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떠나는 비둘기파' 신성환 금통위원 "금리 인하 논하기엔 부담···물가 안정이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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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비둘기파' 신성환 금통위원 "금리 인하 논하기엔 부담···물가 안정이 최우선"

등록 2026.05.11 15:26

문성주

  기자

퇴임 앞두고 기자간담회서 소회 밝혀···재임 기간 30회 금리 결정 참여"10% 섹터가 헤드라인 결정 '양극화'···침체 부문 가중돼도 대안 없어""외환·금융시장 업그레이드 걸맞은 브레이크 등 대안 체계 갖춰야해"

신성환 금융통화위원 기자간담회. 사진=한국은행신성환 금융통화위원 기자간담회. 사진=한국은행

임기 만료를 앞둔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현재 통화정책 여건에 대해 기준금리 인하를 논하기 어려운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와 유가 상승 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만큼 통화당국의 최우선 책무인 물가 안정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11일 오전 신 위원은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지난 4년 재임 기간의 소회를 밝히고 통화정책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신 위원은 최근의 정책 환경에 대해 "지금은 인하를 논하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물가에 대한 압력이 굉장히 크고 미래의 물가에 대한 불확실성도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2년 7월 금통위에 합류해 총 30번의 금리 결정에 참여한 신 위원은 합류 직후 총 125bp(1bp=0.01%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됐으며 이후 동결이 이어지다 지난 2024년 하반기부터 25bp씩 4차례 인하가 진행됐다. 재임 중 7차례의 소수의견을 냈던 그는 "지난해 주택가격 규제 강화로 관련 이슈가 잠잠해졌을 때 한 차례 더 인하를 고려했으나 갑작스러운 전쟁 발발로 상황이 급변했다"고 설명했다.

신 위원은 재임 기간 중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던 화두로는 실물경제의 극단적인 '양극화'를 꼽았다. 그는 "금통위에서 결정을 할 때 가장 어려웠던 부분 중 하나가 양극화 상황에서의 통화 정책"이라며 "1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섹터가 경제 전체의 헤드라인 넘버를 다 결정해 버리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나머지 70~80% 정도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헤드라인 넘버가 어떤 의미를 갖느냐에 대해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신 위원은 최근 한국은행이 하반기 중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공감을 표했다. 그는 "우선순위는 항상 인플레이션이다"라며 "개인적으로 현재 상황은 물가에 대한 우려가 꽤 큰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제 유가에 대해서는 "당초 연말 70달러 수준으로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현 상황으로는 90달러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연말까지 높은 가격으로 고공행진을 하면 다른 물가에 미치는 2차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유가가 100불 수준에서 고공행진하게 되면 일단 유가로부터의 2차 충격을 최소화시키는 게 중요하고 이것이 한국은행의 의무"라고 덧붙였다.

신 위원은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금리 역전을 근본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금리 역전 상황 때문에 원화가 어느 정도 평가 절하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래도 그 수준이 크다"며 "국내 거주자의 해외 투자에 대한 수요가 짧은 기간 내에 급격하게 증가한 것도 원인"이라고 언급했다.

한국 금융시장의 선진화 과정 속에서 정책 당국의 리스크 관리 역량 강화도 촉구했다. 신 위원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추진 등에 대해 "고성능 자동차로 업그레이드를 하려면 에어백도, 브레이크도 더 성능이 좋은 것으로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며 "정책당국이 브레이크나 에어백 같은 정책 수단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금융시장이 국제 금융시장과의 연결고리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쏠림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책 수단 확보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가계의 높은 순저축률로 인한 민간소비 부진에 대해선 해결해야 할 구조적 과제로 지목했다. 신 위원은 "우리나라 가계의 순저축률이 굉장히 높다"며 "구조적으로는 저축을 많이 하게 되니까 성장률이 반등하고 있어도 민간 소비가 지지부진하다"고 지적했다. 또 "경제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민간에서 충분한 소비가 이뤄져야 하기에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저축 시스템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저축을 조금 더 효과적으로 해서 잘 살고 잘 떠나는 시스템을 제도적으로 만들면 좋지 않을까"라고 제언했다.

한편 대외 변수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새로운 리더십 출범과 관련해서는 대차대조표 축소 등이 급격히 진행될 경우 전 세계적인 달러 경색 현상이 발생해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건부로 운영 중인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해서는 중앙은행과 시장의 미래 전망에 대한 시각차를 좁히는 데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신 위원은 한국 통화당국의 독립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금융통화위원회 같은 경우에는 금통위원 한 분 한 분의 독립성이 미 연준 정도에 버금간다고 생각한다"며 "전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전문성과 독립성에서 못지않은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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