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A 주된 규제 대상은 '美 빅테크'···"파트너십 우려""규제 신중해야···경제·문화적 배경 고려할 필요 있어""유럽식 규제 도입, 토종 기업 경쟁력 약화시키는 꼴"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21일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와 여의도 FKI 컨퍼런스센터 에메랄드홀에서 '플랫폼 규제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행사에 앞서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지난 3월 시행된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시장법(DMA) 시행으로 글로벌 디지털 생태계는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며 "많은 학자와 산업계 전문가들이 각국의 경제 상황과 문화적 배경을 고려해 신중한 규제 접근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새로운 국회 출범과 정치적인 이유로 플랫폼 규제 관련 입법 활동을 벌이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덧붙였다.
다음으로 단상에 선 조나단 맥케일 CCIA 부회장은 "한국이 다른 지역 규제(EU)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이런 식의 규제는 한미 파트너십에도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종국엔 한국이 지금껏 일궈온 놀라운 경제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DMA는 EU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 행위를 억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제정한 법안이다. 2022년 12월 채택돼 지난 3월부터 시행 중이다. 적용 대상은 시가 총액 750억유로(약 110조원) 이상이거나 매출 75억유로(약 11조원) 이상 기업 중 월간 사용자 4500만명(기업 고객 1만개)을 넘는 기업이다. 주된 대상은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빅테크다.
시장 자율성을 위해 대부분 사후 규제를 채택하고 있는 점에 반해 DMA의 경우 사전 규제를 표방한다.
우리 당정도 플랫폼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 수차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래 국회에서도 야당을 중심으로 입법안을 여러 차례 발의했다. 22대 국회 들어 총 7개의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학계에선 이런 강도 높은 규제가 우리나라에 그대로 도입되면, 국가 경제에 큰 손실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다니엘 소콜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교수는 "선제적 규제는 중소기업의 사업 비용 증가를 유발하고 투자 위축, 기업 경영 생태계 교란 등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한국에서 과도한 규제는 글로벌 테크기업뿐 아니라 한국 스타트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사례를 들어 한국의 AI 등 기술 발전도 저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레버 와그너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 연구센터 소장은 "규제 준수 비용, 규제 요건의 복잡성, 규제 미준수에 따른 막대한 벌금 리스크 등으로 기술 기업이 AI 등 신규 서비스 출시를 유럽에서 출시하는 것을 꺼리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DMA에 기반한 정책을 시행할 경우 한국 수출은 AI 서비스의 출시 지연으로 인한 생산성과 혁신 둔화에 (EU보다) 약 6배 더 심각하게 노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규제의 성격이 우리나라 환경과는 맞지 않다는 얘기다. 와그너 소장은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통계를 인용해 "한국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수출이 전체의 29%나 차지하는 강국이지만, 유럽은 이 분야에서 겨우 5%에 불과한 만큼 상황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날 패널로 참여한 백영옥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도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 네이버·카카오·유럽 등 토종 기업이 빅테크 들과 경쟁해 선전하는 지구상 유일한 국가"라며 "이런 규제 방식을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스스로 경쟁력만 약화시키는 꼴"이라고 힘을 더했다.
뉴스웨이 강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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