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바꾼 백화점, 중심에 선 '어린이 고객'키즈 전문관 확장···체류형 공간으로 진화프리미엄 키즈카페, 고가 회원권까지 등장
롯데백화점 인천점은 최근 3305㎡(1000평) 규모의 키즈 전문관 '킨더유니버스'를 오픈했다. 경기 서부권 최대 수준으로, 나이키키즈 인천 플래그십 매장과 브라운브레스키즈, 베네베네 등 30여 개 유아동 브랜드가 입점했다. 이 공간은 단순히 아이 옷을 파는 곳이 아니다. 유모차 살균소독기, 룸 형태의 가족 수유실, 키즈 전용 라운지까지 체류형 설계를 갖췄다. 브랜드와 상품이 아닌 '머무는 경험'을 중심으로 한 공간 재편이다.
신세계백화점도 키즈 콘텐츠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강남점, 센텀시티점 등 주요 점포는 유아동복, 장난감, 도서, 체험 콘텐츠를 하나의 동선 안에 구성해 복합 문화 공간으로 키웠다. 더현대 서울 역시 오픈 당시부터 레고스토어, 토이킹덤, 무인양품 키즈관을 전면 배치해 주말마다 키즈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는 모습이 일상이 됐다.
이제는 여기에 프리미엄 키즈카페까지 더해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2021년 4개에 불과했던 프리미엄 키즈카페를 올해 8개로 확대했다. 이 중 일부 키즈카페는 연회비가 500만 원에서 최대 5000만 원에 달하는 멤버십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단순한 놀이 공간이 아니다. 원어민 교사와 함께하는 영어 수업, 미술·체육 중심의 발달 프로그램, 조부모 대상 시니어 클래스까지, 하나의 사교육형 커뮤니티 공간으로 설계됐다. 실제로 신세계 경기점에 입점한 키즈카페 '리틀아그마'는 입장료만 5만 원을 넘기면서도 예약이 몰릴 정도다. 고급 키즈 콘텐츠는 부모의 체류시간을 늘리고, 그 시간은 소비로 전환된다.
현대백화점도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무역센터점에는 고급 키즈카페 '아이노리'가 입점했고, 해당 층의 아동복 매출은 입점 전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킨텍스점은 미취학 아동 대상 무료 식사 메뉴를 제공하며 식음 콘텐츠와 연계했고, 무역센터점과 천호점은 저녁 시간대 발레파킹 서비스를 운영해 가족 단위 방문객의 접근성과 체류 시간을 동시에 높였다.
이러한 전략은 실질적 수치로 이어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인천점에서 키즈 제품을 구매한 고객의 90% 이상이 같은 날 다른 상품군에서도 추가 소비를 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1분기 식당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6% 증가했으며, 3040 고객군의 매출은 31.7%나 늘었다. 저녁 시간대 식당가를 이용한 고객 중 48.1%는 패션·잡화·아동 상품을 함께 구매한 것으로 분석됐다. 백화점의 키즈존은 단지 유아동 제품 판매 공간이 아니라, 전체 소비 동선을 확장하는 중심축이다.
통계 역시 이 흐름을 뒷받침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출생아 수는 23만 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만 0~9세 유아동 1인당 월평균 소비 지출은 약 48만 원으로 5년 사이 30% 이상 증가했다. 숫자가 줄어든 만큼 소비는 오히려 조밀해지고 프리미엄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백화점의 키즈존은 단순한 보조 공간이 아니라, 부모의 라이프스타일과 소비 심리를 동시에 포섭하는 핵심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키즈 경험을 중심으로 얼마나 깊이 있는 공간을 구성하느냐가 점포 경쟁력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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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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