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위기 속 '4주기' 맞은 삼성전자 글로벌 기업 키운 이건희 회장 업적 추모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은 2010년 3월 경영복귀 선언 당시 위기론을 꺼내들며 모든 임직원의 경각심을 고취시켰다. 다만 당시 그 뜻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에 굴지의 기업이 문을 닫는 최악의 국면 속에서도 삼성전자만큼은 국내외에서 탄탄한 입지를 자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4년이 흐른 지금 회사 곳곳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어록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삼성의 상징이자 버팀목인 반도체와 스마트폰이 예전처럼 힘을 쓰지 못하며 조직 전반이 미묘하게 흔들리고 있어서다. 삼성전자 안팎에선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을 기리며 다시 한 번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오너일가는 경기 수원 선영에 모여 고 이건희 회장의 4주기 추도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엔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유족과 정현호·한종희·전영현·최성안 부회장 등 삼성 사장단 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선영에 약 40분간 머무르며 고인을 기렸다. 특별한 절차 없이 헌화하고 절하는 등 엄숙한 분위기 속에 추모를 이어갔다는 전언이다.
이재용 회장은 행사 직후 사장단과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의 창조관으로 이동해 오찬을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룹이 술렁이는 만큼 이 회장으로부터 특정한 메시지가 나왔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눈여겨 볼 대목은 선대회장의 기일을 맞이하는 삼성전자 직원의 마음가짐도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유독 올해는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감지된다. 따로 짚을 것도 없이 과열된 기술 속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주력 사업이 패권을 잡지 못하며 기대를 밑도는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삼성전자 직원이 여전히 선대회장을 추억하는 이유는 그가 경영인으로서 보여준 유연한 사고와 결단력 그리고 장기적인 안목에 있다.
이건희 회장의 남다른 철학은 어록에서 고스란히 묻어난다. "경영자는 적어도 4~5년 후의 일에 대해선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1994년의 발언, "인재를 키우는 것만으로는 안 되며 사과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2003년의 코멘트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건희 회장은 늘 직원들에게 변화를 당부했다. 자신이 변해야 하며 바꾸려면 철저히 바꾸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특히 1993년 '신경영' 선언 중 담긴 "마누라․자식 빼고 다 바꿔보라"는 주문은 30년 넘게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명언으로 남았다.
시대를 앞서가는 파격적인 얘기도 있었다. 집이든 어디에서든 생각만 있으면 되니 출근부를 없애라는 주문이 대표적이다. 한 명당 한 대의 무선 단말기를 가지는 시대가 온다며 휴대폰 품질에 신경을 쓰도록 독려한 인물도 이건희 회장이었다.
이렇듯 회사가 총체적 난국에 직면한 현 시점 선대회장의 유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는 게 내부의 전반적인 시선이다.
이에 재계에선 취임 2주년을 맞은 이재용 회장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7일 회장 취임 2주년, 11월1일 삼성전자 창립 55주년 등 굵직한 이벤트를 앞둔 가운데 아버지의 '신경영'을 뛰어넘는 비전을 제시하지 않겠는 관측이 나온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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