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기술직 전문가 중심의 임원 비중↑현장 위주 경영, 체질 개선 이루려는 차원두드러진 '조기 인사'···불확실성 대응 취지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재계의 인사 시즌이 시작되면서 국내 대기업들이 임원 세대교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대기업들은 '엔지니어' 출신을 비롯해 현장에 일가견이 있는 인물 위주로 조직을 재정비하는 모습이다.
지난 9월 말 한화그룹은 14개 계열사에 대한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그 가운데, 지난해 출범한 한화오션은 ▲R&D 분야 1명 ▲설계 분야 2명 ▲생산(제조) 분야 4명 등 총 7명에 대해 임원 승진 인사를 추진했다.
이번 인사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연구개발(R&D)-설계-생산 분야를 중심으로 엔지니어를 중용했다는 것이다. 현장·기술 경험이 풍부한 전문 인력을 통해 생산 안전성을 꾀하고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화학과 관련한 지식에 해박한 전문가 위주로 사장단을 전진 배치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3곳 계열사를 대상으로 CEO 인사를 실시했는데, 선임된 세 명의 대표 모두 이공계 출신이다. 정유·화학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인 만큼 관련 전문지식을 풍부하게 보유한 인물을 수장으로 세워 당면한 현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들은 현장과 기술에 있어서도 잔뼈가 굵다. 이번에 승진한 김종화 SK에너지 신임사장은 정유·화학 사업 현장을 관리하는 주요 부서를 거쳤고, 최안섭 SK지오센트릭 신임사장은 일본 도쿠야마와 반도체용 고순도 아이소프로필알코올 합작법인 설립을 이끄는 등의 눈에 띄는 성과를 낸 바 있다. 이상민 SK아이이테크놀로지 사장 내정자 역시 R&D 연구원을 시작으로 첨단 기술 개발 등 다방면의 영역에서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HD현대도 엔지니어와 설계·생산 경험을 두루 보유한 인물을 비중 높게 선임했다. 조선·정유·전력기기 3곳 계열사를 비롯한 그룹 전반적인 수장을 교체, 미래 불황에 철저히 대비하겠다는 구상이다.
재계에서 기술·현장 위주 인물로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이유는 다방면의 사업 부문에 실행력을 높여 어려워진 경영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여기에 국제 정세 불안 속, 현장 중심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조기 인사'도 트렌드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그간 10월 무렵 임원인사를 단행했던 한화그룹은 올해 한 달 앞당긴 9월에 인사를 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그룹 차원의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계열사 조기 인사를 먼저 치렀다. 합병을 일주일 남겨둔 상황이었기 때문에 새출발에 앞서 조직 재정비를 통한 체질 개선을 이루려는 움직임이다.
미국 대선 이후의 세계 정세변화를 고려해 대비 차원에서 예년보다 빠른 인사쇄신을 단행하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신속한 사업전환으로 현재의 경영위기는 물론, 미 대선 및 지정학 긴장 등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본원적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선제적으로 새 조직 체제를 형성해 내년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금처럼 시황이 안 좋은 상황에 기술직 전문 리더를 선임하면서 위기를 적극적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황예인 기자
yee9611@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