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이 어지러운 상황이기에 국내 산업계도 마냥 평온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임박한 상황에서 대외 변수가 커졌고 국내에서는 대통령 탄핵 정국이 본격화되면서 경영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려운 시국 상황 속에 일부 제조업 노동조합에서 진행하는 파업이 눈총을 사고 있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은 지난 11일부터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총파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조합원이 투쟁 전선에 가담해 생산 라인 가동을 아예 멈추는 전면 파업은 아니지만 부분 파업만으로도 기업들은 손해를 보게 됩니다. 실제로 지난주 부분 파업이 진행된 현대자동차는 약 4000대의 생산 차질을 봤습니다. 금전적 손실도 상당할 전망입니다.
물론 노조의 파업은 일터에서 땀 흘리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가장 뚜렷한 행동이자 권리임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이 행동도 해야 하는 때가 있고 하지 말아야 하는 때가 있습니다. 적어도 지금은 파업을 위한 머리끈을 맬 때가 아닙니다.
노조가 정당하게 파업하려면 노동조합법에 명시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노동쟁의 조정 신청 절차를 밟고 조정이 결렬되면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통해 활동 방향을 결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 파업은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금속노조 등은 "민주주의가 무너지면 노동자들의 삶과 권리도 무너진다"면서 이번 총파업의 이유를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파업의 흔적 어디에도 합법적 절차는 없었습니다.
노동자들이 공장을 떠나 거리에서 이마에 붉은색 머리끈을 매고 촛불을 들어야 하는 이유는 잘 알고 있습니다. 파업의 이유도 십분 이해합니다. 어지러운 시국을 올바르게 흘러가도록 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행동에 대해서도 8년 전 거리에서 촛불을 들었던 민주시민의 일원으로서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러나 사회 대중으로부터 이 파업이 지지받기 위해서는 엄연한 절차를 지키고 명분을 확실히 하는 것이 더 우선시돼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더 큽니다.
합법적 절차를 지키지 않고서 무작정 파업을 단행한다면 파업의 정당성은 사라지게 되고 사회 대개혁을 촉구하는 파업의 의미도 퇴색될 수 있습니다.
더구나 현재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도 정권 퇴진 운동에는 동참할지라도 노조의 파업에 대해서는 손사래를 칠 수도 있습니다. 노동계는 "대통령 탄핵에는 찬성하지만 파업은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절차도 지키지 않고 의미도 불분명하게 벌이는 정치적 파업을 지지할 시민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봅니다.
제가 담당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에 국한해서 말해보겠습니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이름값은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대한민국과 해외 각국에서 생산된 승용차가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절차도 준수되지 않고 무작정 진행된 파업으로 완성차의 생산이 차질을 빚고 고객들이 예상치도 않았던 출고 대기를 오랫동안 겪어야 한다면 그 상황을 그저 허허실실 웃으며 넘어갈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애써 비싼 돈을 내고 차를 사기로 했는데 그 차를 제때 받지 못했고 그 원인에 불법적 파업이 있다고 한다면 비난의 화살은 노동자들에게 향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고객들의 불편에서 그칠 문제가 아닙니다. 일본과 더불어 아시아 자동차 시장을 대표하는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에 대한 대외 신인도의 위기가 찾아올 수 있습니다.
지금은 거리에서 머리끈을 매고 함성을 올리는 것보다 노동의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 생산에 돌입하는 것이 맞습니다. 시국 수습 방안은 여의도 정치권에 맡겨두고 노동자는 일하는 시간만이라도 일터를 지킵시다. 촛불은 퇴근 이후에도 들 수 있습니다.
서로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본분을 다하면서 올바른 나라의 운영을 희망하고 목소리를 높일 때 우리나라의 희망은 더 커질 것입니다. 추위 속에서 응원봉과 촛불을 든 시민들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해서라도 조속히 시국이 정상화되길 기원합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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