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브콜' 美 조선업 재건 의지 강조···"한국과의 협력 필수적" HD현대重 "美동맹 1위 조선사" vs 한화오션 "현지투자로 기선제압"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내에서는 미국 조선업과 해군 재건을 위해서는 동맹인 한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 전략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퍼시픽포럼(Pacific Forum)은 "한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박진호 한국 국방부 정책자문위원이 쓴 기고문을 실으면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을 가장 적합한 파트너로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 조선업 재건을 도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우리는 조선에 많은 돈을 쓸 것"이라고 언급하자 한국 조선업계와의 협력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한화오션, 적극적인 투자 행보···실질적인 성과 우위
한국 대표 조선업체이자 특수선 '양강'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일찌감치 미국 진출을 선언했다.
먼저 미 해군 특수선 유지·보수·운영(MRO) 사업에 뛰어든 뒤 기회를 엿보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미 MRO 사업 입찰에 뛰어든 HD현대중공업은 올해 최대 3척의 수주 목표를 세운 만큼 한화오션과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상태다.
특히 양사가 신중한 태도와 공격적 투자로, 서로 상반된 전략을 선택하면서 추후 결과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한화오션은 공격적인 투자로 현지거점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필리조선소를 인수한데 이어 최근엔 최근 호주 조선사 오스탈(Austal)의 지분 9.9%를 매입하며 재인수에 나섰다.
또다른 투자처도 물색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를 통해 모은 자금 중 8000억원 가량을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해양방산 및 조선 생산기지 확보에 투입할 계획이다.
적극적인 공세에 힘입어 현재는 한화오션이 치고 나가는 분위기다. HD현대중공업이 미 MRO 사업 진출을 선언하기도 전인 지난해 8월 국내 조선소 최초로 미 해군 MRO 2건(월리 쉬라, 유콘)을 선제적으로 수주한 것이다. '월리 쉬라'호의 경우 거제사업장에서 6개월간 정비를 마치고 지난 13일 출항했다.
한화오션이 공격적으로 현지 거점 확보에 나선 이유는 지금이 본격적인 개화를 앞둔 미국 시장 진출의 적기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조선업 파트너로 한국을 필요로 할 때 수혜를 누리려면 빠르게 생산시설을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한상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IR담당 전무는 "미국 함정 시장은 신조·MRO 시장 모두 빠르게 성장 중"이라며 "한국 조선사에 대한 우호적 시각이 강해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 투자 신중모드···美 최대 방산 조선소 손잡고 '눈도장'
공격적으로 나선 한화오션과 달리 HD현대중공업은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장기적으로 미국 내 투자 기회를 검토하면서도 당장은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움직임이다.
당초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미국 군함 MRO 사업은 시범사업 형태"라며 "알려진 것에 비해 법적 물량이 많지 않아 한동안 무리한 케파 확장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2~3척의 MRO 사업 수주 목표를 잡으면서 울산조선소 내 4~5도크에 슬롯을 배정했다. 여기에 지난 2022년 일부를 임대한 필리핀 수빅 조선소도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수빅조선소는 군함 건조 이력이 있는 데다, 전략적 요충지인 남중국해 주변에 위치해 미군 부대의 정비 거점으로 활용이 용이하다.
HD현대중공업이 미국 현지 거점 확보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그만큼 다양한 변수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오락가락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수익성 측면에서도 투자 대비 당장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계산에서다. 단순한 시장 확대 기대를 넘어 현지 운영 리스크, 투자 재원 조달에 따른 재무부담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HD현대중공업은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와 협력을 이어가며 미국 진출 기회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
최근 헌팅턴잉걸스와 '선박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HD현대중공업의 공정 노하우를 활용해 잉걸스 조선소의 생산성을 30~50% 이상 높일 계획이다.
이는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던 '조선업 협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시장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미국 시장에서 눈도장을 찍고 향후 미국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 대표는 "혈맹인 한국과 미국의 대표 조선기업 간 협력을 통해 양국의 조선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 안보 협력 강화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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