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 유상증자 결의···GM과 합작법인 등에 투자유증 결의에 시장 반응 싸늘···주주가치 희석 우려금감원 중점심사 1호 선정에도 '미래 위해 투자'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며, 증자 비율은 16.8%에 달한다. 발행되는 신주는 총 1182만1000주다.
삼성SDI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JV) 투자, 유럽 헝가리 공장 생산능력 확대, 국내 전고체 배터리 라인 시설 투자 등에 활용하기로 했다. 앞서 삼성SDI는 지난해 8월 GM과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위한 JV 설립 본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약 35억달러를 투자, 연산 27GWh의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다만 시장 반응은 엇갈리는 모습이다. 글로벌 전기차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으로 삼성SDI의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과연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이 적절한 선택이었냐는 의문에서다. 특히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의 지분율을 낮춰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주가치 희석 우려도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삼성SDI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16조5922억원, 영업이익은 3633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대비 22.6% 줄고, 영업이익은 76.5% 감소했다. 4분기 매출은 3조7545억원, 영업손실은 2567억원을 기록했다. 삼성SDI가 분기 기준으로 적자를 낸 것은 2017년 1분기(△673억원) 이후 약 8년 만이다.
실제 삼성SDI의 유상증자 발표 후 주가도 약세를 보이며 시장 우려를 반영했다. 유상증자가 발표된 14일 삼성SDI의 주가는 무려 6% 넘게 빠지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고, 전장 대비 6.18% 내린 19만14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특히 삼성SDI의 주가는 지난해 초 40만원대를 웃돌았지만, 현재는 20만원대를 웃돌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도 삼성SDI를 유상증자 중점심사 대상 1호로 선정하고 주주가치 보호 방안을 집중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주식가치 희석화 우려 ▲일반주주 권익훼손 우려 ▲재무위험 과다 ▲주관사의 주의의무 소홀 등 대분류와 7가지 소분류에 따라 중점심사 유상증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재용 회장의 '사즉생' 발언이 삼성SDI와 관련된 것이라고 풀이하는 분위기다. 삼성의 가장 핵심 축인 반도체 부문이 당장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해 배터리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라는 분석에서다.
특히 이 회장은 지난달 말부터 열린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 행사에서 직접 투자의 중요성을 언급했는데, 임원들 세미나에서 기술과 투자에 대한 메시지가 나오자마자 2조원이라는 대규모 유증이 공시되면서 삼성이 전기차 배터리에 선제적인 투자를 결정한 것 아니느냐는 풀이도 제기된다.
앞서 이 회장은 최근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며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영진부터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면서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기술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이 회장은 그간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며 기술 경쟁력을 강조해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보통 이런 결정들은 기술 경쟁력과 선제적인 투자가 맞물려야 진행이 되는데, 삼성의 경우 가장 중요한 부분인 반도체가 당장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성장세가 전망되는) 전기차나 자율주행차에 중요한 부품 중 하나가 배터리이기 때문에 삼성이 선제적인 투자를 해서 기술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행보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터리도 반도체와 비슷하게 2~3년 전에 투자를 해 놔야 하는데, 유상증자를 하면 투자금 확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 주식을 발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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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전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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