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로 상환능력 개선···DSR 강화 앞두고 막차수요 증가상반기 주담대 증가세 이어질 듯···은행도 RWA 관리에 유리집값 상승은 서울 일부지역에 국한···"지나친 우려는 기우"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1월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9000억원 줄었다.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와 겨울철 주택거래 둔화 등의 영향으로 무려 10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주목할 점은 주담대는 오히려 3조3000억원 증가했다는 점이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4조2000억원이나 쪼그라들면서 전체 가계대출 규모가 줄어든 셈이다.
특히 5대은행(신한·하나·KB국민·우리)만 놓고 봐도 주담대 쏠림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5대은행의 주담대는 전월 대비 2조7000억원 늘었고 집단대출은 1조5000억원 감소했다. 전월(2조7000억원·1조2000억원)과 비교했을 때 주담대는 증가 폭을 늘렸지만 집단대출(1조2000억원)은 더 크게 줄었다.
지난달 말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한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은 경상성장률(3.8%)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여신이 지난해처럼 특정시기 쏠림이나 중단되지 않도록 월별·분기별 관리기준을 마련했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또한 금융당국은 3단계 스트레스 DSR을 오는 7월 예정대로 시행해 과도한 가계부채 증가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총액 1억원 미만의 대출, 중도금·이주비 대출 등 그간 소득심사를 하지 않았던 가계대출에 대해서도 대출 문턱을 높이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상반기 중 가계부채가 급속히 늘어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신학기 이사수요 ▲3단계 DSR 도입에 따른 가수요 증가 ▲대출금리 인하 ▲금융권의 가계대출 영업재개 등으로 지난해 가계대출 폭증세가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오는 7월 3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면 주담대, 신용대출에 이어 기타대출에도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된다. 2단계에서 0.75%(수도권 주담대는 1.20%)였던 스트레스금리는 1.50%로 높아진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빠르게 주택을 매수하려는 수요가 6월까지 계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은행권의 주담대 대출금리는 본격적인 하락세에 진입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8일 주담대 5년 변동(주기형) 상품의 가산금리를 0.25%포인트(p) 낮췄고, NH농협은행도 6일부터 가계대출금리를 최대 0.40%p 인하했다. 하나은행은 오는 10일부터 대면 주담대 상품(혼합형)의 가산금리를 0.15%p 내릴 예정이다.
나민욱 DB금융투자 연구원은 "3월 가계대출 증가 폭은 전월 대비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5대은행은 가산금리 인하를 통한 대출금리 인하에 나섰고, 은행의 연초 대출 영업 재개에 따른 영향도 점차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체적인 연간 대출 전망은 상고하저를 그릴 가능성이 높다"며 "지난해와 같이 스트레스 DSR 규제 강화를 앞둔 막차 수요와 기준금리 인하로 차주별 한도가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올해부터 월별 대출한도 관리정책이 강화돼 그 강도는 전년 대비 약화될 것"이라면서도 "가계대출 중 주담대로의 쏠림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은행권 입장에서도 연체리스크가 높은 신용대출보다 주담대가 RWA 관리에 유리하다. 은행권은 분기별 가계대출 관리 및 자체적인 밸류업 기조에 맞춰 올해 RWA 증가율 목표치를 4~5% 수준으로 낮췄다. 지난 2023~2024년 RWA 증가율이 7%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험자산을 반드시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주담대 위험가중치를 조정하는 등 거시건전성 규제를 시행하겠다는 복안이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지난해에도 주요 은행의 주담대 증가율은 금융당국의 총량규제에도 10% 안팎을 기록했다.
다만 일각에선 주담대 증가세를 심각하게 바라볼 이유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은행 입장에서 주담대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출 자산이고, 집값 상승도 인프라가 집중된 지역에 한정되고 있어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부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은 지난 20여년간 계속돼 왔다"며 "가계대출이 늘었던 지난해에도 서울 집값은 전고점 대비 회복 폭이 컸을 뿐 폭등이라고 볼 순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가계대출 증가가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라면서도 "집값은 일부지역에서만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가계대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주담대와 전세대출의 안전성을 고려하면 심각하게 우려를 부여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올해 1분기 가계대출 총량은 지난해 4분기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당국의 규제는 대출의 질적 제고 면에서 효과가 있다고 보지만 금리인하 사이클과 서울권의 주택 매수심리 강화 등이 가계대출 수요를 자극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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