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된 기준으론 삼성생명·삼성화재·DB손보만 수혜시장에선 'K-ICS 기준' 너무 높고 구조적 문제 지적
4일 현대해상은 전장 대비 0.65% 내린 3만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일 하루 동안 6.21% 급락한 것에 이어 이틀 연속 약세가 나타났다. 롯데손해보험(3.30%), 미래에셋생명(0.76%)도 하락했다. 반면 올해 지급여력비율(K-ICS)이 200%를 넘는 삼성생명(3.64%), DB손해보험(2.30%), 삼성화재(0.45%) 등은 반등에 성공해 상승 마감했다.
내년 보험사들의 주주환원을 강화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정책 발표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친 영향으로 분석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제3차 보험개혁회의'를 개최하고 해약환급금 준비금 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2022년 신설된 해약환급금 준비금 제도는 계약자가 보험을 해지할 경우를 대비해 보험사가 쌓아두는 자금이다. 무엇보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세법상 손금(비용) 처리돼 배당재원에서 제외됐다.
그간 보험사들 사이에선 준비금 적립 부담으로 배당 규모가 축소되거나 아예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제도 개선을 통해 자본 건전성 조건을 충족하는 보험사에 한해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비율을 기존 100%에서 80%로 완화하기로 했다. 자본건전성의 기준은 K-ICS 200%이며 2029년까지 150%로 낮출 계획이다. 해약환급금 준비금 산출 기준도 세전에서 세후 기준으로 바꿨다.
금융당국은 세부 사항을 조율해 오는 12월 정책을 확정할 예정이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우선 K-ICS 기준이 높게 제시돼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보험사들은 배당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K-ICS 200%를 충족하고 배당가능이익마저 충분한 보험사가 삼성생명·삼성화재·DB손보 세 곳뿐이고 나머지 상장 보험사는 해당하지 않아 제도 개선 수혜를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결국 상위사에게 유리한 제도로, K-ICS 200%가 넘는 회사들은 어차피 처음부터 걱정이 없었다"며 "K-ICS 기준은 너무 높은 것이 아닌가 한다"고 지적했다.
적립비율 할인 폭이 너무 적은 데다, 신계약 판매가 많을수록 해약환급금 준비금이 확대되는 구조적인 문제는 여전하기에 주주환원책 확대 기대는 꺾였다는 분석이 있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부담 20%포인트 감소 정도로는 2~3년 뒤 배당가능이익 부족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며 "신계약 마진이 늘어날수록 배당가능이익이 크게 감소하는 문제는 그대로라는 점에서 은행이나 금융투자업계 수준의 고도화된 밸류업 계획 발표를 보험사에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제도 개선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기준치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존재한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보험사들이 이익과 신계약 판매 관리, 보완자본 발행을 통해 K-ICS 150% 방어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며 "K-ICS 200% 이하 회사가 해약환급금 준비금 부담을 축소하기 위해서는 신계약 판매를 축소해야 하기에 대형사-중소형사 간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줄어든 해약환급금 준비금 비율만큼 법인세 납부액이 일시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그간 해약환급금 준비금은 손금 처리됐기에 법인세 부과가 미뤄졌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선안 영향은 배당재원 확대보다 법인세 납부액 확대에서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며 보험업종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뉴스웨이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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