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사 시 낸드플래시 시장 지각변동SK하이닉스, '합병 동의' 여부 촉각일각선 투자금 회수 검토 가능성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5일 WD 메모리 사업부 '샌디스크 코퍼레이션'의 미국 나스닥 별도 상장을 조명하며 키옥시아와의 합병이 재개될 것이란 전망을 제시했다. 각각 증시에 입성하면서 양사의 가치가 명확해진 현 시점이 협상을 재개할 적기라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WD와 키옥시아는 과거에도 합병을 시도했다가 2023년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 이 때 WD가 반도체 사업을 분리한 뒤 키옥시아홀딩스와 지주회사를 설립해 경영을 통합하는 방향의 구조를 설계했는데, 기업 가치를 둘러싼 이견에 계획을 접었다. 구체적으로 합병 후 지분을 어떻게 배분하느냐를 놓고 충돌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올해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일본 현지를 중심으로 두 회사의 논의에 다시 불이 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속속 고개를 들고 있다. 작년말 키옥시아가 도쿄증권거래소에 입성한 데 이어 WD도 메모리 사업을 떼어 상장하면서 각각 몸값을 확인했으니 협상도 수월해지지 않겠냐는 논리다.
이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주목받는 배경은 키옥시아와의 특수한 관계에 기인한다. 이 회사는 키옥시아 출범에 발맞춰 미국 베인캐피탈이 구성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에 참여, 약 2조7000억원을 출자함으로써 19%의 지분을 간접 확보했다. 별도로 키옥시아 지분 15%와 바꿀 수 있는 1조3000억원의 전환사채(CB)도 보유하고 있다. 이로 인해 키옥시아는 합병을 추진하기에 앞서 SK하이닉스 측에 동의를 구해야 한다.
2023년의 경우 SK하이닉스는 이렇다 할 의견을 내놓지 않으며 우회적으로 반대의 뜻을 내비쳤다. 당시 특별한 언급은 없었지만, 외부에선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낸드 플래시 업황 침체로 키옥시아 지분 가치가 투자금을 크게 밑도는 점을 원인으로 짚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2022년과 2023년 키옥시아와 관련해 1조원을 웃도는 평가손실을 떠안은 바 있다.
이를 놓고 한편에선 경쟁사를 견제한 것이란 해석도 있었다. 양사가 덩치를 키우면 SK하이닉스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트렌드포스의 작년 3분기 보고서를 기준으로 봐도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 키옥시아는 15.1%, WD는 10.7%의 점유율로 각 3위와 5위에 랭크돼있다. 둘을 합치면 총 25.8%로 2위 SK하이닉스(20.6%)를 훌쩍 넘어서는 것은 물론 선두 삼성전자(35.2%)까지 바짝 추격한다. 우리 기업 입장에선 여러모로 합병을 달가워할 수 없는 이유다.
따라서 이번에도 SK하이닉스의 판단이 WD와 키옥시아의 합병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점쳐진다. 일각에선 고대역폭메모리(HBM) 투자 확대와 미국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건으로 갈 길 바쁜 SK하이닉스가 이번 사안을 계기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안까지 고려할 것이란 관측도 흘러나온다. 마침 키옥시아의 시가총액도 1조4900억엔(약 14조4030억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SK하이닉스 측 보유 지분(최대 34%)의 가치를 환산하면 4조9000억원에 이른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WD·키옥시아 합병설에 대해선 들은 바 없다"면서 "키옥시아 투자자산 활용 방안과 관련해서도 결정된 게 없지만, 향후 시장 상황을 반영해 자산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