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기념식서 임직원에게 변화·쇄신 동참 주문 반도체 등 인사 앞당겨 분위기 전환 시도할 듯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창립 55주년을 맞아 임직원에게 '근본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반도체 사업 위기를 계기로 조직 안팎에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대대적인 혁신 작업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한종희 부회장은 이날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창립 5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전영현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부회장)과 공동 명의의 기념사를 공유하며 이 같이 밝혔다.
이 자리에서 한 부회장은 "미래 10년을 주도할 패러다임은 AI"라며 "버블과 불확실성의 시기를 지나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변화가 일상화되는 'AI 대중화' 시대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기술·품질 확보는 경쟁력의 근간이고, 패러다임 전환을 선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임직원 모두 사활을 걸고 우리의 본질인 기술 리더십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그러면서 한 부회장은 "변화와 쇄신을 통해 미래를 주도할 강건한 조직을 만들자"며 혁신에 동참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한 부회장의 이번 창립기념사를 기점으로 삼성전자 내 변화가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주력 사업을 다시 본궤도로 끌어올리려면 대대적인 인사와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당장 다음주 인사 발표가 나올 것이란 관측도 있다. 보통 11월말에나 이뤄지던 임원 인사를 크게 앞당김으로써 신속히 사업 태세를 정비하고 대내외에 혁신 의지를 내비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반도체를 책임지는 DS 부문의 경우 상당수가 교체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AI 트렌드와 맞물려 수요가 회복되는 와중에도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부가 제품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지 못하며 고전했고, 그 여파에 초라한 성적표를 내밀었기 때문이다. DS 부문은 3분기 매출 29조2700억원, 영업이익 3조8600억원을 기록했다. 당초 증권가에서 추산한 이들의 영업익은 약 5조원이었다.
이미 직원들 사이에선 메모리 사업부장, 파운드리 사업부장, LSI 사업부장, 글로벌 제조·인프라 총괄 등 고위 임원 후보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연구개발과 영업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한 한진만 DS부문 미주총괄 부사장과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이 더 높은 자리로 가지 않겠냐는 얘기도 들린다.
이밖에 조직 개편이 어떤 수준까지 이뤄지느냐도 관심사다. DS 부문을 이끄는 전영현 부회장이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복원, 철저한 미래준비와 함께 '조직문화 혁신'을 당면 위기 극복 방안으로 제시한 바 있어서다. 무엇보다 전 부회장이 구성원간 소통을 중시하는 만큼 본부와 현장을 연결하려는 시도가 포착될 것으로 보인다.
전 부회장은 3분기 잠정실적 공개 후 주주에게 전달한 사과문에서 "신뢰와 소통의 조직문화를 재건하겠다"며 "현장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면 그대로 드러내 치열하게 토론해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