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계열사 지분 인수 논란주주 소통 부족한 결정 과정이사회, 자본배치 논의 미흡
25일 이남우 회장은 논평을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보잉의 유상증자 사례를 언급하며 한화에어로의 이사회가 자본배치를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한화에어로 증자와 보잉의 증자가 무엇이 다를까"라며 "회사에 대한 시장의 신뢰와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경영진들의 일반 주주에 대한 배려 차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0일 한화에어로는 국내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3조6000억원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현 발행주식의 13%인 보통주 595만주를 기준가 대비 15% 할인한 60만5000원에 발행하는 것이 개요이다. 다음 날 동사 주가는 13% 급락했고 한화 그룹주도 동반 하락했다. 지난 21일 한화에어로 시총은 29조원으로 하루 만에 4조3000억원이 증발했다. 이는 증자 예정금액 보다 큰 금액이다.
반면 작년 10월 31일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은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 미국 기업으로서는 사상 최대 규모인 35조원(243억달러)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당시 보잉 시총은 160조원이었다. 증자 규모가 예상보다 2배나 컸지만 발행 당일 주가는 단지 3% 하락했고 그 후 (미국 증시가 약세임에도) 보잉 주가는 20% 상승했다.
보잉은 자금 부족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 및 대규모 자본조달의 필요성을 투자자들에게 사전적으로 충분히 설명했다. 대부분 투자자들은 기존 주주지분이 대규모 희석돼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잉의 입장을 이해하고 증자를 지지했다.
이 회장은 "한화에어로 증자 관련해 국내 언론 및 유튜브는 '돌발적' '기습' '주주 기만' '배신적인 유상증자'라는 원색적 표현을 사용했다"며 "반면 보잉 증자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은 '이정표 설정(Set milestone)' '과감한 결정(Bold action)' 등 긍정적인 제목을 달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상증자를 결정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 충분치 않으며, 이러한 결정과 관련해 주주와 소통하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이 회장은 "굳이 현 시점에서 대규모 주주가치 희석화를 가져오는 유상증자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으며 "이사들이 한화에어로 현 자본구조 및 미래 현금흐름(Current capital structure and future cash flow)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사회에서 자본배치(Capital allocation) 관련 활발한 토론을 했는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7명 이사 중 전진구 사외이사 등 5명은 화상회의로 참석했다. 그는 "지난 20일 오후 3시 30분에 개최된 이사회는 짧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의안 통과 가정해서 같은날 오후 5시 30분 IR행사 개최) 다양한 자본조달 시나리오 중 유상증자가 최선의 방법이라고 결론을 내린 이유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어 "회사가 제공한 정보가 부족하고 일반주주 입장에서 '다른 의견'을 듣겠다는 최소한 의식이 있다면 IB나 컨설턴트 같은 외부 전문가를 이사회에 초대해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이사의 책무이다"며 "'순수한 사업상 목적을 위한' 유상증자 의안과 관련해 자본배치는 이사의 선관주의의무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한화에어로 회사채 등급은 AA-로 매우 높다. 연초 회사가 2000억원 회사채 모집하는 수요예측서 12배 목표 초과하는 2조5000억원 주문을 받았다. 그는 "지금도 한화에어로가 조단위의 회사채 발행한다고 하면 흥행에 성공할 것"이라며 "증권사 추정에 따라 향후 4년간 3~4조원의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한다면 유상증자는 불필요한 것이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유증 결정 이전 단행된 한화에어로의 한화오션 지분 매입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은 "한화에어로 이사회는 지난 2월 회사가 1조3000억원을 투입한 패밀리 소유 관계사 한화오션 지분 인수 건을 승인했는데, 불과 한 달 만에 13%의 주식희석화가 예상되는 대규모 유상증자 강행 시 일반주주들의 피해를 고려했는가"라며 "패밀리 일가가 지배하는 비상장 계열사로부터 한화오션 지분을 사 오는 데 1조3000억원을 지출한 지 일주일 만에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는 모양새는 일반주주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회사 여유 자금은 지배주주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계열사 주식을 인수하는데 쓰고, 신규 투자금은 일반주주에서 받고자하니 비판이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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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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