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암참 "삼성 파업 땐 거래선 이탈 우려"···'노사 갈등' 경고

산업 재계

암참 "삼성 파업 땐 거래선 이탈 우려"···'노사 갈등' 경고

등록 2026.05.11 15:10

고지혜

  기자

암참, 삼성 노사갈등에 韓투자 신뢰 하락 경고국내 최대 외국상의, 노사 문제 입장 표명 '이례적'일부 글로벌 기업, 이미 암참에 공급 차질 우려 전달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지난 4월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4.23 투쟁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지난 4월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4.23 투쟁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주한미국상공회의소(이하 암참)가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가능성을 두고 공개 경고에 나섰다. 삼성전자 생산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AI·반도체 공급망은 물론 한국의 투자 신뢰도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은 11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삼성전자에서 상당한 수준의 생산 차질이나 운영 불확실성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공급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며 "공급 병목 현상과 가격 변동성 확대, 조달 안정성 저하 등 공급망 전반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800여 개 회원사를 둔 국내 최대 외국상의가 특정 기업의 노사 문제에 대해 입장을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삼성전자 파업이 글로벌 산업계에 미칠 파장이 심상치 않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날 삼성전자 노사가 대화를 재개한 시점과 맞물려 발표가 나온 만큼, 업계에서는 사실상 노조를 향한 파업 자제 촉구 메시지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암참은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인프라와 클라우드 컴퓨팅, 첨단 제조, 자동차, 에너지 산업 등에 필수적인 메모리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AI 시장 확대와 함께 글로벌 기업들의 안정적인 메모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생산 차질은 단순한 국내 노사 문제를 넘어 글로벌 산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 겸 대표이사는 "회원사 및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들과의 지속적인 소통 과정에서도 공급망 회복력과 운영 안정성, 장기적인 경영 예측 가능성에 대한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며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경영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한국이 아·태지역 핵심 지역본부 및 투자 허브로 자리매김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실제 암참 회원사 상당수는 삼성전자 메모리 공급망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구글, 애플, 아마존, 오라클, 퀄컴, 델, HP, IBM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와 AI 가속기, 스마트폰, 서버 사업에서 D램·낸드플래시·HBM(고대역폭메모리) 수급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및 소재 기업들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애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램리서치, ASML, 코닝, 듀폰, 3M 등 글로벌 장비·소재 업체들은 삼성전자 평택·화성 사업장과 긴밀히 연결돼 있어 생산라인 가동 차질 시 매출 감소와 투자 계획 조정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삼성전자 측에 공급 차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메모리 확보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사실상 생존 문제"라며 "납기 지연이 현실화될 경우 위약금 청구나 거래선 재조정 등 법적·사업적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암참은 최근 발표한 '2026 국내 경영환경 설문조사' 결과도 언급했다. 해당 조사에서 한국은 글로벌 기업들이 선호하는 아시아 지역본부 거점 순위에서 싱가포르와 홍콩에 이어 3위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한 단계 하락했다. 응답 기업들은 노동 정책과 규제 예측 가능성,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경영환경 등을 핵심 투자 판단 요소로 꼽았다. 업계에서는 최근 반도체 산업 내 노사 불확실성이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투자 매력도 평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암참은 "운영 안정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 다변화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며 "주요 기업들이 공급망 집중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생산 및 조달 거점을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경쟁 국가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단순 생산 차질을 넘어 글로벌 고객사 신뢰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적법한 쟁의행위조차 글로벌 고객사 입장에서는 공급망 리스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한 번 이탈한 거래선을 다시 되돌리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협상을 재개했으며, 향후 협상 결과에 따라 총파업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암참은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건설적인 대화와 협력을 통해 균형 있고 미래지향적인 해결책을 도출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