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미도·여의도시범, '노치원' 데이케어센터 등 기부채납 방안 받아들이기로처리기한제 도입 후 계획수립 취소 압박에 승복···서울시와 힘겨루기 실패서울시, 관내 다른 단지에도 신통기획 신청 권장···사실상 의무화 기조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남구·영등포구청은 지난 14일 대치 미도아파트와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정비구역·정비계획 결정안에 대한 공람공고를 시작했다. 당초 두 단지에서 현수막을 내거는 등 반발을 불러왔던 '데이케어센터 기부채납방안'을 포함한 계획이다.
데이케어센터는 65세 이상이거나 장기요양등급을 부여받은 노인을 일정시간 동안 돌봐주고 인지·신체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시설이다. 입소생활을 하는 실버타운이나 요양병원과 달리 주간이나 야간 반일제로 운영한다. 일명 '노치원'(노인+유치원)으로 불린다.
업계에선 두 단지가 서울시가 요구하는 기부채납안을 수용하기로 한 데에는 서울시의 '처리기한제 도입'의 영향이 컸다고 분석한다. 처리기한제로 인해 정해진 기한 내에 정비구역 결정을 하지 않으면 사업진행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되면서 서울시와 대립할 동력을 잃었다는 것.
서울시는 지난 10월1일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단계별 처리기한제를 도입했다. 처리기한제는 각 단계별로 정해진 기한을 넘길 경우 그간 추진했던 신통기획 절차를 백지화하고, 일반 정비사업으로 전환해 처음부터 다시 절차를 밟도록 한 것이 골자다.
업계관계자는 "기부채납시설 하나 거부하자고 시간과 품을 들여 걷었던 정비계획입안동의서와 신속통합기획 동의서를 허공에 날리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순 없는 노릇 아니겠나"면서 "일반 재개발‧재건축으로 전환하다고 해도 '괘씸죄'에 걸려 처리가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서울시는 두 단지의 '신통기획 거부사태'를 진압한 것을 계기로 사실상 신통기획 신청을 의무화하는 모양새다. 신통기획 신청 없이 일반 재개발‧재건축방식을 추진한 방안을 허용해줄 경우 여의도시범과 대치미도를 압박했던 명분이 무너질 것으로 우려한 조치다.
서울시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신통기획에 자문방식이 도입된 뒤부터는 기획방식이냐 자문방식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신통기획을 신청하는 것이 서울 내 정비사업의 유일한 선택지"라면서 "이번 사태로 신통기획에서 요구하는 기부채납을 거부하고 일반 정비사업을 할 수 있다는 오해가 해소됐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신통기획제도를 처음 도입했던 시기를 전후로 정비구역지정을 추진했던 단지들에선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통기획 초기엔 신청이 의무가 아니었던 탓에 신통기획동의서는 걷지 않고 정비계획입안동의서만 받았던 단지들이 많아서다. 서울시는 이들 단지들에게도 신통기획을 신청하도록 각 구청에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에서 신통기획을 처음 도입한 2021년 9월 말 경엔 신통기획 추진이 의무가 아닌 선택이었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신통기획을 신청하는 단지들에게만 통합심의 도입으로 사업기간을 단축시켜주고 종 상향과 같은 혜택도 줬다. 현재는 서울 관내의 모든 정비사업지에 통합심의 방식을 도입해 신통기획과 일반 정비사업의 차이가 없어진 상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구로주공아파트가 있다. 현재 구로주공아파트는 구로구청에 신통기획 신청없이 정비계획 입안제안을 상정한 상태다. 문제는 입안제안 상정 후 여의도시범과 대치미도의 신통기획 거부사태가 일어났다는 것. 선택권은 서울시에게 있는 셈이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신통기획으로 전환하도록 권유받을 가능성이 크다.
구로주공은 2018년 정밀안전진단 통과 후 2020년 서울시로부터 특별건축구역 제안을 받고 공공건축가(MP)를 선정해 정비계획수립 절차를 준비했다. 그사이 신통기획 제도가 도입됐지만 이미 1년 가까이 정비계획수립을 준비해온 탓에 신통기획을 신청하지 않았다.
구로주공을 비롯해 일반 정비사업을 추진하던 단지들은 기존 방식대로 구역지정을 받길 원하는 눈치다. 구로주공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 관계자는 "2021년 당시 서울시로부터 신통기획을 신청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고 일반 재건축방식을 추진해 왔다"면서 "동의서를 다시 받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지만, 이를 빌미로 재건축 반대파나 비대위가 추진주체를 공격하게 될까 걱정"이라고 했다.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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