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관계자들은 전통주 시장 확대의 비결로 MZ세대의 관심을 첫손에 꼽습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의 이대형 농업연구사는 MZ세대는 술을 취할 때까지 마시는 것이 아닌 즐기는 음료로 본다고 표현했는데요. 모두가 찾는 '대중적 술'보다는 비싸더라도 '내 입맛에 맞고 내 시간을 채울 가치가 있는 술'을 우선시한다는 것.
그렇다 보니 전통주에 관해서도 '옛날 술'이라는 고정관념 대신 '힙한 술'이라는 새로운 이미지가 오히려 대세가 된 셈이죠.
전통주 업체들도 이 같은 트렌드에 걸맞게 전통주에 새 가치를 입히고 문화를 이입하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우리술방도 그중 하나.
우리술방은 전통주 양조장 및 신세계백화점과 협력해 전통주 대중화에 힘쓰고 있는 전통주 전문 매장인데요. 2014년 국내 최초의 전통주 편집숍을 표방하며 문을 연 11년차 브랜드로, 현재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비롯해 총 6곳에 매장을 두고 있습니다. 도예를 전공한 지양 대표가 전통주의 문화적·산업적 가치를 알리고자 런칭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전통주 속 스토리를 발굴해 이를 현대에 맞게 재해석, 상품에 담아내는 작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다양하고 풍부한 '술맛' 개발을 통해 요즘 세대가 술을 대하는 태도에 부합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는 중이죠.
실제로 막걸리, 과일주, 소주는 물론 칵테일로 마시는 사람이 느는 등 전통주의 풍미를 즐기는 방식은 다양해졌습니다. 지난 2월 우리술방의 전통주 판매 순위를 보면 재료와 주종의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순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특징은 전통주의 고급화 전략이 통한다는 점입니다. 값비싼 전통주들이 눈에 띄는 것인데요.
예컨대 소주 부문 1위를 차지한 '화요 청사에디션 53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소줏값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해당 술은 우리술방이 판매 중인 화요 소주 중 53도로 도수가 가장 높은 것으로, 2025년 뱀의 해를 맞아 지난 1월 특별 출시됐죠. 설 명절 선물로 큰 인기를 누렸다고 합니다.
이밖에 우리술방 매장에서 판매 중인 '해창 대장경 소주' 시리즈는 한 병 가격이 천 단위까지 갑니다. 국내 전통주 가운데 최고가를 자랑하죠. 여기에 24K 50돈짜리 금잔과 함께 거액에 세트로 출시됐는데, 역시 프리미엄 명절 선물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적잖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이렇듯 초프리미엄 전통주까지 잘 팔린다는 것은 술에 담긴 이야기가 애주가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해창대장경은 한국 증류소주의 기원인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당대의 역사적·예술적·과학적 가치의 최정점인 팔만대장경을 모티프로 따왔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스토리 마케팅이 통한 셈이죠.
또 프리미엄 전통주를 설 등 명절을 바로 앞에 두고 출시한 타이밍 전략 역시 고급 선물을 찾는 이들의 입맛에 잘 부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월 12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전통주 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소규모 제조면허 허용 주종에 증류식 소주·브랜디·위스키를 추가하고, 전통주 주세 경감 대상도 두 배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 K-푸드를 이끌 미래 품목 중 하나로 전통주를 지목한 셈인데요.
우리술방을 비롯한 전통주 발굴&판매 브랜드들의 활약이 필요하지 않을 수 없겠죠? 글로벌 애주가들을 매료시키기 위한 맛과 스토리 경쟁 또한 향후 전통주 시장의 주요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뉴스웨이 이성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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