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3월 22일 토요일

  • 서울 7℃

  • 인천 6℃

  • 백령 11℃

  • 춘천 3℃

  • 강릉 12℃

  • 청주 5℃

  • 수원 7℃

  • 안동 4℃

  • 울릉도 11℃

  • 독도 11℃

  • 대전 6℃

  • 전주 8℃

  • 광주 3℃

  • 목포 7℃

  • 여수 7℃

  • 대구 9℃

  • 울산 12℃

  • 창원 8℃

  • 부산 11℃

  • 제주 11℃

유통·바이오 홈플러스 기업회생에도 매출 늘었다는데···'현금 부족' 현실화

유통·바이오 채널

홈플러스 기업회생에도 매출 늘었다는데···'현금 부족' 현실화

등록 2025.03.21 16:21

조효정

  기자

공유

5월 부도 우려···익스프레스 매각도 불발금감원, 신용등급 하락 사전인지 의혹 조사

(왼쪽부터)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와 금정호 신영증권 사장, 강경모 홈플러스 입점협회 부회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홈플러스·MBK 파트너스 및 삼부토건'에 대한 긴급 현안질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왼쪽부터)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와 금정호 신영증권 사장, 강경모 홈플러스 입점협회 부회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홈플러스·MBK 파트너스 및 삼부토건'에 대한 긴급 현안질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가 최근 매출 반등세를 기록하며 이례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21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3월 3일부터 16일까지 2주간 총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했고, 고객 수는 9% 늘었다. 회생 신청 직전까지도 업계 2위를 유지했던 홈플러스는 소비자 기반과 가격 경쟁력을 일정 부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외형상 안정된 듯 보이는 실적 이면에는, 자금 흐름이 한계에 이른 구조적 위기가 자리하고 있었다.

홈플러스는 3월 4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며, 신용등급 하락 직후인 3월 17일부터 현금 부족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신청서에 따르면 3월 17일 184억 원의 현금 부족이 발생한 뒤, 같은 달 말엔 2298억 원, 4월 말 5261억 원, 5월 말엔 7395억 원까지 부족액이 늘어날 것이라 추정했다.

홈플러스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5월에는 실질적 부도 상태가 될 것"이라며, 단기채무 차환이 막힌 데 따른 유동성 위기를 직접 언급했다.

현재 홈플러스는 채무불이행을 막기 위해 상거래채권 지급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 21일 오전 기준 총 상거래채권 지급액은 4763억 원에 이르며, 하루 전인 20일에만 900억 원을 지급했다. 회사 측은 "지급은 회생 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계속 이루어지고 있으며, 영세 협력사 중심으로 지급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심과는 거래 조건에 대한 합의를 완료해 납품이 재개될 예정이며, 서울우유와는 현재 현금 선납 조건과 관련해 협의를 진행 중이다.

회생 계획안에도 세부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회계상 상거래채권과 금융채권의 중간 지점에 있는 매입채무유동화(매출채권 유동화)도 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해 전액 변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매입채무유동화 잔액은 약 4618억 원이며, 홈플러스는 "선의의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이를 일반 상거래채권과 동일하게 처리하겠다"고 했다.

신용등급 하락을 둘러싼 사전 인지 논란에 대해서도 회사 측은 해명을 내놨다. 홈플러스는 "2월 13일과 14일 신용평가사와 면담을 진행한 것은 평정 전 통상적 IR 설명 절차였으며, 신용등급 하락 예비통보는 25일 오후, 확정통보는 27일 오후에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위기 상황이 갑작스럽지 않았다는 점이다. 홈플러스 경영진은 신용등급 하향 발표 2주 전인 2월 13일과 14일, 각각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를 방문해 재무구조 개선과 자금 조달 문제를 논의했다. 이후 2월 25일 단기 회사채 820억 원을 발행했고, 불과 사흘 뒤 신용등급은 투자 부적격으로 떨어졌다. 열흘 후 회생 신청까지 이뤄지면서, 사전에 등급 하락을 인지한 상태에서 채권을 발행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관련 면담 일정과 자금 조달 경위를 조사 중이다.

홈플러스가 직면한 구조적 위기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회계연도 기준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2602억 원, 199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2024년 1월 기준 최근 12개월 실적도 2349억 원의 적자였다. 총부채는 8조5000억 원에 달하며, 리스부채 2조4000억 원, 장기차입금 1조6000억 원, 상환전환우선주 1조1000억 원 등 고정성 비용이 높다. 금융비용도 2022년 3933억 원에서 지난해 5493억 원까지 증가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핵심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 방안도 쉽지 않다. 홈플러스는 과거 홈플러스익스프레스(슈퍼마켓) 부문 매각을 추진했지만 무산됐으며, 회생절차 이후 이를 재추진할지는 채권자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인수합병(M&A)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회사 측은 "상거래채권이 정리되고 소비자 신뢰가 회복된 이후, 계속기업으로서의 전망이 확립된 뒤에야 M&A가 현실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형마트 임대료 부담과 관련해, 홈플러스는 "SLB(매각 후 재임대) 방식만이 원인은 아니며, 대부분의 점포 임대료는 오프라인 마트가 전성기였던 시절 실적 기준으로 책정된 것이라 현재 수익성과 괴리가 크다"고 해명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문제는 매출이 아니라 돈이 안 도는 구조"라며 "유동성 위기와 고정비 부담, 신뢰 훼손을 해소하지 못하면 회생도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며 단기 매출 반등보다 근본적인 구조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