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측 제안 '박재현·신동국 이사 해임안' 등 모두 부결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경영권 분쟁' 연장 시사
임시 주주총회는 이날 오전 서울 잠실 서울교통회관에서 열렸다. 당초 10시 시작 예정이었던 임시 주총은 위임장 집계 등의 이유로 약 30분 지연된 10시 33분 시작됐고, 30여분 만에 마무리됐다. 지난달 28일 열린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가 4시간 지연됐던 것에 비해 순조롭게 진행됐다. 이날 주총을 제안한 형제를 포함 오너일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주총 안건은 ▲사내이사 박재현 해임 건 ▲기타비상무이사 신동국 해임 건 ▲사내이사 박준석(한미사이언스 부사장) 선임 건 ▲사내이사 장영길(한미정밀화학 대표) 선임 건 등이다.
1년 가까이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한미약품그룹은 임종윤·종훈 형제와 4자 연합 간 대결 구도로 치러지고 있다. 형제 측은 4자 연합 측 인사인 박 대표와 신 회장을 해임시키고 자신들의 사람인 박준석 부사장, 장영길 대표 등을 이사회에 진입시키려 했다. 기존 한미약품 이사회는 형제 측에 불리한 구조여서 그룹 장악을 위해선 이사회 개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미약품 이사회는 전체 10명의 이사 중 7명(박재현‧박명희‧윤도흠‧윤영각‧황선혜‧김태윤‧신동국)이 4자연합측 인사로 구성돼 있다.
주총에는 의결권 있는 주식 수(1268만214주)의 80.59%가 참석해 보통 결의뿐 아니라 특별 결의도 적법하게 결의할 수 있는 기준을 충족했다. 다만 이사 해임 안건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안으로 출석 주주 66.7%의 찬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박 대표와 신 회장 이사해임안은 각각 출석주주 53.6% 찬성을 얻는데 그쳤다. 출석 주주의 3분의 2가 찬성하지 않아 해당 안건이 부결됐고, 이에 두 사람의 이사 해임을 염두에 두고 제안한 신규 이사선임건은 자동폐기됐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 이사회는 7 대 3 구조의 기존 체제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결과는 형제를 제외한 기관투자자, 소액주주들의 신뢰가 4자연합쪽에 기울어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미약품 최대주주는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로 41.42%를 보유하고 있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지주사 의결권을 모두 행사했지만 해당 지분을 제외한 의결권 지분 96.34%가 박 대표 해임에 반대했다. 한미약품 지분 10.02% 보유하고 있는 2대주주 국민연금도 형제 측 안건에 반대해 사실상 4자연합측의 손을 들어줬다.
주총이 끝난 직후 박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모든 주주들의 뜻을 모아 한미약품의 브랜드를 재건해 나가겠다"며 "이제는 '잘해 왔던 것'이 아니라, 앞으로 '잘해 나갈 일'에 대해 더욱 노력하고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며 "우선 한미약품의 업무가 정상화돼야 한다. 그 시작은 지주사가 사업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여러 건의 자해적 고소, 고발의 자진 취하가 이뤄져야 한다"며 "저도 무고 등으로 맞고소 하긴 했지만, 지주회사가 먼저 자진 취하한다면 저 역시 고소 건을 취하할 의향이 있다"고 전했다.
현재 상황으로는 4자연합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지만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남아 있어 내년 개최 예정인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또 한 번의 다툼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이번 임시 주총 결과에 대해 "매우 아쉬운 결과이나 주주들의 결정을 존중한다"라고 하면서도 "해임요건에 해당하는 여러 가지 사실과 상황들이 시간이 갈수록 더욱 구체화될 것이다.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면 주주들의 판단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입장을 전해 분쟁이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도 임 대표는 "지주사 대표로서 우려되는 부분이 적지 않으나 그룹 전체가 최선의 경영을 펼치고, 올바른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어느 누구도 더 이상 불필요한 갈등과 반목을 초래하거나 그룹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며 "그룹 모든 경영진과 임직원은 부디 모두가 각자 본분에 맡는 역할에 집중해 최근의 혼란 국면이 기업가치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게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덧붙였다.
형제는 한미약품 이사의 임기 만료에 맞춰 신규 이사를 선임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4자연합측 인사들의 임기가 만료돼 2026년 총 5명의 임기가 끝난다.
이와 관련해 박 대표는 "내년 정기 주총에 이사진 변경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어떤 이사들이 진입하느냐에 따라 좀 달라지긴 하겠지만 결국 한미사이언스든, 한미약품이든 그룹 자체가 가야 할 방향은 똑같다고 생각한다"며 "한미약품은 10년 내 매출 5조원 달성이라는 비전을 내걸고 있다. 똑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이사님들이 합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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