 증가했다. 이는 정부 간 협력을 강화하고 패키지 수주계약을 체결한 결과로 분석된다. 올해 농식품부는 이 같은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수출 활성화 예산을 증액하고 맞춤형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농심과의 사업이 그 일환인 걸로 해석된다.
라면·스낵 1위 기업인 농심이 초기 스마트팜 연구에 뛰어든 목적은 감자칩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농심은 1995년 강원도 평창에 감자연구소를 설립하며 감자 품종을 개발하고 종서를 생산·보급했다. 이 과정에서 스마트팜 관련 연구가 처음 시작됐다.
스마트팜 사업을 본격화한 건 사내 스타트업에 의해서다. 농심은 2018년 사내 스타트업 프로그램 '엔스타트(N-Start)'를 운영 중인데, 스마트팜 사업은 엔스타트 1기에서 사업성을 인정받아 사내 정식부서로 편성됐다. 지난해 3기까지 총 3개 팀(건기식, 자사몰)이 정식 부서 편성, 올해 4기에선 반려동물 사업과 스낵 브랜드 활용 전통주 사업을 진행 중이다.
농심은 엔스타트 제도를 통해 도전과 혁신을 장려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고,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겠단 계획이다. 이를 통해 라면·스낵 사업의 높은 의존도를 낮추고, 사업 다각화를 이뤄낸단 구상이다. 현재 농심의 라면·스낵 사업 매출 비중은 전체의 80% 이상이다.
농심 관계자는 "회사의 장기 경쟁력은 직원들의 능동성에서 나온다"며 "엔스타트를 통해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마음껏 발산하는 기회를 제공해 회사와 직원이 함께 성장하는 제도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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