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국 회장 "R&D 투자 축소 주장 사실무근"임종윤·종훈 형제 "장기적인 성장 위해 외부 투자 필요해"
신 회장과 대립 중인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은 그룹의 장기적 성장 계획을 통해 주주 가치를 높이겠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주주에 신뢰를 호소했다.
3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신동국 회장과 임종윤·임종훈 형제는 소액주주연대의 질의에 각각 답하며 입장을 발표했다. 신 회장 명의로 나온 질의 답변서 서두에는 대주주 3인 연합을 이루고 있는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도 아래 내용에 동의했다는 설명이 덧붙었다.
신 회장은 분쟁이 지속되는 동안 한미의 주가가 동종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유한양행 등과 달리 저평가됐다며 "이 분쟁을 하루빨리 종식시키고 혁신 신약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 형제가 추진하는 투자는 외형상 투자일 뿐, 결국은 과도한 자신들의 부채를 탕감하기 위한 목적이 전제돼 있다고 누구라도 의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형제 측은 반대로 한미약품의 오버행 이슈를 해결하고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외부 투자 유치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7000억~80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와 주식 담보 대출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인 성장 계획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일부 가족 구성원이 아닌 가족 전체의 부채를 해결할 수 있는 투자구조가 수반돼야 한다"며 외부 투자 유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동의했으나, 접근 방식에 있어서는 차이가 나타났다. 신 회장은 "대주주가 이사회에서 지원하고, 전문경영인이 한미를 이끌어나가는 구조로 빠르게 재편해야 한다"며 이사회 구성을 통한 전문경영인 체제 수립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형제 측은 특정 대주주와 이해관계가 없는 독립적인 전문경영인을 선임하겠다며 "지주사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임종훈 대표가 직접 책임 경영을 이끄는 한편, 계열사들은 각 전문경영인이 운영하는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며 한미그룹의 독자적 성장과 해외 시장 개척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신 회장은 주주 환원 정책과 관련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일원으로서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마련하고 공식 발표할 것"이라며 "내년에 있을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소액주주를 위한 안건 상정도 이뤄질 수 있도록 의견을 모을 것"이라고 했다. 또 자신의 지분 매각 가능성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한미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반박했다.
형제 측은 이번 임시 주총에서 자본준비금 감액 안건을 통해 주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주식발행초과금 중 1000억원을 감액해 이를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함으로써 배당 가능 이익을 늘리고, 주주들이 비과세 혜택을 받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이날 소액주주연대 운영진들과 간담회를 갖고 주주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신 회장은 소액 주주를 향해 "한미약품그룹을 사랑하고, 한미의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시는 소액주주의 힘으로 이번 분쟁을 종식시켜 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내달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에서는 이사회 인원 확대, 신동국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의 이사 선임 등의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이번 임시 주총 결과에 따라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임시 주총에서 정관변경과 이사 선임 안건이 모두 의결될 경우 현재 4 대 5으로 형제 쪽에 기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도는 5대 6으로 재편돼 대주주 3자 연합이 우세해진다.
관건은 정관 변경 안건으로, 정관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주총 참석 의결권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3자 연합과 형제가 확보한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각각 48.13%와 29.07% 수준으로, 양측 모두 표결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는 소액 주주 연대와 국민연금 등의 지지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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