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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美·中 갈등 속 '원료약 CDMO' 뜬다···'가격·품질·차별화' 관건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美·中 갈등 속 '원료약 CDMO' 뜬다···'가격·품질·차별화' 관건

등록 2024.08.09 15:46

수정 2024.08.09 15:54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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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I CDMO 164조원 달해···2029년까지 연평균 9% 성장중국·인도 의존도 높아, 아시아태평양 점유율 ↑생물보안법 최대 수혜로 주목···"'자급률' 제고 선행돼야"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원료의약품(API) 위탁개발생산(CDMO)이 수혜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는 국산 합성의약품의 경우 중국이나 인도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원료에 대한 해외 의존도도 높아 국내 기업들이 기회를 모색하기엔 한계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는 국내 API CDMO 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 원료의약품 자급도를 올리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9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API CDMO 시장은 1180억9000만 달러(약 163조6136억원) 규모로 평가된다.

오는 2029년까지는 연평균 8.61%의 성장률을 보이며 1784억7000만 달러(약 274조 2701억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된다.

원료의약품은 의약품의 품질, 안전성 및 효능을 결정짓는 중요한 핵심 원료다. 주로 합성, 발효, 추출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제조되며, 각각의 제조 과정은 원료 특성과 최종 제품 목적에 따라 채택된다.

대부분의 제약사들은 모든 원료의약품 개발과 생산을 자체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워 CDMO를 활용한다. 이는 CDMO기업들이 특화된 장비와 전문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생산 비용을절감하고 효율적인 공정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맥시마이즈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원료의약품 제작시 CDMO를 활용할 경우 제조비용이 30%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 2021년 코로나19 판데믹 기간 CDMO 기업들은 백신·치료제 개발 관련 ▲약제 개발 및 공급망 ▲상업용 원료의약품 ▲약품 제조 ▲포장 등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해 제약회사들이 개발 및 생산 비용, 자본 투자 및 일정을 줄이면서 최신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지원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공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공

이 기간 동안 제약 산업에서 CDMO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CDMO에 대한 수요와 중요성 증가로 이어졌다. 일부 제약사들은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CDMO와의 인수합병 활동을 활발히 진행했고, 소규모 제약회사부터 대규모 회사에 이르기까지 CDMO에 대한 아웃소싱이 증가했다.

특히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글로벌 API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보여진다.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은 값싸고 빠른 서비스로 인해 글로벌 기업들의 의존도가 높았다. 제네릭의약품(복제약)에 사용되는 원료의약품은 시장경쟁과 가격경쟁이 심해 대부분의 국내외 기업들이 값이 저렴한 중국이나 인도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원료의약품 공급 시장에서 30%의 점유율을 보여준다.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2022년 기준 중국에서 수입한 원료의약품 규모만 1조2000억원(9.1억 달러)에 달한다.

인도 또한 미국 시장 원료의약품 점유율 24.4%를 차지하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공급국이다. 원료의약품 수출액은 인도 총 매출의 41.6%를 차지할 정도다. 화학의약품제네릭협회는 전통 의약품의 중요성 증가와 지속적인 감염 사례가 인도 원료의약품 CDMO 시장을 더욱 활성화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미중 갈등의 최대 수혜를 받을 분야가 최종적으로는 원료의약품 시장이 될 거란 시각도 존재한다. 미국 의회는 유전자 정보 유출 등을 문제 삼아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일부 기업들을 규제 대상으로 삼는 '생물보안법'을 추진하고 있으며, 연내 입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미중 갈등의 최대 수혜를 받을 분야가 최종적으로는 원료의약품 시장이 될 거란 의견에 동의한다.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미국 기업 역시 공급처를 대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럴 경우 나름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주변 국가들에겐 기회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도 "결국은 원료를 잡아야 한다. 미중 갈등 수혜 분야로 CDMO가 떠오르고 있는데, 정작 중국 의존도가 높은 것은 가장 기본이 되는 원료의약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인도에서도 생물보안법안의 기회를 잡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인도는 가격이 저렴하지만 품질 이슈가 크다. 품질 면에선 한국이 우세하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치고 나갈 수 있도록 투자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국내 기업 중에선 유한양행이 자회사인 유한화학을 통해 원료의약품 CDMO 사업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화성공장에 신규 생산동(HB동)을 건설한데 이어 증설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하는 것이 목표다.

삼진제약은 현재 가동 중인 오송공장의 'API. 원료생산동' 증축과 '주사제동' 신규 구축을 완료함에 따라 기존 대비 3배에 달하는 생산능력을 갖추게 됐다.

현재 오송공장은 항혈전제 '플래리스정', 고지혈증치료제 '뉴스타틴알정', '뉴스타틴에이정' 등을 포함한 7종의 주력 전문 원료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집트 및 인도네시아에는 상업용 원료 수출을, 싱가포르, 필리핀, 베트남 등 10여국에는 완제품 수출을 하는 등 자사 의약품 생산과 원료 해외수출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향후 오송공장에서는 10종 이상의 원료의약품을 추가적으로 개발 및 생산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에스티팜도 RNA(리보핵산) 치료제 원료가 되는 올리고뉴클레오티드(올리고핵산)를 생산고 있다. 최근 원료 수요량이 높은 만성질환 RNA 신약들이 상업화 단계로 발전하면서 향후 성장세가 더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웅바이오는 기존 원료의약품 전문 제조에서 바이오의약품 생산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원료의약품 CDMO는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강점인 생산역량을 부가가치 확대 측면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이라면서도 "합성의약품 CDMO의 경우 중국와 인도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낮기 때문에 이른바 대량생산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시장의 경우 다품종 소량생산 중심이어서 국내 시장 보단 해외시장 공략을 적극적 검토해 시장을 확대,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차별화전략도 요구된다.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제네릭 보다는 개량신약이나 신약 등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타깃을 정해 전략적으로 공략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료의약품은 의약품의 품질과 안전성을 직접적으로 좌우하기 때문에 품질관리와 안전성을 유지하는 것이 큰 도전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향후 글로벌 원료의약품 CDMO 시장 기회는 고효능 원료의약품(HPAPI) 성분에 있을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투자도 필요해 보인다.

고효능 원료의약품 성분은 적은 용량으로도 강력한 치료효과를 낼 수 있다. 제약사들은 더 적은 원료로도 효과적인 약품을 생산할 수 있어 제조비용 절감과 생산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또 이런 원료의약품은 암, 당뇨병, 자가면역질환 등 만성적이고 복잡한 질병치료에 효과적이기 때문에 주로 특정 질병이나 건강 상태를 목표로 한 치료제 개발에 사용된다. 이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제약사들의 시장 경쟁력을 뒷받침할 수 있다.

결국 고효능 원료의약품은 높은 안전성과 품질관리가 요구되기 때문에 이를 담당할 CDMO 필요성이 증대되고, 높은 부가가치에 따라 이를 제조하고 공급하는 CDMO는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고효능 원료의약품 성분 시장은 올해부터 오는 2029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이 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원료의약품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다.

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국내 원료의약품이 글로벌 CDMO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산업활성화와 원료의약품 자급도를 올리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국내 원료의약품을 활용한 완제약에 대해 가격을 우대해주는 정책을 보다 전향적으로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민간 기업들의 적극적 투자를 이끌어 내기에 앞서 국산 원료의약품을 팔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국산 원료를 사용한 완제의약품에 대한 약가 우대가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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