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프로젝트 공정성 논란 속 경제사절단으로 대통령 출장길 동행 상황 반전시킬 '카드' 꺼내들지 주목
29일 재계에 따르면 박정원 두산 회장은 다음달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대통령의 체코 순방에 동행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구광모 LG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등과 함께 현지에서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고 사업 기회도 모색할 예정이다.
박정원 회장의 이번 출장이 유독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두산에너빌리티를 포함한 '팀코리아'가 체코 신규 원전 수주에 한 발 다가섰다는 데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등 민간 합동팀은 지난달 체코 원전 프로젝트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체코는 두코바니와 테멜린 지역 원전 단지에 2기씩, 총 4기(각 1.2GW 이하)의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해왔는데, 그 중 두코바니에 2기를 먼저 세우기로 하고 한수원 등과 협상하기로 했다. 체코는 내년 3월까지 계약을 맺고 2029년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덧붙여 테멜린 지역에 원전 2기를 추가로 지을 때 우리 기업에 우선 협상권을 주겠다는 옵션도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상황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우리나라와 경합을 벌인 미국·프랑스 측이 체코 반독점 당국에 이의를 제기하며 발목을 잡은 탓이다.
먼저 미국 원자력발전 기업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의 APR1000과 APR1400 원자로 설계가 자신들의 특허를 활용하고 있다는 진정을 냈다. 또 한수원이 이를 수출하려면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우리나라와 막판까지 경쟁을 펼친 프랑스 전력공사 EDF 측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입찰에 공정거래와 투명성 원칙이 결여됐다며 체코 당국에 항의했다. 특히 한수원이 제안한 가격과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덤핑 논란을 언급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비용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보면 양국이 제시한 원전 건설 단가(KW당)는 한국 3571달러, 프랑스 7931달러였다. 프랑스 측도 이 수치에 주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체코 측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나라 입장에서 분쟁이 촉발된 것은 결코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중재 절차에 참여해야 하고, 체코 측이 내년 3월 계약 시 이를 빌미로 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박정원 회장의 역할이 필요한 이유다. 재계에선 에너지 사업에 노하우를 지닌 박 회장이 체코 측과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현지에 장기적 투자를 약속하는 등 해결사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 흘러나온다.
지난달에도 박 회장은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국빈 방문 당시 경제사절단으로서 일정을 소화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면담을 갖고 에너지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두산이 최적의 파트너임을 각인시키기도 했다.
무엇보다 체코 원전 프로젝트는 체질 개선에 나선 두산에 더없이 좋은 기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유럽과 중동 등에서 일감을 따냄으로써 2029년까지 약 62기 이상의 원자로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이번 일정 중 회사 차원에서 체코 측에 어떤 제안을 할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우리나라가 현지 원전 수주에 성공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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