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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K-엔비디아 논쟁

등록 2025.03.1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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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엔비디아 논쟁 기사의 사진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유튜브 채널에서 언급했던 'K-엔비디아(Nvidia)'에 대한 이야기가 오랜만에 정책 논쟁을 키우고 있다. 정부가 테크 기업을 키우고, 성공하면 30% 가량 지분을 국민이 나눠 갖고 배당을 하면 세부담을 줄일 수 있으리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성장 기업을 국세 대체 재원으로 삼는 것을 '위험한 경제관'이라고 비판했고,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역시 '판타지'라며 비판했다.

모처럼 벌어진 정책 논쟁은 법원에서 벌어진 일 때문에 시들어 가고 있지만, 그래도 몇 가지 논점은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다. 우선 정부가 테크 기업을 키울 수는 없는가?

이에 대해선 한국이나 대만, 그리고 아시아의 신흥 제조업 국가들이 모두 국가의 전략으로 육성했다는 사례가 있다. 이른바 '발전국가' 모델이다. 똑똑한 기술 관료(테크노크라트)들이 정책의 방향을 설정하고, 사업을 추진할 모험 자본가(예: 정주영, 김우중)를 발굴하여 사업을 맡기고, 재무부와 수출입은행 등 경제부처가 해외에서 원조와 차관을 끌어와서 수출주도형 경제를 만들기 위해 제조업을 육성했다. 1973년 중화학공업화 이후 6개 산업을 선정해서 지금의 주력산업으로 만든 것이다. 대만의 TSMC도 국가의 전략산업 육성을 통해 성장했다고 봐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미국의 혁신정책을 연구하는 마리아나 마추카토는 인터넷이나 자율주행 등도 국가가 투자했던 국방연구나 NSF(미국 국립 과학재단)의 기초연구에 기반을 두었으니, 일정 수준 이상 국가의 역할이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두 번째로 정부는 어디까지 개입해야 할까? 이에 대해서는 시장주의자들과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진영의 생각이 엇갈린다. 시장주의자들은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기초연구까지만 국가가 지원하고, 이후의 과정은 개별 스타트업 기업가들의 스핀오프와 개별창업이 이뤄진 뒤 민간 벤처자본(VC)이 성장성을 판단해 투자하다보면 자연스레 유니콘 대기업이 생겨난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진영은 벤처자본이 꼭 사회적으로 혹은 국가적으로 필요한 기술이 수익성이 나지 않을 경우 투자금만 까먹고 존속을 걱정하게 되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 단계에서 철수하는 경우가 많아 이럴 때 국가가 오히려 전향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전한다. 이들은 상장할 때 이익만 맛보고 떠나는 VC의 행태도 문제이기에, 좀 더 전향적인 개입을 해도 된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정부가 투입하여 성장시킨 기업이 있다고 칠 때 그 과실을 어떻게 누구에게 나눌지의 문제가 있다. 시장주의자들은 기업은 고용을 창출하고 법인세와 소득세 등 세금을 내면 된다고 최소한의 역할을 다한 것이라고 말한다. 반대편에서는 국민 혈세가 들어갔다면 사회적으로 그 이익을 일정부분 환원할 수 있다고 전한다.

즉 K-엔비디아 논쟁은 혁신 기업에 대한 ▲국가 투자의 정당성과 유용성 ▲개입할 수 있는 단계 ▲이익 분배의 문제 3가지를 다루는 셈이다. 그런데 논쟁이 단순히 하나의 쟁점, 즉 국민배당의 이슈에만 매몰되게 되다 보니 정파적 논쟁이 되어버렸다.

3가지 쟁점에 대해선 다양한 선택지가 가능하고, 'IT강국'의 명성이 사라지고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현재 상황에서 어쩌면 꼭 필요한 논쟁일지 모른다. 정책의 급격한 변화가 가능해지는 '기회의 창'이 열렸을 때 세심한 논의로 산업 전환의 새 문을 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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