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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실책 되풀이 말아야"···극한 위기 속 '신발끈 동여맨' 재계

산업 재계

"실책 되풀이 말아야"···극한 위기 속 '신발끈 동여맨' 재계

등록 2025.03.24 13:43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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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투자로 AI·반도체 등 신사업 육성고부가 기술 선제 확보해 미래 시장 대비 "트럼프發 불확실성이 투자 부추겨" 진단도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대기업 '빅4' 삼성·SK·현대자동차·LG그룹이 미국발(發) 상호관세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신사업에 수십조원을 쏟아 붓는 데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작용한 것으로 감지된다. AI(인공지능) 대중화와 맞물려 새로운 사업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기업 간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생존하려면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기업은 각자의 중장기 경영전략을 토대로 올해 내외에서 신사업 육성에 화력을 집중한다. 현대차가 27조원 규모의 계획을 세우고, LG전자도 가전에만 1조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한 데 이어 삼성·SK 계열사까지 그 흐름에 합류하며 투자 계획이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각 기업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출혈을 감내하고 미래에 투자하려는 것은 고부가 영역을 장악해 미래 시장을 선점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일례로 반도체 업권에선 국내 기업이 또 한 번의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는 HBM4(6세대 고대역폭메모리)에 승부수를 던졌다. 당장 HBM3E의 대응 실패에 연연하기보다 차세대 제품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그 이후를 대비하겠다는 복안이다. SK하이닉스도 선제적으로 HBM4 12단 제품의 샘플을 공개하는 한편 주요 빅테크를 대상으로 인증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들 모두 하반기 양산을 예고했다.

이와 함께 AI(인공지능)의 대중화와 함께 산업의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여러 시장이 새롭게 생겨나는 것도 기업을 움직이는 대목으로 꼽힌다.

반도체 유리 기판이 대표적이다. AI 기술과 서비스를 받쳐줄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커지면서 성장이 기대되는 영역으로 각광받고 있다. 플라스틱 대신 유리를 기판으로 활용하면 초미세회로를 구현할 수 있고 표면에 대용량 CPU와 GPU를 장착하는 것도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글라스 기판이 데이터 처리 속도를 40% 끌어올리면서도 전력소비와 패키지 두께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한다. 이에 SKC가 가장 먼저 상용화 기반을 갖췄으며, LG이노텍도 연말 시제품 양산을 목표로 준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데이터센터도 AI 흐름을 타고 떠오르는 영역 중 하나다.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수적이어서다. 특히 딥러닝과 생성형 AI는 엄청난 연산량을 필요로 하는데, 하나의 모델을 효과적으로 운용하려면 최적화된 데이터센터가 뒤따라야 한다. SK나 LG가 통신 계열사를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관련 영업에 신경을 쏟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HBM이 반도체 기업을 먹여살릴 제품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것을 과거엔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면서 "지금으로서는 어떤 영역이 '옥석'일지 단언하기 어려운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기술 확보에 매진해야만 추후 기회가 왔을 때 실기하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선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 통상 정책이 기업의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현재 미국은 전 정부가 약속한 반도체·배터리 등 지원금을 재검토하는 한편, 수입품 전반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며 전세계를 압박하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면서도 우회적으로 현지 설비 투자를 강요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따라서 사이에 끼인 우리 기업으로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 큰 손해를 막기 위해 어느 정도 투자 요구에 따라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는 미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양강의 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전세계에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만큼 우리 기업도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어느 한 진영을 지지하기보다 균형을 잡고 기회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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