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대출' 우리금융 전방위 압박···어떤 결과 나와도 타격 불가피

검찰, 우리금융 이틀째 압수수색···조병규 행장 피의자 전환

부당대출 혐의 추가 파악, 총 대출 규모 400억원대로 추산

금융권 "현재 상황에서는 조 행장 책임 피하기 힘들 것"

그래픽=박혜수 기자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 사건이 결국 우리금융 현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로 번지는 모습이다.

금융당국과 검찰의 우리금융을 향한 압박이 거세지며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경우 사실상 연임이 힘들어진 상태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또한 자진 사퇴설이 재차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검찰은 이날 오전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해 우리금융지주, 우리은행을 이틀째 압수수색 중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하 특경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조 행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으며 임 회장은 아직까지 참고인 신분을 유지 중이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우리은행이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법인이나 개인사업자에 35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해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더불어 현 경영진의 사후 처리 과정을 문제 삼으며 임종룡 회장과 조병규 행장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전일 검찰은 임 회장과 조 행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검찰은 우리은행 본점과 강남구 선릉금융센터 등 사무실 8곳, 관련자 주거지 4곳을 압수수색했으며 이번 압수수색은 8월과 10월에 이어 세 번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상 회장실, 행장실의 경우 자료를 남겨두는 곳이 아닌 만큼 이번 압수수색은 상징적이라는 느낌이 강하다"면서 "결국 임기만료를 앞둔 조 행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라고 말했다.

또한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부당대출 혐의를 추가로 파악해 총 규모가 약 400억원대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현 경영진 재임 기간 내에도 부당대출이 이뤄진 만큼 우리금융 경영진이 부당대출 사실을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에 즉시 보고하지 않은 정황을 집중해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금감원 조사 발표에 따르면 우리은행 여신감리부서는 지난해 9~10월 전직 회장 친인척 대출 사실을 현 은행 경영진에 보고했다. 지주 경영진은 늦어도 올해 3월경 감사결과가 반영된 인사협의회 부의 안건을 보고 받는 과정에서 손 전 회장 친인척 연류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은 지난해 9~10월 손 전 회장 친인척 대출 사실을 조 행장에게 보고했을 당시 조 행장이 해당 문제를 인지한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면서 "사실상 부당대출 문제가 아니라면 특별히 행장에게 보고가 올라가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 안팎에서는 늑장보고와 더불어 손 전 회장 친인척 대출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조치 없이 지속적으로 대출이 나갔다면 조 행장은 물론 임종룡 회장까지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현 경영진들에게 배임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조 행장이 피의자로 전환되면서 임 회장이 느끼는 압박 강도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임종룡 회장을 제외한 채 조 행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면 '꼬리 자르기' '임종룡 지키기'라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검찰은 조 행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한 뒤 이번 사태와 임 회장의 연관성을 살펴보는 중이다.

임 회장의 경우 지난 10월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직접 출석하며 부당대출 사태와 관련한 대응책을 직접 발표, 자진사퇴설을 잠재운 바 있다. 당시 임 회장은 자회사 임원 선임과 관련해 사전합의제를 폐지하고 임원들의 친인척 신용정보를 등록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금융권에서는 임 회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다. 검찰과 금융당국의 압박이 한층 강해졌으나 임 회장의 사퇴까지 연결 짓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과 사실상 거취에 대한 결단을 내리라는 압박이라는 의견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현 우리금융 경영진에 대한 리스크가 커진 가운데 우리금융은 오는 22일 정기 이사회가 예정돼 있다. 금융권에서는 정기 이사회와 맞물려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자추위)의 논의 결과에 대한 윤곽도 드러날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 행장의 경우 은행장의 위치에 있는 만큼 책임을 피하기 힘든 상황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지주 회장의 경우 대출건에 대해 직접적인 보고를 받는 위치가 아니고 앞서 인사권도 일부 포기한 가운데 직접 책임을 묻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회장실 압수수색과 조 행장의 피의자 전환 등 압박에 나선 것은 임 회장에게 적어도 연임포기 등의 입장표명을 하라는 압박일 수 있다"면서 "국정감사 후 임 회장의 임기 완주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었으나 이번 3차 압수수색과 더불어 금감원 정기검사 연장 등 모든 것이 사실상 임 회장에 대한 사퇴압박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