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전주 1400원대 상회···1450원 돌파까지원화 가치 하락···원자재 수입·생산 비용 증가韓 철강 '산 넘어 산'···내년 수익성 악화 전망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주 연속 1400원대를 상회했다. 이달 초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후폭풍과 미국 기준금리 인하 지연 전망이 맞물린 결과다. 특히 전주 목요일 장초반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1450원까지 돌파하며 무서운 상승세를 보였다.
환율이 요동치면서 원자재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해오는 기업들은 비상에 걸렸다. 이들은 수입 제품 거래를 통상 달러로 진행하는데, 환율이 오르면서 수입 가격이 상승한 탓이다. 보통 환율이 상승하면 원화 가치가 떨어져 원자재 수입 비용과 생산 비용이 덩달아 증가한다.
국내 수출 기업 중에서는 철강업계의 리스크가 가장 확대될 전망이다. 앞서 이들은 지난해 중국의 어두운 경기 시황과 국내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역대급 혹한기에 접어들었는데, 올해는 중국 저가 철강재 유입과 철강 수요가 부진할 것이란 우려가 길어지며 수익성이 더욱 악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사들은 해외에서 주 원재료인 철광석과 연료탄 등을 수입해오고 있는데, 환율이 이렇게 오르면 수입 비용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원가 부담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아직 집계되지 않은 올해 4분기 실적을 제외하면 국내 철강 3사의 1~3분기 합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5조2026억원, 2조3978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7% 하락한 데 그쳤으나, 영업이익은 무려 45.3% 줄었다.
혹한기가 길어지자 올해 하반기에는 잇달아 공장 문도 닫았다. 업체별로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과 1선재공장을 연달아 폐쇄하며 제품 생산과 가동을 모두 중단했다. 현대제철도 올해 말 포항 2공장 가동을 중단하며 폐쇄 절차에 돌입했다. 이번 중단은 철강업계가 보릿고개에 접어들면서 가동률이 떨어진 데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철강사들은 불황기가 길어지면서 내년도 사업 계획 조정에 나서거나, 수익성 개선을 위한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섰다.
일단 포스코홀딩스는 경영환경 불확실성에 대한 위기 대응 속도를 높이고자 주요 사업회사들의 조직 슬림화를 단행했다. 특히 철강을 주력으로 하는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는 '본부제'를 도입해 의사결정 단계를 간소화했다. 또 분산되어 있던 본부들은 하나로 통합했고, 성장성이 높은 지역에는 추진반도 신설했다.
현대제철은 원전과 방산 등 성장산업 신규 수요 확보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최근 건설이 재개된 신한울 3·4호기에 내진성능이 향상된 원자력 발전소 건설용 강재를 공급했고, 방산용 후판 소재도 개발해 제품 판매에 적극 나섰다. 현대제철은 이 외에도 고강도 강재 개발을 통한 판매 경쟁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동국제강은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고객 중심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 구매실과 마케팅실을 신설했다. 구매실은 장선익 동국제강 전무가 이끌기로 했으며, 원자재 구매 효율성을 높이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동국제강은 남은 4분기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공장을 운영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달러로 거래하는 기업들은 환율이 오르면 단기적으로는 유리한 측면이 있지만, 장기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는 투자비가 오를 수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측면이 더 크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전소연 기자
soyeon@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